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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력·탐욕에 중독된자 파멸하리라 맥베드처럼…
-베르디 오페라로 만나는 ‘맥베드’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 기념 공연
다양한 장르 연출 고선웅, 오페라 첫도전

유럽 오페라 무대 맹활약 구자범 ‘지휘봉’
“맥베드 최후, 이시대의 거울처럼 보일것”



“권력에 눈먼 가증스러운 맥베드 부인과 마녀들과 접촉하고 파멸하는 맥베드의 최후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참담한 사태와 너무 닮았다. 극을 여닫는 마녀들의 합창은 이 시대 거울처럼 보일 것이다.” (구자범 지휘자)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을 기념해 서울시오페라단(단장 이건용)이 베르디 초기 걸작 ‘맥베드’를 오는 24일부터 27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 올린다. 지난 10월 31일 세종문화회관 연습실을 공개한 자리에서 제작진은 작품의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이건용 단장 겸 예술감독은 “탐욕을 미덕으로 여기며 자랑하는 이 시대는 악함에 대한 불감증에 걸린 것 같다. 악과 탐욕의 중독은 파멸로 이어지는데, 셰익스피어가 이 비극을 통해 400년이 지난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경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맥베드’는 용맹한 장군 이자 야심가인 맥베드가 마녀의 사주를 받아 자신이 섬기는 왕을 살해하고 왕위를 찬탈하는 내용을 그린다. 레이디 맥베드는 맥베드의 욕망을 부추기며, 부부의 잔혹한 계획은 결국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다.

연극, 뮤지컬, 창극 등 장르를 넘나들며 잇따른 화제작을 선보여온 고선웅 연출이 오페라에 처음 도전한다. 2010년 맥베드를 재해석한 액션활극 ‘칼로 막베스’로 당시 동아연극상 작품상과 연출상 등을 휩쓸었던 그가 베르디 오페라로 다시 한 번 맥베드를 만났다. 그는 “처음 하는 작업이어서 발을 어떻게 담가야 하나 고민했으나, 하면 할수록 좀 더 자연스러워지고 나의 역할에 자신감이 생겼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칼로 막베스’에서는 칼이 보였다면, ‘맥베드’에선 멋있는 아리아와 합창이 보였다”면서 “연극보다 오페라가 극적인 비약이 있고, 노래 자체로는 완성도가 높으나 시각적으로는 지루할 수 있다. 연출가로서 배우들의 동선을 효과적으로 구성하고 강약을 안배함으로써 새로운 ‘맥베드’를 탄생시키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구 지휘자의 예리한 음악적 해석에 적극적으로 따르면서도 그동안 다양한 작품에서 보여준 특유의 감각을 놓치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연결 고리에서 나만의 색깔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을 것”이라 귀띔했고, 이건용 단장은 “고선웅 표 맥베드가 나올 거라는 예감이 든다. 중독이라는 개념 역시 고 연출이 초기 토론 과정에서 던진 화두였다. 분명히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럽 무대에서 오페라 지휘자로 활발히 활동했던 구자범은 3년 전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임 지휘자 사퇴 이후 본 공연으로 본격적인 국내 복귀에 나선다. 베르디가 바라본 셰익스피어에 초점을 맞췄다는 구 지휘자는 “베르디는 극 중 마녀 셋을 합창단으로 설정했으며, 합창으로 시작해 합창으로 끝나도록 음악을 구성했다. 그러므로 베르디의 ‘맥베드’는 두 주인공의 시선 못지않게 합창단에 중점을 두고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레이디 맥베드 역의 소프라노 오미선은 “남편을 통해 자기 권력을 움켜쥐려는 악녀다. 이 시대 ‘누군가’를 반영하는 역할 같아서 사실 마음이 무겁다. 리트머스 종이처럼 역할에 물들어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역의 소프라노 정주희는 “(고선웅 연출이) 걸음걸이와 자세와 같은 구체적인 행동까지 섬세하게 지시해줘 표현하기에 수월하다”며 연습 분위기를 전했다.

맥베드 역에는 뉘르베르크 국립오페라극장에서 주역가수로 활동하고 특히 유럽에서 ‘맥베드’로 정평이 나 있는 바리톤 양준모가 출연하며, 하노버 국립극장과 슈투트가르트 국립극장에서 전속 솔리스트를 역임한 바리톤 김태현이 본 작품으로 국내 데뷔한다. 관람료 2만~12만원.

뉴스컬처=송현지 기자/song@newsculture.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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