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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전합니다. 애인 말고 머리숱 때문에”…급중하는 20대 탈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기준으로 탈모환자 급여지급 해마다 증가

-주머니 가벼운 젊은 세대에는 더욱 큰 골칫거리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 20대 탈모 환자인 최모(27ㆍ대학원생)씨는 벌써 3년째 탈모 치료를 받고 있다. 최씨가 앓고 있는 탈모는 '후천성 탈모'의 대표격인 지루성 탈모다. 정수리부터 시작해서 전체적으로 속머리가 점차 줄어드는 패턴을 보인다. 미루고 미루다보니 늦게나마 치료를 시작해서 많이 호전세를 보였지만, 지금도 조금만 관리를 소홀하면 머리숱이 낙엽처럼 떨어지곤 한다. 텅빈 정수리가 부끄러워 가발을 착용하고 싶지만 비싼 가격 탓에 엄두조차 낼 수 없다. 요샌 삭발하고 '빡빡 깎고 다니는 것'이 최선인가 싶다.

20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대 탈모 인구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원형탈모증ㆍ안드로젠성 탈모증ㆍ기타 비흉터성 모발 손실ㆍ흉터성 탈모증(흉터성 모발손실) 등 심평원에 집계되는 탈모로 인한 의료비용 수급자수는 지난 2011년 그 수가 2만2737명에 달했지만 지난해는 2만4889명까지 해마다 증가했다. 요양급여비 지급도 2011년 14억4169만원에서 2015년에는 19억7166만원으로 증가했다.통계로 봤을 때는 미약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대부분 탈모 치료가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지 않는 사실을 감안해야 한다. 


[사진설명= 탈모 자료사진. (사진=123RF)]

시장규모도 해마다 성장해서 현재 4조원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다양한 탈모치료제와 보조제 상품이 등장했다. 올리브영과 롭스 등 드러그스토어, G마켓과 옥션 등 다양한 오픈마켓에서 탈모 방지 제품들을 대중적으로쉽게 찾아볼 수 있는 세상이 됐지만 가격은 대중적이지 않다.

대표적인 탈모방지 샴푸 브랜드로 꼽히는 '댕기머리' 제품들이 2만7000원(200ml 기준), 독일제 '알페인 카페인 샴푸(250ml)'도 1만원을 호가한다. 일반 샴푸 가격을 크게 상위하는 수준이다. 정식 의약품이 아니기 때문에 직접 구매해서 차도가 없어도 샴푸 구입애 낸 돈을 돌려받을 수는 없다.

그럼에도 탈모 상품에 대한 수요는 뜨겁다. GS홈쇼핑이 올해 10대 BEST판매 제품을 집계한 결과, 한 탈모샴푸 브랜드가 전체 매출액 3위에 올랐을 정도다. 이 제품은 올해 상반기에는 6위에 랭크된 바 있다.


[사진설명=20대 탈모환자, 급여 증가 추이. (자료=건강보험심사평가원)]
[사진설명=20대 탈모환자, 급여 증가 추이. (자료=건강보험심사평가원)]

가발의 경우 저렴한 상품이 10만원대부터 형성되지만 보급형 제품들은 가발임이 쉽게 티난다. M사와 H사 등 유명연예인을 광고 전면에 내세운 첨단기술을 적용한 티가 나지 않는 가발 브랜드들도 최근에 등장했지만, 판매가격이 180만원부터 시작해서 많게는 300만원을 호가하는 제품들이다. 4포ㆍ5포세대로 불리는 20대 탈모환자들이 착용하기에는 턱없이 비싼 금액이다.

탈모 보조상품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도 탈모 치료를 받는데만 상당한 금액이 들어간다. 탈모환자들 사이에서 기본적인 치료제로 불리는 프로페시아(피나스테리드 정)는 1개월분 30정에 5만5000원에서 6만원 사이다. 의사 처방전을 받아야만 구매할 수 있어 1개월 치료를 받으려면 최소 6만5000원에서 7만원 사이 금액이 들어간다. 치료효과를 인정받은 다른 탈모치료제 판시딜은 180캡슐(3개월분)에 9만원이다. 2개 제품만 복용해도 10만원에 가까운 금액이 치료에 들어간다. 이외에도 탈모환자들이 자주 찾는 두피클리닉 치료를 병행할 경우 치료금액은 수십~수백만원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20대에겐 더욱 부담스러운 금액으로 다가온다.


[사진설명=20대 탈모환자, 급여 증가 추이. (자료=건강보험심사평가원)]

그럼에도 환자들은 치료를 포기할 수 없다. 탈모에 대한 사회적 시선 때문이다. 지루성 탈모 환자인 취업준비생 김모(29ㆍ취업준비생)씨는 "직장을 잡을 때까지만 머리숱이 버텨주길 바랄 때도 있을 정도"라면서 "나는 티가 안나는 편이지만, 취업 스터디에 가서 머리숱이 없는 취준생을 만날 때면 가슴이 아파온다"고 털어놨다.

남성형 탈모 환자인 윤모(28ㆍ직장인)씨도 "한달에 많게는 50만원 수준의 돈이 탈모 치료에 들어간다"면서 "크리스마스만 되면 애인이 없는 것도 서러운데 머리 때문에 오는 주위시선에 서럽다. 자신감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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