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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더스카페]어둡고 음습한 우리의 현재와 근미래 소설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 매 작품마다 한국사회에 도발적인 메시지를 전해온 작가 장강명이 새로운 이슈를 들고 돌아왔다. ‘표백세대’라 이름한 젊은 세대의 자살을 다룬 ‘표백’, 한국을 탈출해 이민에서 미래를 찾는 ‘한국이 싫어서’, 국정원 불법 선거개입 사건을 모티브로 한 ‘댓글부대’ 등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 작가는 이번에는 북한으로 눈을 돌렸다, ‘우리의 소원은 전쟁’(예담)은 김씨 왕조 붕괴 이후의 북한을 배경으로 사흘간의 사투를 벌이는 근미래 액션 스릴러다. 
[사진=우리의 소원은 전쟁/장강명 지음/예담]

이야기는 무너진 북한의 통일과도정부에서 시작된다. 기능이 마비된 국가, 치안도 엉망이고 엄청난 양의 마약을 만들어내고 마약카르텔이 부패한 정치인들과 결탁한 약육강식의 무정부 사회다. 조선해방군은 나라를 지키는 군이 아니라 마약공장을 절반 가까이 소유한 재벌이다. 그런 혼돈 속에서 북한 장풍군에 수상한 사내가 등장한다. 얼굴에 칼날 흉터가 있는 이 사내의 이름은 장리철. 이유는 숨김채 신천복수대 출신을 찾아 헤매다 남한과 가장 가깝다는 장풍군으로 흘러들어온다. 한편 북한에 파견될 평화유지군으로 영어가 된다는 이유만으로 군대를 두 번 오게 된 남한 청년 강민준. 악명 높은 황해북도 장풍군 희망부대로파견되면서 그의 불행은 피할 수 없는 것이 된다. 여기에 마약수사팀 소속 미셸 롱 대위가 가세한 가운데 이들은 한 치 앞을 가늠할 수 없는 사건 속으로 빠져든다.

소설은 북한의 실상과 막연하게 장밋빛 미래로 포장된 통일을 현실적으로 목격하고 경험하게 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통일은 과연 대박사건’일까.

그 세계는 마약과 범죄의 온상이자 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치안의 공백, 그에 따른 사회적 혼란, 이미 뿌리내린 자본주의의 탐욕까지 어둡고 음습하다.

철저한 자료 조사와 전문가, 관련자들을 대상으로 취재해 손에 잡힐 듯한 실체로 그려낸 그림은 왠지 낯설지 않다.
[사진=피프티 피플/정세랑 지음/창비]

정세랑의 소설 ‘피프티 피플’(창비)은 50명의 사람이 말하는 대한민국의 절망과 희망의 이야기다. 50개의 장으로 구성된 소설은 한 장 한 장은 우리 사회 사건일지이자 현주소이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유가족의 사연, 성수자의 시선, 층간 소음 문제, 낙태와 피임에 대한 인식, 씽크홀 추락사고, 대형 화물차 사고 위험 등 ‘사고 공화국’ 한국사회의 모습 갈피마다 눈물과 분노가 흐른다.

“빗길에 미그러진 25톤 화물차가 중앙선을 넘어와 남편이 교통사고를 당해 뜻하지 않은 불행을”안게 된 유라는 “길을 걷다가 유난히 불행을 모르는 듯한, 웃음기를 띤 깨끗한 얼굴들을 발견하면 갑자기 화가“난다. 소설은 그렇게 50명의 아픔과 고통을 증언한다.

소설의 배경은 대학병원이지만 작가의 꼼꼼한 취재 덕에 병원의 일상이 리얼하게 펼쳐지며, 긴박감을 준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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