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조직·향후 사업계획등
청문회서 예상치 못한 발언
전경련·삼성등 분위기 어수선


총수들의 말 한마디에 소속 직원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국정조사 청문회 자리에서 사내 조직 운영과 사업 계획에 대해 총수들이 예상치 못한 발언을 하면서 생긴 일이다. 부서 해체와 전경련 탈퇴 등을 언급하면서 해당 기업 내 분위기는 어수선한 상황이다.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청문회가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렸다. 이날 자리엔 이재용 삼성 부회장을 비롯해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등 9대 그룹 총수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날 자리에서 국회의원들은 총수들을 상대로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그룹들이 대가성 뇌물을 제공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질문했다. 그 과정에서 일부 의원들이 고질적인 정경유착 문화를 지적했고 총수들은 개선 의지를 언급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미래전략실 해체를 공언했다. 질의에 나선 새누리당 이종구 의원은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겠다는 아버님(이건희 회장) 약속을 실천하라”고 지적했고 이 부회장은 “여러 의원님의 질타도 있었고, 미래전략실 관해서 정말 많은 의혹과 부정적인 시각이 많은 것을 느꼈다”면서 “부정적인 인식이 있다면 (삼성 미래전략실을) 없애겠다”고 답했다. 삼성은 지난 2008년 이건희 회장의 경영권 승계 문제와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후 당시 전략기획실을 해체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의 이 말에 삼성전자 내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연말연초 인사와 성과금 등을 두고 혼란한 와중에 부회장의 말 한마디에 더욱 정신이 없어졌다. 미래전략실은 직원들 사이에서 회사 전체의 컨트롤타워로 인식됐다. 막강한 권한을 행사해왔고, 소속 직원들의 자존심과 다른 부서 사람들의 인정도 컸다. 그런데 이 부회장이 말한마디로 해체 의사 밝혀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삼성전자 이모(30) 씨는 “국정조사 당일 동료들 모두가 함께 생중계를 보면서 동기 대화방이 난리가 났었다”며 “말 한마디로 부서 해체를 한다는 데 놀랐고 지금 전략실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허탈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 역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발생 이후 혼란스런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그룹에 대한 검찰 조사와 고(故) 이인원 부회장의 죽음에 이어 신동빈 회장의 횡령 혐의 등에 대한 재판 등으로 그룹 전체가 위기 상황을 겪고 있는 가운데 신 회장이 국정조사 자리에서 곤욕을 치르는 모습이 여러차례 비치면서 롯데그룹 소속 직원들은 의욕이 떨어진다는 분위기다. 롯데 한 계열사에 근무하는 조모(27ㆍ여) 씨는 “면세점 탈락했을 때부터 검찰 조사 받기까지 계속 회사에 안 좋은 일만 생기는 것 같아 직원들끼리 회사 얘기할 때마다 기분이 안 좋다”며 “국정조사 장면도 함께 지켜보는데 회장이 계속해서 혼나는 것 같은 장면만 나와 ‘회사가 잘못한 게 저렇게 많은가’하고 실망했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과 SK, LG 등 주요 그룹 총수들이 줄줄이 전경련 탈퇴를 선언하면서 대기업에 종사하는 직장인들의 화두는 탄핵정권과 관련된 얘기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한편 국정조사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으로 정경유착의 꼬리를 끊을 수는 없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이 없앤다는 미래전략실도 예전에 있던 전략기획실에서 이름만 바뀐 것”이라며 “미래전략실을 없애든 전경련을 탈퇴하든 또 다른 기관들이 만들어질 것”이라며 회의감을 비쳤다.

구민정 기자/korean.gu@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