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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침표 찍는 롯데 수사 ①] ‘역대급 수사’ 132일만에 초라한 마무리…“대기업수사 손질” 목소리도
-사상최대 압수수색 포문 열었지만…신동빈 회장 영장 기각등 동력약화

-“이제는 대기업에 대한 검찰 수사 변할 때” 개선 필요성 목소리 높아져



[헤럴드경제=양대근ㆍ고도예 기자] ‘재계 서열’ 5위 롯데그룹을 겨냥한 초유의 검찰 수사가 착수 132일 만에 마침표를 찍는다.

롯데의 전근대적인 경영 방식과 한ㆍ일 양국에 복잡하게 얽힌 지분구조가 드러난 점은 이번 수사의 주요 성과로 꼽히지만, 관심을 모았던 총수 일가의 비자금과 제2 롯데월드 인허가를 둘러싼 정관계 개입 의혹 등 핵심 부분에서는 눈에 띄는 결과가 없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일각에선 검찰의 대기업 수사 관행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는 실정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달 20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사진=헤럴드경제DB]

19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이날 오후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넉 달 넘게 이어온 수사를 사실상 마무리한다.

지난 6월 10일 롯데수사팀은 그룹 정책본부와 호텔롯데, 롯데쇼핑 등 10여개 계열사를 대상으로 기습적인 압수수색에 돌입하며 대형 수사의 서막을 알렸다.

롯데그룹 정책본부와 소공동 롯데호텔, 총수 일가 자택 등 압수수색에 투입된 검사와 수사관만 240여명으로 사상 최대 규모였다. 이는 서울중앙지검 전체 수사 인력의 4분의1에 해당되는 숫자로, 그동안 피의자 또는 참고인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롯데 전현직 임직원도 500여명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케미칼이 세금소송사기를 통해 270억원 상당을 부당하게 환급 받은 사실을 적발한 점도 주목할 성과로 꼽힌다.

하지만 롯데케미칼이 연간 수조원대 원료를 수입하면서 일본 계열사를 끼워 넣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와 관련 롯데 측이 일본 계열사 거래내역 등 자료제출을 거부하면서 난항을 겪기 시작했다.

여기에 주요 계열사 사장의 구속영장이 잇따라 기각되고 그룹 2인자인 고 이인원 부회장이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수사 일정에 적지 않은 차질이 생기기도 했다.

이 부회장의 장례기간이 끝나고 총수 일가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했지만 역시 순탄치 않았다. 수사팀은 ‘비리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신동빈(61) 롯데그룹 회장을 직접 소환조사하고 500억원대 횡령과 1750억원대 배임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지난달 29일 법원이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하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수사팀은 신 회장의 영장 재청구 여부를 고심했지만 또다시 기각될 가능성과 수사 장기화에 따른 경제 영향 등을 고려해 불구속기소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격호 총괄회장 등 롯데 총수 일가 3부자와 제2롯데월드 타워의 모습. [사진=헤럴드경제DB]

신 회장의 부친인 신격호(94) 총괄회장에 대해서도 지난 2006년 차명으로 보유하던 일본 롯데홀딩스 주식 6.2%를 액면가에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57) 씨와 맏딸은 신영자(74) 이사장이 지배하고 있는 해외 특수목적법인(SPC)에 넘기는 방식으로 수천억원의 증여세 납부를 회피한 것으로 보고 불구속기소를 할 방침이다.

수사팀은 신동주(62)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도 400억원대 부당 급여 수령 혐의로 함께 불구속 기소하기로 결정해 롯데 총수 일가 5명이 모두 법정에 서게 될 전망이다.

한편 롯데 수사를 계기로 검찰의 ‘먼지털이식’ 대기업 수사 관행에 대한 개선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윤상직 새누리당 의원은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대기업이 잘못한 부분이 있으면 엄하게 처벌해야 하고 엄정한 법집행이 필요하지만 이제는 기업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변할 때가 됐다”며 “글로벌 기업에 대해 압수수색을 하는 장면들이 실시간으로 해외로 전송되고 경쟁 기업들이 이를 악용하고 있다. 수사를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하려면 짧은 기간 내 제대로 확실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도 “요즘은 기업 법무팀에서 아예 압수수색을 대비해 철저하게 준비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며 “기존 수사 방식으로는 기업들의 견고한 방패를 뚫기가 점점 더 어려워질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 원로 법조인은 “정치적 상황과 맞물린 검찰의 먼지털이식 압수수색과 임직원에 대한 무차별 소환 등 기존 패턴을 답습하는 것으로는 더 이상 국민들을 납득시킬 수 없을 것”이라며 “이번 수사를 계기로 그동안의 관행에 대한 개선책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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