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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식 풍습’을 알면 문화가 보인다
-한국은 시험일 미역국 피하고 美는 새해 행운상징 ‘호핑 존’ 먹어…英은 결혼식때 부를 가져다준다는 ‘설탕 버무린 아몬드’ 선물


음식은 문화와 함께 움직인다. 수능을 볼 때 한국인들은 미역국을 마시지 않고, 일본에서는 가츠동을 먹는다. 유대인들은 신에게 제물을 바칠 때, 일부러 발효시키지 않은 빵만을 골라 바쳤다. 정작 유대인들은 나머지 날들 동안 발효시킨 맛있는 빵들을 실컷 먹었다. 당시 고대인들의 인식 속에서 ‘발효’와 ‘부패’의 과학적인 차이는 설명될 수 없기 때문에 감히 신에게 ‘썩은 음식’을 바칠 수 없었던 것이다.

이처럼 세계 각국에는 그 나라의 문화와 인식이 음식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나라마다 음식에 대한 풍습이 천차만별이다. 한국은 시험일 미끄러지지 말라고 미역국을 금기시하고, 일본은 ‘이기다’ 와 발음이 비슷한 ‘가츠동’ 을 먹는다. 또 말레이시아, 홍콩, 싱가폴에서는 시험당일 집중력에 도움이 된다는 믿음 때문에 닭고기 육수를 마시기도 한다. 중국에선 빨간색이 행운의 상징 이기에 붉은색 속옷을 입는 사람이 많다.

먼 옛날 소금은 모든 사람들에게 있어서 존귀한 존재였다. 소금은 음식의 간을 맛추는 양념가운데 하나다. 소금의 가격은 고대와 중세 시절에 엄청나게 비쌌다. 게다가 소금은 민간요법에 있어 기적적인 힘을 가진 굉장히 주요한 물질이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소금을 엎지르면 재난이 닥쳐올 조짐이라고 여겼다. 영화 1994년 ‘덤앤더머’에서 로이드는 해리의 식탁 앞에 소금이 엎질러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우리 일에 불행이 닥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소금이 귀했던 시대가 만들어놓은 미신이다.

러시아에서도 마찬가지다. 과거 러시아 사람들은 소금에 마술적인 힘이 담겨있다고 생각했고 이를 민간요법에 사용했다. 쏟아진 소금은 나쁜 징후를 상징했는데 가족 간의 불화가 발생할 것이라고 여긴다.

유사한 미신은 인도에서도 존재한다. 인도에서는 소금이 아니라 또르띠아를 떨어뜨리면 불운이 닥친다고 믿는다.

아일랜드에는 봄, 여름의 아침식사 전에 뻐꾸기 소리를 들으면 그 사람은 죽는다는 미신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유난히 일찍 일어나서 아침밥을 먹는다고 한다. 
붉은칠리.

힌두교를 믿는 인도의 경우, 악운을 없애고 악마의 기운을 없애기 위해 붉은 칠리를 즐겨 먹는다고 한다. 붉은 색 칠리는 악의 시선을 따돌려 불운을 피하게 해준다고 알려져 있다. 
 
새해가 찾아오면 음식에 대한 세계 각국의 풍습과 미신을 확인해볼 수 있다. 세계 각국 사람들은 새로운 시작과 과거를 정리한다는 의미에서 새해에 특정 음식을 먹는 문화를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먹기 위해 산다’는 프랑스인들과는 반대로 ‘살기 위해 먹는다’는 네덜란드인들은 올리볼렌(Olie Bollen)을 먹는다. 올리볼렌은 문자 그대로 오일 볼, 즉 과일을 넣은 반죽을 기름에 튀긴 도넛을 말한다. 12월에 접어들면 네덜란드 길거리 곳곳에서 이 올리볼렌 튀기는 냄새가 진동을 하며 새해가 임박했음을 알린다. 맛있다고 소문난 곳에는 길게 줄이 늘어서기 때문에 1~2시간씩 기다려야 살 수 있다. 온 가족이 갓 튀긴 뜨거운 도넛을 나눠 먹으며 한 해의 평안과 행운을 기원한다.
호핑존.

미국 새해음식으로는 ‘호핑 존(Hopping John)’이 있다. 남부 지방의 가난한 노예들이 먹던 음식에서 유래한 호핑존은 검은 콩, 쌀, 돼지고기에 남는 야채를 몽땅 쓸어 넣어 끓여 만든다. 재료 하나하나가 부를 기원하는데, 검은 콩은 동전을 상징하며 실제 동전을 그릇 아래나, 바닥에 넣기도 한다. 바실로피타와 비슷하게 동전을 차지하는 사람이 한 해 행운을 가져간다. 또한 지폐를 상징하는 푸른 잎 채소들을 넣기도 한다.

코테치노 콘 렌티치(Cotechino con lenticchie)는 이탈리아의 새해 음식으로 돼지발로 만든 소시지에 렌즈 콩을 얹는 음식이다. 채소, 우유, 와인을 넣은 물에 돼지 발을 잘 삶아 뼈를 제거한 후 껍질과 고기를 잘게 썰어 소시지로 만들고 여기에 올리브오일에 볶은 야채, 향신료, 토마토 등과 졸여 볶은 렌즈 콩을 얹는다. 이탈리아 말로 ‘scratch(긁는다)’에는 ‘궁핍하게, 가까스로 살아간다’라는 뜻이 있다. 땅을 긁지 않는 동물, 돼지를 먹어 한 해를 풍요롭게 보내기를 기원하는 것이다.

결혼식에서도 그 나라의 풍습과 음식문화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슈가아몬드.

하얀 웨딩드레스가 시초인 영국에서는 신혼여행을 가는 신랑과 신부에게 설탕을 묻힌 아몬드를 다섯알 선물해주는 전통이 있다. 건강과 장수, 부, 행복, 정절을 의미하는데, 이는 우리나라의 폐백 문화와 비슷하다. 비슷한 의미에서 미국은 신랑과 신부에게 예식이 끝나면 쌀알을 던진다. 신부의 다산과 가족의 번창을 기원하는 것이다.

문재연 기자/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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