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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해외사업 연초부터 동력 잃을라…‘得보다 失’ 대기업 총수 출국금지
“삼성전자가 큰 폭의 기업혁신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최순실 게이트’로 정부가 마비되고 이재용 부회장이 연루된 상황에서 이는 힘들어졌다. 삼성이 정기 인사를 내년으로 미룬 것처럼 어떤 새로운 변화도 만들어내기 어려울 것이다”

지난 6일 열린 국회의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 특위의 대기업 총수 청문회 이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내놓은 반응이다.

최순실 게이트에 따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경계했던 재계의 우려가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탄핵 정국이라는 국내상황에다 미국 금리인상, 한한령(限韓令)으로 대변되는 중국의 무역보복 등 국내외 경제 상황은 바람앞의 촛불처럼 아슬아슬하기만 하다.

여기에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할 박영수 특검팀은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자금을 출연한 기업 관계자들에 출국금지를 요청했다. 더불어 특검팀은 기업들의 추가적인 압수수색과 함께 총수들의 소환 조사까지 시사하고 나섰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의 최대 쟁점중 하나인 ‘뇌물죄’를 입증하는데 대기업 총수들의 대가성 여부를 밝혀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출국금지는 형사재판이 진행중이거나 범죄의 입증을 위해 반드시 수사가 필요한 관계자의 경우 이뤄지는 것이 통상적이다.

이와 함께 사건 관련자가 해외도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을 경우 이를 막기 위한 사전조치로 처해진다.

이번 출국금지 조치는 과도한 처사라는 반응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불안한 정국으로 국내 사업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전력을 쏟아야 할 해외사업이 연초부터 동력을 잃게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삼성,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들은 연말 글로벌 전략회의를 잇따라 개최하며 내년 해외사업의 밑그림을 그리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이번 출국금지 조치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다음달 5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7’의 참석이 어려워졌다. 올해 등기이사 부회장에 오르며 실질적인 삼성그룹의 선장으로 글로벌 시장에 화려하게 데뷔할 기회가 무산된 것이다. 이보다 더 큰 손실은 글로벌 가전업계 수장들이 총출동하는 자리에 자국에서 출국금지 조치를 당해 불참하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덧입혀지는 것이다.

이는 글로벌 기업을 지향하는 삼성의 브랜드에 만만찮은 타격이다. 이같은 손실은 삼성뿐 아니라 출국금지 처분을 받은 다른 기업들에도 공통적으로 해당된다.

한 기업 임원은 “온 국민들의 이목이 쏠린 이 때 기업 총수들이 도피성 해외출국 같은 도박을 할 수 있겠나”며 “현 정국이 국가적으로 엄중한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정상적인 최소한의 기업활동까지 막는 것은 국가경제에 득보다 실이 크다고 본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igiza7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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