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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직구 열풍의 중심 “난 사이버 오퍼상”
1999년 직원 2명으로 출발
‘아이패드 직구사태’로 날개…작년 180만건 처리
국내 최초·최대 직구배송대행 김기록 몰테일 대표의 꿈과 일




“한국 쇼핑몰에서 잘팔리는 제품을 미국시장에 직접 선보이면 어떨까?”

해외 직접구매(직구)라는 개념이 생소했던 2007년, 김기록 몰테일 대표이사는 미국 현지에 부지를 매입하고 새 회사를 세웠다. 제휴사들의 해외판로를 지원하는 게 회사의 목적이었다. 회사 이름은 ‘쇼핑몰(Mall)’과 ‘테일(Tailㆍ유통이란 뜻을 담은 retail과 꼬리 tail 두 가지 의미)’을 더해 몰테일(Malltail)이라고 했다. ‘쇼핑몰의 유통’을 담당하겠단 의미였다. 쇼핑몰들의 꼬리가 돼 부지런히 움직이겠다는 뜻도 담겨 있었다.

현재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직구 배송대행업체 몰테일은 이렇게 세상에 탄생했다. 한국상품을 해외에 소개하겠다는 본래 취지에서 시작한 몰테일을 통해 김 대표는 ‘사이버 오퍼상(Offer商)’이 되겠다는 과거의 사업 목표를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직구 배송대행업체 몰테일을 이끌고 있는 김기록 대표이사. 그는 ‘사이버 오퍼상(Offer商)’이 되겠다는 과거의 사업 목표를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16일 서울 금천구 가산산동의 몰테일 사옥에서 김기록 대표를 만났다. 그는 몰테일과 함께 쇼핑몰 창업 솔루션 제공업체인 메이크샵(Makeshop), 역(逆)직구업체 오케이디지지(OKDGG) 등의 사업을 하는 코리아센터탓컴의 대표이사이기도 하다.

▶인터넷을 활용한 ‘사이버 오퍼상’을 꿈꾸다=“다양한 상품을 해외에 내다 파는 ‘오퍼상’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회사이름도 코리아센터닷컴으로 정했죠. 국가 무역을 할 때 허브같은 역할을 하고 싶었거든요.”

시작은 조그만 벤처기업이었다. 1999년, 다른 인터넷 기업들이 그렇듯 몰테일도 조그만 오피스텔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김 대표를 포함한 직원은 단 둘이었다.

현실은 열악했다. 당시 한국은 닷컴 물건을 갖다 팔아야 할 해외시장들이 인터넷 환경을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았다. 인터넷의 종주국이라고 불리는 미국조차 한국보다 정보통신 인프라가 열악했다. 인터넷 자체가 생소하다보니 사업에 필요한 법제적 조건들도 당시에는 부족했다.

현실의 벽에 부딪친 김 대표는 쇼핑몰 솔루션 사업으로 방향을 돌렸다. 솔루션은 쇼핑몰 제작부터 향후 관리까지 포함하는 서비스다. 그렇게 탄생한 쇼핑몰 창업 솔루션 제공업체 ‘메이크샵’은 등장과 함께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월 100여 건의 쇼핑몰 사이트 제작 요청이 들어왔다. 처음에는 무료로 구상했던 사업도 사업을 시작하고 얼마 안가 유료 사업으로 전환했다.

“오히려 고객들로부터 유료 사업을 하라는 요청이 있었어요. ‘메이크샵이 다 좋은데 이부분은 이렇게 고쳐줬으면 좋겠다’는 요구가 많았습니다. 무료로 판매하던 솔루션이다보니까 큰 돈을 받기보다는 5만 5000원으로 기능을 조금 더 한 프리미엄 상품을 판매했습니다. 당시 단순한 쇼핑몰 하나 제작하는 데도 1000만원이 들어가던 시절이니 싼 금액이었죠”.

