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강압있었나 대가 바랐나…숨죽인 기업들
직권남용죄로만 수사하면 처벌 피할 듯


미르ㆍK스포츠 재단의 대기업 강제 모금 의혹을 둘러싼 검찰 수사가 가속화되면서 기금을 내놓은 기업들은 어떤 처분을 받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앞서 기금 출연요구를 받은 롯데그룹과 SK그룹 관계자를 불러 조사한 내용을 토대로 최순실(60) 씨와 안종범(57)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해 긴급체포했다. 이들 기업은 검찰 조사에서 “사실상 최 씨 측과 안 전 수석이 강요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은 계열사를 통해 미르ㆍK스포츠 재단에 45억원을 출연한 이후 재차 출연 요구를 받아 K스포츠 재단에 70억원을 내놨다가 돌려받았다. SK그룹도 K스포츠 재단으로부터 80억원을 요구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기업이 주장대로 강요에 못이겨 돈을 냈거나 기금을 출연하면서 어떤 대가를 요구하지 않았다면 처벌에까지 이르지는 않을 것으로 법조계는 보고 있다. 기업 형사 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A 변호사는 “위협에 못이겨 어쩔 수 없이 줬다면 해당 기업은 공갈의 피해자일 뿐 내놓은 기금을 뇌물로 볼 수 없다”며 “다만 공갈로 인정될 정도의 협박이나 강요가 있었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정부와 기업 간의 관계에 비춰볼 때 대가성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부장판사 출신의 B 변호사는 “기업이 정말 돈을 줄 이유도 없고 대가성 청탁한 것도 없는 상황에서 단순히 뺏긴 거라면 강요로 볼 수 있지만 그런 경우는 많지 않다”며 “일단 기금을 출연해 (청와대와) 관계를 잘 해놓으면 나중에라도 이득을 볼 일이 있겠지 라는 기대만 갖고 줬을 경우 (뇌물의) 대가성이 인정될 여지가 있다”고 했다.

최 씨와 안 전 수석이 기금 출연을 요구한 기업들이 대부분 사정당국의 조사를 받거나 오너의 사면이 절실한 기업들이었다는 점에서 양측이 모종의 ‘거래’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당장 부영그룹은 K스포츠 재단으로부터 80억원의 투자 요구를 받고 그 대가로 세무조사 편의를 봐달라고 청탁한 사실이 언론보도에 나면서 도마 위에 올랐다. 이 자리에는 안 전 수석도 참석해 청와대의 개입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다. 최 씨는 부영이 세무조사 편의라는 조건을 내걸자 더 이상 진행하지 말라고 지시해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B 변호사는 “투자를 약속했거나 실제 투자했다면 뇌물죄 적용이 가능하지만 실제 성사되지 않았기 때문에 부영을 처벌할 근거가 현재로선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한편 안 전 수석이 검찰 조사에서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모금했다”고 진술한 것에 대해 A 변호사는 “기업들이 재단의 사업내용을 미리 알고 돈을 냈다면 자발적으로 볼 수 있지만 청와대 비서관이 전화까지 해서 요구해 이뤄진 것 아니냐. 강제성이 없다고 할 수는 있어도 자발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의혹이 제기된 만큼 해당 기업 관계자들이 검찰에 참고인 신분으로 줄줄이 소환돼 조사받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검찰이 전날 안 전 수석과 최 씨에게 직권남용죄를 적용한 것도 기업들에겐 중요한 대목이다. 돈을 주고받은 쌍방을 처벌하는 뇌물죄와 달리 직권남용죄는 권한을 남용한 쪽만 처벌할 수 있다. 때문에 검찰이 직권남용에 집중해 수사할 경우 기업은 피해자나 참고인 신분으로만 조사받게 될 전망이다.

김현일 기자/joz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