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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돌아온 토스카…이번엔 20세기다
-국립오페라단, 푸치니 대표작 오페라 무대…1930년대 무솔리니 시대 배경 혁명·사랑·파멸 그려


혁명과 사랑과 파멸의 드라마 ‘토스카’가 돌아왔다. 역사적 변덕스러움에 고스란히 노출된 20세기를 배경으로 삼아 ‘모던’하게 말이다.

국립오페라단은 13일부터 16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이탈리아 오페라의 거장 푸치니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토스카를 선보인다. 이번 토스카는 국립오페라단 창단 이래 4번째이자 1994년 이후 12년만에 올리는 무대다.

원작은 나폴레옹이 물러난 1800년 로마를 배경으로 혁명파 화가 카라바도시와 그의 연인 오페라가수 토스카, 로마 경찰 수장 스카르피아의 사랑과 질투, 탐욕, 증오로 점철된 하룻밤의 이야기이나, 2016년 국립오페라단은 토스카를 1930년대 무솔리니 정권 시기로 옮겼다. 주요 스토리와 캐릭터는 살리되 다양한 변주를 통해 운명의 힘에 휘말리는 연인들의 비장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무대, 소리없는 주인공

무대는 로마시대 콜로세움과 같은 벽면으로 둘러 쌓였다. 중앙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흰 천위로는 1930년대 로마의 모습이 투영된다. 벽면무대 절반은 안드레아 델라 발레 성당을 상징하듯 흰색으로, 다른 절반은 로마 경찰 수장 스카르피아가 카라바도시를 고문하는 갈색 벽돌 무늬다. 출연진은 제복을 입은 자와 입지 않은 자로 나뉘고, 제복에 속하는 자는 살아남지만 그렇지 않은 쪽은 비극적 최후를 피해갈 수 없다.

차가운 무채색으로 치장한 무대를 가로지르는 단 하나의 색은 선홍빛의 ‘토스카’다. 열정의 색이자 죽음의 색, 그래서 더 불안하다. 핏빛 드레스를 입은 그녀는 열정적으로 사랑하며 삶을 영위하지만, 역사의 수레바퀴엔 개인에 대한 연민따위는 없다. 토스카는 “예술에 살고, 사랑에 살고…남몰래 이 손으로 불쌍한 이들의 친구가 되었는데…왜, 왜, 하느님, 내게 이렇게 갚아주시나요”(아리아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中)라고 울부짖는다.

미장센의 백미는 1막의 마지막 장면이다. 성당을 배경으로 수십명의 합창과 스카르피아의 아리아가 강렬한 가운데, 예수의 십자가 처형장면을 재연한 장면은 순식간에 관객의 주위를 집중시킨다.

연출을 맡은 다니엘레 아바도(58)는 “1막의 테 데움에서는 오랜 민속 전통에 따른 십자가형 장면에서 그리스도와 심문자들이 등장한다”며 “이는 이탈리아 영화계에서 네오리얼리즘이 전성기를 누렸던 시기의 오마주”라고 설명했다. 


1800년 로마와 1930년 로마

원작 토스카의 배경은 굉장히 구체적이다. 정확히 1800년 6월 14일 하루에 일어난 일이다. 프랑스 혁명과 나폴레옹 전쟁에 휩쓸린 이탈리아 로마에서 일어난 세력다툼이 그 기저에 깔려있다. 오전에는 오스트리아 군이 승리를 거둬 프랑스군이 퇴각하지만 오후에는 나폴레옹 군 본진 공격으로 오스트리아군이 참패한다. 하루 사이에 권력이 두 번 바뀌는 혼돈 속 주인공들의 운명은 시대의 파고에 무참히 휩쓸린다.

이러한 원작을 새롭게 해석하는 바람이 분 것은 1970년대 이후다. 오페라 연출가들이 원작을 충실히 재연하기보다, 시대를 새롭게 설정하면서 관객에게 다양한 재미를 주려 한 것이다. 1800년대 로마와 1930년대 로마의 연결고리는 ‘정치적 격변기’다. 1800년대엔 이탈리아 귀족을 중심으로한 세력과 프랑스혁명 세력이, 1930년대엔 파시즘을 내세운 무솔리니가 있었다. 원작의 혁명과 정치적 변화, 사랑을 풀어내기엔 1930년대는 더없이 매력적이다.

그러나 예술가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같은 시대적 흐름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예술을 하는 자와 이를 억압하는 권력의 대립이 더 의미있는 구분이다.

주경철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는 “오페라에서 처절하게 쓰러지는 선한 인물은 화가와 성악가 같은 예술가들인 반면, 이들을 가혹하게 추적하고 고문하고 사악한 방법으로 남의 사랑을 빼앗는 악한 인물은 권력에 기생하는 자들”이라고 평했다. 



세계 정상급 성악가 총출동

이번 공연에는 세계 정상급 성악가들이 대거 등장한다. 토스카 역에는 소프라노 알렉시아 불가리두와 사이요아 에르난데스가 더블캐스팅 됐다. 불가리두는 아름답고 우아하면서도 애절한 감성이 돋보이고, 에르난데스는 떠오르는 신예로, 탁월한 음악성과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카라바도시 역에는 테너 마시모 조르다노와 한국을 대표하는 테너 김재형이 맡는다. 이탈리아 출신의 조르다노는 풍부하고 고운 소리로 ‘오묘한 조화’, ‘별은 빛나건만’등 아리아를 완벽하게 소화한다. 그는 빈 국립극장, 메트로폴리탄 극장에서 안나 네트렙코, 르네 플레밍의 상대역으로 ‘마농’을 호연해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김재형은 2006년 독일 베를린 국립극장에서 ‘카르멘’ 돈 호세역으로 극찬을 받으며 세계적 가수로 자리매김 했다. 이후 파리 국립극장, 빈 국립극장, 뮌헨 바이에른 국립극장 등에서 주역을 맡으며 활동중이다.

악역인 스카르피아엔 대한민국 오페라계 대부인 바리톤 고성현과 클라우디오 스구라가 열연한다. 고성현의 기품있는 중저음이 깊은 울림을 전달함과 동시에 강력한 카리스마를 뽐낸다.

국립오페라단은 이번 서울공연이 끝나면 대구오페라하우스(10.28~29), 거제문화예술회관(11.4~5), 천안예술의전당(11.25~26)무대에서도 토스카를 선보일 예정이다. 입장료 1만원~15만원.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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