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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 확산, 경제비상] 업친데 덥친 한국경제…경제손실 확대에 장바구니 물가 ‘비상’
[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무차별적으로 확산되면서 우리경제에 초비상이 걸렸다. 가뜩이나 대내외 경제여건이 취약한 상태에서 AI 확산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다. 특히 계란 가격은 물론 이를 원료로 하는 제빵 등 관련제품 가격이 동반상승하면서 장바구니 물가를 위협하고 있다. 그 동안 배추와 무 등 신선식품 가격이 올 여름의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으로 15% 이상 급등해 있어 계란 가격 상승은 엎친데 덥친 격으로 체감되고 있다.

▶30% 감염시 경제피해 1조5000억원= 19일 농림축산식품부ㆍ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등 관련 부처 및 기관에 따르면 AI가 확산되면서 1800만 마리 이상의 가금류가 살처분돼 전체 사육 가금류의 10%를 넘었다. 지금까지 발생한 AI 감염 역사상 최악이다.

지난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12년 동안 방역조치를 위해 살처분된 닭ㆍ오리 등은 3873만 마리에 달했다. 사상 최악의 AI 감염사례로 기록된 2014~2015년의 경우 669일 동안 1397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이어 2008년에 1020만 마리가, 2010~2011년 647만 마리, 2003~2004년 529만 마리가 각각 AI로 살처분됐다. 올해는 지난달 16일 첫 발생 이후 1개월만에 이런 기록을 모두 갈아치웠다.

AI에 감염된 가금류가 늘어나면 살처분과 생산 감소로 인한 축산농가가 직접적인 피해를 입고 정부는 생계소득 안정ㆍ입식융자ㆍ수매 등을 위한 지출을 늘려야 한다. 동시에 육류 및 유류가공업ㆍ음식점ㆍ사료산업의 비용 등 간접적 피해도 가져온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산업연관표 등을 토대로 AI 확산에 따른 직ㆍ간접 피해를 추산한 결과 10%(1652만 마리)가 감염될 경우 경제피해 규모가 총 4923억원, 20%(3305만마리) 감염시 9846억원, 30%(4958만 마리) 감염시 1조4769억원에 달할 것으로 조사됐다.

20% 감염을 기준으로 보면 육류ㆍ가공업이 가장 많은 3709억원의 피해를 보고 이어 농가(3342억원), 정부지출(2374억원), 음식점(416억원)의 순으로 조사됐다. 이미 지금까지 피해 규모가 5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되며, 앞으로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계란 ‘파동’에 장바구니 물가 위협= 이번 AI는 알을 낳는 산란계 농가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면서 계란값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계란 가격은 특란 한판(30개)을 기준으로 지난주말 평균 6365원으로 1년 전(5365원)보다 18.6% 급등했다. 평년보다 13%, AI가 확산되기 시작했던 한달 전에 비해선 14.5% 오른 것이다. 계란값 상승세는 AI 감염과 살처분 증가로 갈수록 가팔라지고 있다.

게다가 서울 지역 대부분의 유통업체에선 계란 한판 가격이 6900원대 후반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가장 비싼 가격에 파는 유통업체에서는 이미 7300원까지 올라 1년전 평균 가격에 비해 36%나 폭등한 상태다. AI 사태가 장기화하고 번식용 닭인 산란종계의 경우 지난 한달 동안 전체 사육규모의 38.6%인 32만7000마리가 살처분돼 계란값 급등 현상은 앞으로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계란값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이를 주원료로 사용하는 소규모 빵집은 물론 기업형 제빵업체들로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반면에 AI 여파로 닭고기 소비가 줄면서 생닭 가격은 오히려 하락세를 보여 이번 파동이 영세자영업자들에게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민 경제생활과 밀접한 신선식품 물가는 지난 9월 이후 3개월 연속 15% 안팎의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무와 배추 등 일부 김장용 채소류는 100% 이상 폭등했다. 이런 상태에서 AI 확산과 계란파동이 겹쳐 체감 장바구니 물가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최순실 게이트와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국가시스템의 위기로 가뜩이나 경제ㆍ사회적 불안감이 팽배한 상태에서 AI 확산까지 겹쳐 경제심리는 더욱 움추러들 수밖에 없다. AI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정부의 단호하고 실효적인 조치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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