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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 문화계 결산 문학·출판] 한국문학 모처럼 풍성한 밥상…문단은 ‘성추문’얼룩
맨부커상 수상 ‘채식주의자’ 68만부 판매
돌아온 독자업고 소설 역대최고 판매상승률

詩, SNS 타고 ‘공감의 한줄’로 큰 위로
윤동주·백석등 초판본 복간 열풍도

심야책방·독립서점등 다양한 트렌드
새 문화공간으로 젊은층에 인기몰이



올해 출판계를 특징 짓는 요소 중 하나는 도서정가제 연착륙이다. 도서정가제 이후 할인으로 교란된 시장이 정리됨으로써 신간 비중 증가, 출판사와 서점 매출 감소폭 둔화 등 생태계 복원의 희망의 불씨를 틔운 점은 다행스럽다.

그런 바탕에서 대중들로부터 외면당했던 한국소설이 돌아왔고, 시집도 큰 사랑을 받았다. 젊은이들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트렌드 책방의 붐도 올 한해 화제의 중심이었다.



▶한국문학, 날았다=지난해 한국 소설은 최악의 해를 보냈다. 인기 작가의 표절시비로 한국소설은 전년대비 27.3%나 감소하며 독자들로부터 외면당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5월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가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하자 독자들이 돌아왔다. ‘채식주의자’는 올 한해동안 68만부가 판매됐으며 한강의 다른 작품 ‘소년이 온다’도 12만부가 팔리면서 올해 한국문학의 동력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조정래의 신작 ‘풀꽃도 꽃이다’, 탄탄한 독자층을 확보한 정유정의 신작 ‘종의 기원’을 비롯, 굵직한 국내 문학상 수상을 휩쓴 장강명, 김언수, 김숨, 황정은, 김금희, 박솔뫼, 최은영, 정지돈 등 젊은 작가들의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한국 문학은 모처럼 풍성한 밥상을 차렸다. 이에 힘입어 한국소설은 올해 46%의 역대 최고성장률을 기록했다.

▶위로의 시대, 시의 귀환=불황에는 문학이 주목받는다는 통설은 올해에도 통했다. 특히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한 줄의 시는 큰 사랑을 받았다. 시집 판매율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꾸준히 증가하면서 올해 상반기에는 전반기 대비 44.6% 증가하며 폭발적으로 늘었다.

시가 새롭게 주목받은 것은 SNS를 통해서다. 하상욱의 ‘서울시’, ‘시 읽는 밤’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번지면서 최대호, 글배우, 이환천 등 SNS시인들의 시집들이 큰 인기를 얻었다. 여기에 나태주 시인의 ‘꽃을 보듯 너를 본다’, ‘오래 보아야 예쁘다’ 등 서정시들도 회자되면서 연쇄반응을 일으켰다.

복간 초판본 시집 발간도 열풍에 한몫했다.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김소월의 ‘진달래꽃’, 백석의 ‘사슴’ 등 예스러움을 담아낸 초판본 시집들은 소장욕구를 자극했다.

가려뽑은 명시를 모은 시선집들도 78.1%가 상승하는 등 공감의 한줄에 독자들은 위로를 받았다. 고은, 최승자, 오은 등 기성 시인들의 시집도 올해 남다른 사랑을 받았다.

▶술먹는 트렌드책방=‘책맥’(책과 맥주)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책을 중심으로 다양한 활동이 가능한 책방들이 줄지어 생겨나면서 책방이 올해 라이프스타일의 가장 핫한 트렌드를 형성했다. 맥주와 와인,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는 일이 하나의 멋으로 여겨진 것이다. 음악, 미술, 만화, 추리소설 등 쟝르별 전문 책방, 밤 새워 책을 읽을 수 있는 심야 책방, 시인이 경영하는 시 전문 서점, 인디 책을 전문으로 하는 인디서점까지 각양각색들의 서점들이 독자들을 서점 순례로 이끌었다. 트렌드책방, 독립서점 붐은 도서정가제의 순기능이라할 만하다. 트렌드책방은 새로움과 멀티기능을 원하는 젊은층의 라이프스타일과 맞물려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지속가능 여부가 앞으로의 관건이다. 지역과 동네의 문화사랑방으로서 이런 신개념 책방들이 동네서점의 새로운 모델로 자리잡으려면 다양한 활동이 결국 책 구매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

▶#성추행, 여성혐오=지난 5월 강남역 묻지마 여성 살인 사건을 비롯, 우리 사회 드러나지 않았던 여성 혐오의 이면을 폭로하는 일들이 이어지면서 올해 페미니즘 책들이 뜻밖에 주목을 받았다. 여성/젠더 분야 도서 판매권수는 전년대비 132.6%로 두 배 이상 크게 늘었고, 특히 20대 여성의 구매 비중이 작년 10.7%에서 올해 26%로 대폭 상승했다.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 ‘나쁜 페미니스트’, ‘페미니즘의 도전’,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등 관련 책들이 꾸준히 출간, 내년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문단내 성추행, 성폭력 사태가 불거지면서 관련 소설가, 시인들의 책들이 출판 중단, 서점 퇴출의 수모를 당했다. SNS상에서 피해자들의 고발이 이어지고 있는 사태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더욱이 문예 전문지들이 문단 안에서 벌어진 성폭력 사태를 작품으로 표출하기 시작하면서 사태는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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