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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쁜 짓은 리더가 하고, 자정결의는 직원이 하고]
[헤럴드경제=함영훈 선임기자] 나쁜 짓은 리더인 사장이라는 자가 저질렀지만, 자정 결의는 임직원이 했다.

‘여직원 성추행 의혹’를 받고 있는 김형태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사장이 해임된 지 하루 뒤인 15일, 이 문화재단은 애꿎은 임직원들을 앞세워 자정결의 대회를 가졌다.

어처구니없는 짓은 리더가 했고, 오물을 뒤집어 쓴 임직원들의 마음은 가뜩이나 쓰리며, 그 중 피해자인 직원은 평생 남을 상처로 시름하는데, 이 재단 수뇌부는 직원들을 앞세워 ‘쇼’를 한 것이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측은 15일 자정결의 대회는 실추된 조직문화를 바로 세우고 윤리경영과 청렴문화에 앞장서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청렴 내재화라는 명분으로 ‘2017년도 청렴 슬로건 아이디어 공모’ 및 ‘청렴 퀴즈왕 상품 증정식’ 등의 이벤트도 벌였다.

이번 일은 잘못된 리더의 문제이고, 경영자의 빗나간 행태를 감시해야 할 감사의 문제이며, 리더의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빗나간 행태를 보일 가능성에 제동을 걸어야 할 참모들의 문제이다.

최상급 간부들이 중간간부 이하 직원들에게 백배 사죄할 일이지, 임직원들을 시켜 ‘쇼’를 벌일 사안이 아닌 것이다. 리더의 잘못에 의해 실추된 조직은 상층부의 처절한 반성을 시작으로 재기를 도모하는 것이지, 사실상 피해자인 직원들을 동원해 ‘청렴’을 구실로 ‘성추행’이라는 수뇌부의 책임을 희석시키는 방식이어서는 안된다.

김형태 직전 사장은 지난해 2월 신입 직원 환영을 위한 저녁 회식때 여직원 A씨의 얼굴에 자신의 뺨을 대고 비비는 등 성추행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어 반발하는 A씨에게 퇴사를 강요했고, 이를 거부하자 두 달 간격으로 인사발령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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