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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공연한 이야기] 햄릿·팬텀…이름값하는 타이틀롤 배우들
배우라면 누구나 꿈꾸는 배역이 있다. 바로 타이틀 롤(title role)로 연극, 오페라, 영화, 드라마 등에서 제목과 같은 이름의 등장인물을 말한다. 예를 들면 연극 ‘햄릿’의 햄릿, 오페라 ‘카르멘’의 카르멘, 영화 ‘동주’의 동주,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의 김삼순 등이 해당한다.

신인배우가 처음 타이틀 롤을 맡았을 때 주변에서는 그가 주역으로 한 단계 발돋움했음을 축하한다. 배우 역시 더 많은 책임감을 바탕으로 연기에 임하는데, 등장인물의 이름이 제목이 되는 경우 해당 캐릭터가 극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현재 무대에 오르고 있거나 오를 예정인 공연들을 살펴보면, 캐릭터의 이름이 곧 작품의 제목이 되는 경우가 많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몬테 크리스토’ ‘팬텀’<사진> ‘아이다’ ‘로미오와 줄리엣’ ‘덕혜옹주’ ‘라흐마니노프’ 등 개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좀 더 넓은 의미에서 캐릭터의 이름뿐만 아니라 제목이 지칭하는 인물을 타이틀 롤로 보기도 한다.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에서 세일즈맨에 해당하는 윌리 로먼, 뮤지컬 ‘보디가드’에서 가수를 경호하는 보디가드 프랭크 파머, ‘영웅’에서 영웅으로 활약하는 안중근 의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에서 ‘나’는 백석 시인, 나타샤는 그의 연인 자야이므로 곧 주제역(主題役)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스타를 중심으로 캐스팅이 꾸려지는 국내 공연계에서는 타이틀 롤을 맡은 배우들의 인기와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작용한다. 이야기의 흐름을 주도하는 것은 물론 작품의 주요 넘버를 부르고, 무대를 떠날 시간도 없이 거의 러닝타임 내내 관객 앞에 서야 하기 때문이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티켓 파워를 가진 배우를 캐스팅해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을 보장받고, 연기자 입장에서는 무대에서 자신의 역량을 아낌없이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관객들 역시 좋아하는 배우의 연기를 눈앞에서 마음껏 감상하며 박수를 보낼 수 있기에 1석 3조인 셈이다. 이제 막 연기 활동을 시작한 신예들이 앞으로의 꿈에 대해 “타이틀 롤을 맡고 싶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는 그 자체로 실력은 물론 인기까지 검증받았음을 증명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타이틀 롤은 주연인 경우가 상당수이지만, 일부 작품에서는 조연의 이름이 제목에 등장하기도 한다. 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의 메리는 다른 인물에 비해 비중이 적지만 극에서 비밀을 움켜쥐고 있는 키맨(keyman)으로 활약한다. ‘김종욱 찾기’에서도 ‘진짜 김종욱’이 등장하는 시간은 얼마 안 되지만, 김종욱을 찾는 과정에서 꽃피운 그 여자와 그 남자의 사랑이 이야기의 핵심이 된다.

주연이든 조연이든 타이틀 롤은 극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로 무대에 존재하며 관객들의 마음을 빼앗는다. ‘이름값’에 걸맞은 연기를 보여줄 배우들의 활약이 더 궁금해진다.

뉴스컬처=양승희 기자/yang@newsculture.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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