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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마음을 움직이는 사과를 듣고 싶었다
한 국가의 대통령이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과하는 일은 드문 일이다. ‘공개 사과의 기술’의 저자인 에드윈 바티스텔라는 좋은 사과의 예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을 들었다.

1997년 클린턴 전 대통령은 터스키키연구소의 매독 연구에 이용된 흑인들에게 사과했다. 1932년 터스키키연구소 의료진들은 수백명의 흑인을 대상으로 매독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에 참가한 흑인들은 어떤 연구인지 모르고 그저 공짜로 약을 주는 줄 알고 있었다. 실험에 참가했던 흑인 28명이 매독으로 사망하고, 100명이 합병증으로 죽었다.

40년 뒤에 클린턴 전 대통령이 이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1500단어에 이르는 클린턴 전 대통령의 사과문은 구차한 변명없이 직설적이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희생자들이 “연구에 이용당했다”, “배신당했다”, “속았다”고 표현했다. 또 “미국인을 대표해 부끄럽고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과거를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NN은 이에대해 클린턴 전 대통령이 “마음을 움직이는 사과(emotional apology)”를 했다고 평가했다.

1년 뒤 클린턴 전 대통령은 개인적인 일로 또다시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그는 1998년 8월 17일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스캔들에 대해 4분동안 사과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르윈스키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며 “전적으로 후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반드시 잘못을 바로 잡고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겠다”고 강조했다. 대국민 사과가 끝난 뒤 CNNㆍUSA투데이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53%는 “빌 클린턴의 해명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25일 최순실 의혹에 대해 사과했다. 박 대통령은 1분 40초간 476글자의 사과문을 읽어내려갔다.

이에대해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우리는 대통령의 개인 심경이 아니라 무너진 헌정 질서를 어떻게 일으켜 세울 것인지에 대한 상황인식을 듣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국민이 알고 싶어하는 것에 대해서는 질문도 받지 않고 들어가 감동을 느끼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말대로 사과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진정성이 없는 사과, 향후 수습책이 없는 사과는 ‘나쁜 사과의 예’로 역사속에 남을 수 있다. 

ss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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