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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 선조들의 엔지니어링 역량과 건설 산업 경쟁력
수원 화성은 1997년 유네스코(UNESCO) 세계유산목록에 등재된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다. 그런데 수원화성의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과정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은 일화가 있다. 당시 유네스코 심사관들은 6ㆍ25 전쟁 등으로 훼손된 화성이 과연 제대로 복원됐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졌다.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추진 측은 ‘화성성역의궤’라는 10권의 책을 제출했다. 책에는 성곽축조 기본계획, 공사 일정, 장인명단, 투입자재, 시설물 그림 등 공사에 관한 모든 것이 총망라돼 있어 실제 화성복원에 활용됐는데 이를 꼼꼼히 확인한 심사관들이 탄복해 세계유산 등재를 허락했다는 후문이다.

수원 화성 축조에 관한 일종의 보고서인 ‘화성성역의궤’는 오늘날 우리 건설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수원 화성은 성곽의 축조를 위한 기획, 설계, 자재의 조달, 시공 등 사업 전반에 대해 통합적인 해결책을 사전에 강구해 전략적으로 사업을 추진했다. 당시 선조들의 뛰어난 건설사업 역량을 엿볼 수 있다.

오늘날 통합적인 건설서비스 역량은 건설 기업들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세계 유수의 건설 기업들은 기획, 타당성조사, 설계, 건설사업 관리(CM) 및 운영관리 등을 포함하는 토털 엔지니어링 서비스를 바탕으로 세계 건설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 기업들은 상세 설계 및 시공 분야에서 강점을 갖고 있으나 난이도가 높은 기획, 개념 설계, 사업관리 등에서는 상대적으로 열세다.

정부는 건설 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부가가치가 높은 건설 엔지니어링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한다고 판단하고 정책적으로 적극 지원하고 있다. 특히 세계 건설시장에서 우리 건설 엔지니어링의 성장 잠재력이 크고 우리 기업의 후속 사업 수주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와 같은 인식을 바탕으로 국토교통부는 지난 10월 12일 강호인 장관 주재로 제2차 해외건설진흥회의를 개최해 ‘건설 엔지니어링 해외진출 확대 전략’을 발표했다. 건설 엔지니어링 산업의 기초 체력을 튼튼히 다져 국제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 해외 시장에서 제2의 도약을 이루어내기 위해서다.

우선 용역대가를 실제 투입된 비용을 기초로 산정하는 실비정액가산 방식을 조기에 정착시킴으로써 불합리한 대가를 현실화해 제값 받고 일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또 해외 진출에 필요한 경험 축적을 위해 국제 입ㆍ낙찰 기준을 국내 사업에 시범 적용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용역분야에도 종합심사낙찰제가 도입되도록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다.

아울러 해외진출 사업역량 강화를 위해 금융ㆍ설계ㆍ계약ㆍ사업관리 등 특정 분야의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특성화대학원을 운영한다. 공공건설사업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공공 부문에도 건설사업 관리(CM)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술 수준의 명확한 진단을 토대로 시장 적용성이 높은 연구개발(R&D)을 전략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건축, 시설물, 철도, 항공, 주택, 교통 등 주요 국토교통 SOC 시설에 대한 기술 수준을 상세히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세부적인 기술 확보 전략을 마련할 계획이다.

정부는 앞으로도 건설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건설엔지니어링 제도를 선진화하고 우수한 인력을 양성하며, 건실하고 합리적인 산업기반 조성을 위해 노력을 다할 계획이다.

그러나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라는 말처럼 정부와 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 건설 엔지니어링업계 스스로도 자구 노력을 통해 기업의 사업 및 경영체계를 선진화하고 건설업계가 모두 공감하고 상생할 수 있는 발전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정부와 건설 관련 주체들이 협력적인 상생생태계를 조성해야 우리 건설 산업의 미래가 밝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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