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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업~폐업 원스톱 컨설팅①]“의욕만 앞선 창업, 망합니다”…돌직구 지적 ‘진땀’
-서울시 자영업지원센터 창업 컨설팅 받아보니

-“동기는? 전략은?”…질문공세에 머리 지끈

-상권분석서 손익계산까지…3차 컨설팅은 기본

-창업 만류도 종종…“공부 먼저 권유하기도”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 대기업 식품회사 과장 A(45) 씨는 이제 ‘사장님’으로 요식업계에 다시 뛰어들기로 마음 먹었다. 두둑한 퇴직금이 있어 자신감은 가득했다. 그는 서울시 자영업지원센터 창업 컨설팅을 신청, 기대를 안고 상담에 임했다. A 씨가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느낀 건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쏟아지는 지적에 말문이 막히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결국 의욕만 앞섰던 그는 “1~2년 공부를 더 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사진=기자가 자영업지원센터에서 전문가에게 창업 컨설팅을 받고 있다.]

창업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하지만 서울시 자영업지원센터 관계자에 따르면 센터 내 창업 컨설팅을 받는 참여자 다수는 A 씨와 비슷한 마음으로 온다. 더 큰 짐을 떠안을 수 있는 유형으로 창업 지식이 우선 필요한 경우에 속한다.

자영업지원센터 ‘인기 프로그램’인 창업 컨설팅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아울러 의욕만 앞세운 창업은 어떤 문제가 지적되는지 A 씨 사례로 시뮬레이션 컨설팅을 15일 센터에서 받아봤다. 이날도 센터는 컨설팅을 받으러 온 참여자들로 북적였다.

상담사로 박성희 서울신용보증재단 선임전문위원이 함께 했다. 앉자마자 두툼한 사업계획서가 눈 앞에 놓였다.

먼저 받은 질문은 ‘왜 창업을 생각했느냐’는 말이었다. “고된 업무를 견딜 수 없었다”는 전형적인 이유를 대자 자세한 동기를 파고 들었다. “식품 회사에서 오래 일했으니 혼자서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는 대답에 몇년 경력인지, 성과는 어땠는지 꼼꼼히 확인했다.

이내 말문이 막히자 박 위원은 “창업 이유가 단순 충동인지, 오랜 생각 결과인지 알 수 있는 과정”이라며 “다시 진지한 고민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상권 분석이 시작됐다. 염두에 둔 후보지가 있느냐는 물음에 관악구 남부순환로 봉천역, 서울대입구역을 꼽았다. 대학생이 많고 임대료가 쌀 것 같은 느낌에서였다.

박 위원은 ‘우리마을가게 상권분석 서비스’를 참고, 두 장소 분석을 시작한다. “막연한 눈대중보다는 데이터 기반으로 장소를 정해야 한다”는 충고도 잊지 않는다.

분석한 자료는 추후 현장 조사 등을 통해 수십장 보고서로 완성, 신청자에게 제공한다. 모두 맞지 않는 장소로 판명, 아예 장소를 다시 선정해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했다.

판매 계획을 검토하는 시간에도 진땀을 흘렸다. 차별화된 아이디어 없이는 난립하는 음식점 속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쿠폰ㆍ마일리지 제도는 물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한 마케팅 기법을 소개받고 나서야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마지막은 손익계산서를 작성하는 시간으로 꾸며졌다. 매출액 등을 판단하는 단계로, 액수는 만원 단위로 정밀히 쓸 수 있다. 홍보 판촉비에 예산 40%를 쓰겠다고 하자 박 위원은 “광고만 하다 음식 재료를 못 살 수 있다”며 판매 관리비 등의 개념을 설명했다.

[사진=자영업지원센터에 방문한 시민 몇명이 창업 계획서를 두고 회의를 하고 있다.]

약 1시간 의논 끝에 손익계산서와 함께 전체 사업계획서 기틀을 다졌다. 생각보다 어려운 절차에 컨설팅이 없었으면 졸속 진행했을 것을 생각하니 아찔했다.

박 위원은 “분명하지 않은 목표, 흐릿한 아이디어로는 빚만 더 안게 될 수 있다”며 “컨설팅을 하다 여의치 않으면 만류하는 일도 우리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컨설팅에 대해서는 “창업보다 기본 교육을 우선해야 하는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아야 했다.

자영업지원센터 창업 컨설팅은 보통 3차례 이상 이뤄진다. 횟수가 늘어날수록 내용은 더욱 심화되며, 신청자는 절차를 밟으며 감을 익힌다.

김태명 서울신용보증재단 팀장은 “전문지식을 갖고 있는 제3자를 통해 바람직한 창업 방법을 소개하는 게 컨설팅의 목표”라고 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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