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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혁당 사건’ 피해자 유족 16억여원 국가배상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사상 최악의 사법살인이라 불리는 ‘인민혁명당(인혁당) 사건’의 피해자 유족 48명에게 국가가 16억여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5부(부장 이흥권)는 인혁당 사건 피해자 고(故) 도예종 씨의 유족 등 48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가 유족들에게 총 16억87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인혁당 사건은 박정희 정권 아래 두 차례 벌어졌다.

‘1차 인혁당 사건’은 1964년 8월 중앙정보부가 “북괴의 지령을 받고 국가변란을 기도한 비밀 지하조직 인혁당을 적발했다”고 발표하면서 불거졌다. 한일회담 반대 학생시위가 전국으로 번져 군사정권을 위협하던 시기였다. 


당시 검사들은 공소제기를 거부하고 사표를 제출했지만, 검찰 지휘부는 중앙정보부의 기소송치의견서를 그대로 옮겨 도 씨 등 13명을 재판에 넘겼다. 도 씨 등은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돼 징역 1년에서 3년의 실형을 살고 석방됐다.

유신반대 시위가 확산되던 1974년 중앙정보부는 “‘인혁당 재건위’가 북괴의 조종을 받아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을 배후에서 조종했다”고 발표했다. 소위 ‘2차 인혁당 사건’이었다.

군 검찰은 사건에 연루된 도 씨 등 8명을 기소했다. 1975년 대법원이 사형을 확정했고, 판결 확정 18시간 만에 사형이 집행됐다.

이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와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이 사건들이 고문으로 조작됐다는 점을 규명했다. 유족들은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2차 인혁당 사건’ 피해자들은 2007~2008년, ‘1차 인혁당 사건’ 관련자들은 지난해 5월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에 도 씨 등 피해자 12명의 유족들은 국가의 불법행위로 입은 손해를 배상하라며 지난해 11월 국가에 50여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불법행위를 저지른 국가가 유족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중앙정보부 수사관들은 피고인들을 체포ㆍ구속하면서 영장없이 불법 구금했고, 각종 구타와 고문 등 가혹행위로 허위자백을 받아내 기소했다”며 체포ㆍ수사과정에서 국가의 불법행위가 명백하다고 봤다.

이어 “재판과정에서 제출된 증거 대부분이 증거능력이 없고, 나머지 증거들만으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기 부족함에도 법원은 이들에게 징역형을 내리고 구금해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법원이 신속한 재심판결로 진실을 밝혀 피해자들의 누명을 벗겨줬고, 이후 상당한 국가배상이 이뤄져 유족들의 오랜 정신적 고통이 다소나마 위로됐을 것으로 보인다”며 “배상범위를 불법 구금등에 따른 당시 손해에 한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기존에 유족들이 받은 형사보상금 등을 제외해 재판부는 배상액을 16억8700여만원으로 결정했다.

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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