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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순수한 풋사랑? ‘밀당의 고수’ 줄리엣
-국립오페라단,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 기념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 선사…새로운 해석보다 가장 고전다운 무대로


결말을 아는 공연은 ‘의외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야기 전체 흐름을 알고 있어 긴장감은 떨어질지 모르나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 동안 연출가가 곳곳에 설치한 세심한 장치나, 배우들의 캐미스트리, 기량, 무대, 오케스트라 등 드라마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를 음미할 여유를 주기 때문이다. 국립오페라단(예술감독 김학민)이 8일부터 11일까지 무대에 올리는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도 이러한 즐거움으로 가득 차 있다.

국립오페라단은 올해 마지막 공연으로 ‘로미오와 줄리엣’을 선택했다.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을 기념한 레퍼토리다. 오페라ㆍ발레ㆍ연극ㆍ영화ㆍ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에서 다뤄진 ‘로미오와 줄리엣’은 새로울 것이 없지만, 어리고 미숙해서 비극으로 끝나는 젊은 남녀의 사랑은 여전히 애닯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오페라로 무대에 오르는 것은 지난 2014년 이후 2년 만으로, 프랑스 작곡가 샤를 구노의 ‘로미오와 줄리엣’버전이 선보인다. 구노의 작품은 프랑스 특유의 섬세하고 우아한 음악과 문학이 결합하여 셰익스피어가 언어로 표현한 희곡 작품보다 더욱 아름다운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사진제공=국립오페라단]

구노 오페라의 주인공 ‘이중창’=이번 공연은 ‘정면승부’를 무기로 한다. 고전에 새로운 해석보다 고전을 가장 고전답게 무대에 올린다. 연출은 정통 오페라 연출법을 구사하는 백전노장 엘라이저 모신스키가 맡고, 안무는 섬세한 안무로 각광받는 테리 존 베이츠가 직접 내한해 2014년 초연무대를 되살린다.

모신스키는 ‘사랑’에 집중했던 구노의 의도대로 두 주인공의 이중창에 오페라의 무게를 실었다. 사랑이야기인 만큼 두 주인공의 감정선이 드러나는 듀엣이 극을 끌어가는 중추적 역할을 하는 것이다. 주인공들의 성격묘사는 물론 사랑의 발랄함과 격정적 감정, 비극적 헤어짐까지 드라마틱하게 묘사한다. 반면 두 연인의 사회적 상황인 집안간 싸움은 이야기 전개에 필요한 배경으로만 나올 뿐 깊이 있게 다뤄지지는 않는다. 모신스키는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이 말하고자 하는 ‘사랑하는 사람들’에 보다 집중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유형종 음악평론가는 “1막의 첫 마주침은 10대 다운 순수함이, 2막의 발코니 장면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벅찬 감정이, 3막의 비밀 결혼식은 사랑의 일차 완성 답게 안정돼 있다. 4막은 둘만의 초야를 치르고 급히 헤어져야하는 심리적 굴곡이 5막 지하 무덤에서 최후 이중창은 출연진들도 눈물을 흘릴만큼 감정적이다”고 설명했다. 



순수한 풋사랑? 사실은 ‘밀당’의 대가=오페라로 만난 줄리엣은 청초나 순수와는 거리가 멀다. 적극적이고 도발적이다. 로미오도 강인하고 영웅적 인물이 아닌 사랑에 빠진 소년으로 그려진다.

사실 극중 로미오의 나이는 16세, 줄리엣은 14세다. 요즘으로 치면 무서울것 없는 ‘중2병’시기인 셈이다. ‘로잘린’에 반해 자신을 산송장이라 부르던 로미오는 원수 가문의 딸인 줄리엣을 보는 순간 “누구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런 이름은 전 몰라요”라며 빛의 속도로 로잘린을 잊고 줄리엣에 반해 버린다.

반면 줄리엣은 두 살이나 많은 오빠 로미오 보다 훨씬 노련하다. 2막의 발코니 이중창 장면에서 처음 사랑을 고백하는 로미오에게 “달빛에 맹세하진 말아라, 달은 변덕스러워 거짓맹세를 밝히고 연인들을 비웃는다”며, 자신에게 사랑을 맹세하라고 요구하는가 하면 “내가 당신의 아내가 되길 바란다면 결혼 시간과 장소를 알려달라”며 결혼까지 이야기한다.

이용숙 음악평론가는 “원작에서도 줄리엣은 수줍거나 청초한 캐릭터가 아니다”며 “르네상스 후기의 정신적 풍요로움 속에 탄생한 새로운 여성상”이라고 설명했다.

각기 다른 매력의 로미오와 줄리엣 캐스트=이번 ‘로미오와 줄리엣’의 캐스트도 화려하다. 줄리엣 역에는 소프라노 나탈리 만프리노와 박혜상이 맡았다. 만프리노는 세련되고 섬세한 감각이 돋보이는 소프라노로 지난 2015년 국립오페라단 ‘진주조개잡이’에서 레일라 역으로 국내무대에 첫 선을 보여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소프라노 박혜상은 호소력 짙은 표현력, 젊고 신선한 에너지의 신예다. 2015-16시즌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영아티스트 프로그램에 발탁돼 활동중이다.

상대역인 로미오에는 테너 스테판 코스텔로와 감동원이 맡는다. 코스텔로는 지난 2006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시즌오픈 공연후 ‘최고의 재능을 가진 테너’라는 평가를 받으며 주목 받기 시작했다. 김동원은 독일 카셀 시립극장에서 주역가수로 활동하며 다양한 오페라 레퍼토리를 섭렵했다. 특히 서정적이고 감미로운 미성과 강력한 고음이 돋보이는 프랑스오페라 레퍼토리의 탁월한 해석으로 정평이 나 있는 실력파 테너로 꼽힌다. 티켓은 1만~15만원.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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