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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려함 이면의 핏빛역사…닮은꼴 한국과 대만
한국·대만 협력기획전 ‘동백꽃 밀푀유’
내년 2월12일까지 아르코미술관서 열려



“대만과 한국은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으로 비슷한 부분이 많다. 1960년대 이후 근대화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이를 바탕으로 전시를 준비했다” (왕영린 대만 독립큐레이터)

“일본제국주의 하에서 근대화를 겪은 두 나라의 아티스트들의 작업엔 비슷한 지점이 존재했다. 이를 몇가지 범주로 묶어 보여주는 전시로, 시각예술의 화려한 면모 이면에 자리한 정치, 사회, 경제, 문화적 쟁점을 동아시아 역학관계속에 살아가는 한국과 대만작가의 예술적 통찰과 실천으로 전달하려 했다” (김현주 한국 독립큐레이터) 



한국과 대만의 기획자가 협력하고 각국에서 5명씩 10명의 작가가 참여한 한국-대만 협력기획전시가 열린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박명진)은 2016 한국-대만 큐레이터 협력 기획전 ‘동백꽃 밀푀유’를 9일부터 내년 2월 12일까지 아르코미술관에서 개최한다고 9일 밝혔다.

이 전시는 한국-대만 교류프로그램의 성과를 보여주는 전시로 지난 2년간 프로그램의 결정체이기도 하다. 전시제목인 ‘동백꽃 밀푀유’는 서구에서 바라보는 동양 표상중 하나인 ‘동백꽃’과 프랑스 디저트 ‘밀푀유’를 결합한 것으로, 한국과 대만의 근현대사를 구성하는 수많은 요소들과 그 안에 얼룩진 붉은 핏빛에 대한 비유적 표현이기도 하다. 밀푀유와 동백꽃은 ‘제국주의의 상징’이라는 예기치 않은 공통점이 있다. 밀푀유는 ‘나폴레옹’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나폴레옹 프랑스 제국 건성과 함께 러시아, 이탈리아, 북유럽으로 퍼졌기 때문이다. 동백꽃은 프랑스에서는 ‘일본의 장미’로 불린다.

전시는 몇가지 키워드로 나뉜다. ‘노동, 경제식민화, 가족과 민족, 권력’에서는 한국작가 신제현, 구민자, 대만작가 저우 위정, 무스뀌뀌 즈잉이 참여했다. ‘압축성장, 공동화, 개발과 배제’라는 개념 아래는 김준, 강홍구, 류 위, 위안 광밍이, ‘사건의 병치, 잉여와 소실, 집단 기억, 공시적 서사’라는 키워드에는 나현, 천 졔런의 작업이 선보인다.

같은 키워드 아래 분류된 작품은 나란히 짝을 짓거나 병치상태로 전시돼 둘 간의 상관관계를 음미하기 쉽게 구성됐다.

예를 들면 신제현 작가의 ‘설탕만다라’는 권력의 작동방식에 대한 성찰을 담은 작품으로, 일본제국주의 시대 대만에 자행됐던 수탈과정이 오히려 근대화의 촉매가 됐다고 주장하는 일본의 강변이 현재 한국 문화계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문화계 성폭력 가해자들의 담론 작동방식과 유사하다는 점을 꼬집었다. 그 바로 옆엔 국가권력에 의해 힘없이 밀려나야만 하는 한센병 환자촌인 낙생원 문제를 다룬 대만작가 천 졔런의 ‘잔향의 영역’이 상영되고 있다. 두 작품 모두 각각 다른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그 기저에 깔린 권력의 ‘폭력적’ 작동방식을 짚어낸다는 점에서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전시 이외에도 아티스트-이론가 매칭 강연시리즈(12월~1월 매주 금요일), 큐레이터 참여 프로그램인 당나라 원격 요리모임(12월 17일, 24일), 퍼블릭 퍼포먼스(매주 화, 금, 토요일)도 진행된다.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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