사업은 철저하게 고객지향적으로 이뤄졌다. 김 대표는 고객들의 불만사항을 하나하나 직접 체크했고, 프리미엄 고객이 원할 경우에는 반품도 쉽게했다. 초기에 한 개의 서버로 시작했던 사업이지만 6개월만에 서버를 두 개로 늘렸고, 1년만에 서버실을 따로 둘 만큼 회원수가 늘어났다. 연 30억원 수준의 메이크샵의 매출은 2012년 450억원까지 뛰었다. 일본에 운영 중인 ‘메이크샵 재팬(Makeshop Japan)’도 현재 일본 쇼핑몰 제작 업계에선 1위의 사업자다.

▶해외로 눈을 돌리다…몰테일의 시작=김 대표는 “메이크샵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잘 돼야 우리 회사도 잘된다”는 말을 입 버릇처럼 달고다닌다. 이처럼 김 대표의 경영에는 늘 ‘상생’이라는 키워드가 함께한다.

배송대행 서비스인 몰테일도 메이크샵을 이용하는 고객사들의 ‘미국 진출’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됐다. 초기 사업 목표는 한국 상품을 해외 직접거래를 통해 미국에 판매하는 것이었다.

“주로 한국과 일본에 많은 메이크샵의 고객사들이 몰테일 서비스를 통해 미국 시장을 두드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미국 본사의 위치도 한국과 일본에서 가장 가까운 LA로 잡았죠. 사실 LA는 직구 배송대행지가 위치하기엔 별로 좋지 않은 동네에요. 세금이 많이 부과됩니다. 세금혜택을 받기엔 오리건 같은 곳이 좋죠.”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몰테일의 사업은 새 국면을 맞았다. 미국에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만든 서비스인데, 미국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아버렸기 때문이다. 사업 수정이 불가피했다.

미국 사업이 거듭 적자에 시달리던 2009년 8월 김대표는 해외 직구의 개념을 구상했다. 미국의 몰테일 지사를 미국 상품의 택배지로 이용할 계획을 세웠다. 해외배송의 리스크를 줄이고, 배송비를 저렴한 수준으로 낮췄다. 국내 최초의 해외상품 배송대행 사업이었다.

몰테일의 배송대행 서비스는 ‘아이패드 직구 사태’를 계기로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된다. 애플이 신규아이패드를 출시하면서 한국 시장을 출시국가에서 제외하자, 아이패드를 사기 위한 직구 수요가 증가했고 덕분에 배송을 대행해주는 몰테일에 대한 관심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 덕분에 몰테일은 2010년의 76만건의 배송대행 처리 실적을 기록했다. 직구 붐이 일면서 배송대행 처리 건수는 매년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몰테일이 처리한 배송대행 건수는 180만건이다.

“처음 미국에 들어갈 때는 10만 달러(한화 1억2000만원) 정도 수익을 올리면 정말 좋겠다라고 생각했어요. 그때는 매출이 2~3만불 수준이었거든요. 하지만 아이패드 사건을 계기로 사업이 성장했고, 현재는 100배 이상 매출이 올랐습니다. 그렇게 되기까지 노력을 정말 많이 했습니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배대지’라는 개념에 대해 이해조차 못했을니까요.”

김 대표는 미국 외에도 유럽과 일본 등지에서 해외 상품을 구입하려는 고객이 늘어나고 있음에 주목하고 있다. 덩달아 김 대표의 해외 출장도 잦아졌다. 목적지는 주로 독일이나 미국이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사이버 오퍼상’의 꿈을 현실로 일궈내고 있는 김 대표는 이제 단순히 한국 상품을 해외에 선보이는 것을 넘어 몰테일을 통해 세계 각국의 제품들이 저렴한 가격에 교류되게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향후 몇 년안에 해외직구는 유통채널로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아갈 겁니다. 독자적인 영역도 갖출 거에요. 해외를 나가보면 이 상품은 정말 한국에 소개하고 싶다는 것이 많아요. 저는 더욱 열심히 해서 다양한 국가의 좋은 상품을 세계 곳곳으로 유통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김성우 기자/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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