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장필수 기자]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개헌 추진 모임에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촛불 집회에 정치권이 개헌으로 보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헌을 놓고 야권 내 세력 간 의견이 엇갈린 가운데 새누리당 마저 분당 위기에 직면하면서 개헌을 매개로 한 정계 개편이 대선판의 변곡점으로 떠오를지 주목된다.

김 전 대표는 이날 정진석, 이주영, 김광림, 강효상 의원 등 새누리당 내 개헌 찬성파들이 다수 참석한 ‘국가변혁을 위한 개헌추진회의’에서 개헌에 대한 의지를 재차 표명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전 비대위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가변혁을 위한 개헌추진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김 전 대표는 축사에서 “현실에서 누누이 제왕적 대통령제로는 도저히 안 되겠다고 생각했으면 어떻게 해서든지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택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촛불 집회에서 보는 것처럼 국민의 역량도 엄청나게 성숙했고 정치권도 그만큼 성숙했다고 하는 전제하에 이제는 정치권 스스로 우리나라의 제도상 모순이 무엇인지 인식을 하고 처음으로 정치권이 개헌을 심도있게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략적 이용’을 경계하며 개헌에 반대하는 세력을 겨냥한 쓴소리도 내놓았다. 김 전 대표는 “정치인들이 권력이나 나눠먹으려고 개헌을 하려고 한다며 배척하는 피상적인 자세는 옳지 않다”며 “개헌 임하는 사람이나 반대하는 사람이나 우리나라 실상을 냉정히 판단하고 무엇이 옳은 길인지 서로 토의해나가면 가장 합리적인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전 비대위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가변혁을 위한 개헌추진회의에 참석해 새누리당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특히 문재인 전 대표를 비롯한 야권 잠룡 중 개헌 반대론자들을 향해선 “대통령이 될 사람에게 있어서 지금과 같은 소위 헌법 체제처럼 편안한 게 없다. 되기만 하면 내 멋대로 다 할 수 있으니까”라며 “다소 모자란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 할지라도 헌법상 보장된 권리를 갖고 5년 동안은 자기 맘대로 운영할 수 있다는 게 지금의 헌법”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 대표가 분당 위기를 코앞에 둔 새누리당에게 개헌의 손을 내민 것을 놓고 정치권은 개헌을 화두로 제3지대가 다시 꿈틀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현재 유력 대권 주자인 문 전 대표가 개헌을 반대하는 상황에서 개헌에 찬성하는 이들이 대선을 겨냥해 합종연횡할 가능성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야권에선 김 전 대표 외에 김부겸 의원, 손학규 민주당 전 대표 등이 대표적인 개헌론자로 꼽힌다. 여기에 그간 개헌에 미온적 태도를 보여온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마저 손 전 대표와의 교감 이후 “논의는 할 수 있다”며 태도를 바꿨다. 또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 중 일부가 이미 탈당 이후 제3지대에서 개헌파와 연대해야한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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