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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더스카페]오늘날 문학이 잃어버린 것은?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 문학, 철학, 신학을 가로지르며 영감어린 글쓰기를 해온 이탈리아 철학자 조르조 아감벤(74)의 에세이 ‘불과 글’(책세상)은 주옥같은 열 편의 에세이를 담고 있다.

이 시대의 폭력, 정치, 삶에 대한 전복적인 사유를 담은 ‘호모 사케르’ 연작으로 잘 알려진 아감벤의 근작인 이 에세이는 그의 지적 여정의 본령이랄 언어에 대한 미학적 고찰로 일관한다.
[사진=불과 글/조르조 아감벤 지음, 윤병언 옮김/책세상]

철학과 문학의 경계에 선 글쓰기를 보여주는 ‘불과 글’은 문학의 기원에 대한 사유를 보여주는 표제작 ‘불과 글’을 비롯, 죄와 벌을 연결하는 것이 다름아닌 언어라는 사실을 통해 구속적인 인간의 실존을 보여주는 ‘관료주의적 신비’, 외부의 힘에 대한 저항과 해방하는 힘을 창조행위로 풀이한 ’창조행위란 무엇인가‘ 등 밀도높은 글과 시적 사유가 빛나는 철학적 단상을 만날 수 있다.

이 가운데 ‘글 읽기의 어려움에 관하여’‘책에서 화면으로, 책의 이전과 이후’‘창작활동으로서의 연금술’ 등 읽고 쓰기에 관한 주제도 눈길을 끈다.

아감벤이 말하는 글쓰기의 원형은 ‘불과 글’에 집약돼 있다.

불은 성스러움, 신비를 가리키는 상징. 아감벤은 독일에서 태어난 유대 철학자 숄렘의 저서 ‘유대 신비주의의 주요 학파들’의 마지막을 장식한 , 인간이 점차 불과 주문, 신비로운 장소에서 멀어져온 이야기를 통해 문학의 기원을 얘기한다. 즉 인간은 신비의 근원으로부터 멀어져왔으며, 불과 장소와 주문에 대한 전통적 가르침에 대해 기억을 잃고 말았지만 여전히 이 모든 것을 이야기로 전할 수 있으며, 그 자리가 바로 문학이라는 얘기다.

오늘날 문학이 잃어버린 것은 무엇인지, 글쓰기가 지향해야 하는 건 어떤 건지 깊은 울림을 준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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