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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성원 전체가 모욕 당했다” 이대교수 첫 집단행동
“이화공동체 붕괴” 위기의식

의혹 책임지고 총장 사퇴 압박

내달 3일엔 대규모 집단시위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들이 결국 최경희 총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집단 행동에 나선다. 개교 130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이를 두고 대학가에선 장기화 국면을 맞이한 본관 점거 농성과 ‘비선실세’로 알려진 최순실(60ㆍ여ㆍ최서원으로 개명) 씨의 딸 정유라(20) 씨의 입학 및 학사관리 특혜 의혹으로 인해 ‘이화 공동체’가 붕괴할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이 극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화여대 교수협의회(이하 교협)는 19일 오후 3시30분부터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본관 앞에서 최경희 총장 해임을 촉구하는 집회 및 시위를 실시한다.

김혜숙 교협 공동회장은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언뜻 보면 학교측이 지난 17일 열린 간담회에서 그동안 제기됐던 (최순실 씨 딸 정유라 씨 입학 및 학사관리 부실) 의혹에 대해 논리적으로 설명한 듯 보이지만 비정상적인 절차들이 연이어 한 학생만을 둘러싸고 일어났는지에 대한 의혹은 전혀 설명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이화여대가 쌓아 올린 지난 130년간의 역사 이래 이 같은 문제는 한 차례도 없었다”며 “그 역사에 오점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최 총장이 이번 의혹 및 장기간 계속되는 학내 분규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협은 이날 집회를 시작으로 총장 사퇴 및 해임을 요구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오는 11월3일엔 학생, 동문, 교직원 등과 함께 대규모 공동 행동을 벌인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대학가에서는 이같은 이화여대 교수들의 직접적인 집단 행동에 대해 상당히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한다. 서울시내 A대학의 한 교수는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는 교수 사회에서는 지금껏 학내 분규나 사회적 이슈가 발생했을 때도 당사자로 나서기 보다는 객관적인 입장에서 평가를 내리거나 중재ㆍ심판자의 역할을 자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이화여대 교수들 역시 직접 행동에 나서기까지 오랜 시간에 걸쳐 신중한 행보를 보여온 것이 사실이다.

미래라이프대학 설립을 둘러싼 갈등으로 84일째 이어지고 있는 학생들의 본관 점거 농성 사태 초기에 교수들은 중재자로서 학생과 학교의 입장을 조정하는데 주력했다. 이후에도 단과대학별로 성명서를 발표하거나 연대 서명을 벌이는 등으로 의견을 표출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본격적으로 교협이 최 총장 사퇴를 요구하며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한 이후에도 이사회 및 총장과의 면담 등을 통해 자체적인 해결책을 찾는데 주력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서울시내 B대학의 다른 교수는 “교수 사회에선 학내 분규가 발생했을 때는 웬만큼 심각한 사안의 경우에도 집회나 시위보단 성명서 발표나 서명운동 전개 등의 형태로 의견을 전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번 이화여대 교수들의 집단 행동은 결과를 떠나 직접 교수들이 학내 분규의 당사자로 뛰어들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으며, 이는 학교측과 재단측에는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교수들이 직접 거리로 나선데는 정 씨와 관련된 입학 및 학사관리 특혜가 대학사회의 근간을 흔드는 문제라는 점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이화여대 소속 한 교수는 “그동안 불거진 미래라이프대학 논란 등은 일명 잘해보려다 의사소통의 부족 등으로 인해 불거진 일인가 생각하고 넘어가려 했지만 이번만은 다르다”며 “성실하게 자기 자리에서 제역할을 묵묵히 하고 있는 이대 구성원 전체가 모욕당한 느낌”이라고 했다.

신동윤 기자/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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