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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찰 “미인도는 진품” 25년 논란 종지부…천경자 화백은 왜 “내자식 아니다” 했을까
원작보다 큰 포스터 보고 착각 가능성
한때 김재규 소장에 부담느꼈을 수도


검찰이 고(故)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를 진품이라고 결론을 내리면서 지난 1991년부터 시작된 25년간의 위작논란은 종지부를 찍게됐다. 하지만 유족측이 이같은 결과에 반발, 추가 법적 대응을 시사하면서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이번 사건은 세가지 미스터리를 남기며, 미술계의 ‘미제’로 남을 가능성이 커졌다.

무엇보다 천 화백이 25년 전 “내가 낳은 자식을 모를 리가 있나. 내 그림이 아니다”며 위작을 주장한 이유다. 검찰도 19일 진품이라는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도 “천화백이 미인도를 위작이라고 한 이유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천 화백이 위작을 주장하게된 경위는 지난 1990년 국립현대미술관이 ‘움직이는 미술관’ 사업의 하나로 미인도를 전국 순회 전시하면서다. 당시 미술관측은 미인도를 아트포스터 형태로 제작해 판매했는데, 전시가 끝난 이듬해 4월 천 화백의 지인이 대중목욕탕에서 미인도가 그려진 포스터를 보고 이 사실을 천 화백에게 알렸고, 천 화백은 해당 포스터와 국립현대미술관에 보관된 원작을 확인한 뒤 “재료와 채색기법 등이 내 작품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포스터가 원작(29X26㎝)보다 크게(44.5X40㎝) 제작된 탓에 착오를 일으켰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또한 미인도의 소장자가 한 때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었던 만큼, 천 화백이 부담을 느껴 자신의 작품임을 부인했을 것이라는 견해도 존재한다.

또 다른 의문점은 위조화가인 권춘식씨의 말바꾸기다. 지난 1999년 동양화 위조범으로 검거된 권씨는 ‘미인도’를 자신이 위작했다고 주장해 논란을 재점화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자신이 한 것이 아니라고 부정했다. 권씨는 이번 검찰수사에서 해당 작품을 본 뒤 “내가 그린 작품이 아니다”며 “미인도는 진품을 넘어 명품에 가까운 수작이다. 내가 그릴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고 말했다. 비싸고 귀한 석채 안료나 덧칠의 정도, 색감이 자신은 흉내낼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프랑스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감정단의 감정 결과도 따져봐야할 사안이다. 뤼미에르 감정단은 지난 11월 미인도 감정보고서를 발표하면서 “ ‘미인도’의 진품 가능성은 0.00002%”라며 사실상 위작이라고 판정했다. 그러나 검찰은 뤼미에르 감정단의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감정단이 미인도를 조사한 방식으로 천 화백의 다른 진품을 분석하자 “진품 확률이 4%대”라는 결과가 나와 신뢰하기 어려웠다는 판단에서다.

한편 한국 검찰의 진품판단 결과를 전해들은 프랑스 감정팀은 “미인도가 위작이라는데 한 치의 의심도 없다”며 자신의 검증결과를 내년 국제과학저널에 소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관련 논란은 국제적으로 비화될 전망이다.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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