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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목상권 포식자들 ①] 고기부터 분식까지…‘백종원’은 골목상권 먹는 공룡?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브랜드 36개, 매장수 1267개, 연매출 1239억원’.

대기업 못지 않은 사업 규모의 주인공은 외식사업가 겸 방송인 백종원 씨다.

최근 백종원 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더본코리아가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한 정보공개서에 따르면 더본코리아의 외식 브랜드는 지난해 말 기준 36개에 달한다. 고기부터 쌈밥, 돈까스, 우동, 분식, 커피, 맥주 등 웬만한 외식 메뉴는 다 포함돼 있다. 

[더본코리아의 대표 브랜드였던 ‘새마을식당’은 해마다 매장이 줄어들고 있다. 사진출처=더본코리아 홈페이지]

매장수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1년 374개였던 더본코리아 점포수는 ▷2012년 426개 ▷2013년 490개 ▷2014년 552개로 늘어나다 백종원 씨의 방송 활동이 많아진 지난해 1060개로 급증했다. 올해 들어서도 계속 점포수가 증가해 9월 현재 점포수는1267개로, 5년 전에 비해 238%나 급증했다.

빽다방의 경우 확장 속도가 가장 빠른 커피전문점으로 꼽힌다. 2013년 2개, 2014년 25개에 불과했던 빽다방 매장수는 지난해 415개로 급증했다. 1년 새 390개 매장이 새로 생겨난 것이다. 빽다방은 전체 가맹점 가운데 1년이 채 안 된 매장 비율(신규 개점률)이 지난해 기준 94.2%로 1위를 차지했다.

문제는 더본코리아의 진출 분야가 김치찌개, 국수, 저가커피 등 주로 영세 자영업자들이 생계형으로 운영하는 업종에 치중돼 있다는 점이다.

대기업은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따라 신규 출점에 제한을 받지만, 더본코리아는 중소기업으로 분류돼 있어 골목상권 곳곳에 파고들 수 있다. 기존의 영세 상인들은 박리다매 전략으로 영업하는 더본코리아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뒤처질 수 밖에 없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골목상권을 진짜로 죽이는 것은 대기업이 아니라 백종원 식당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본코리아 ‘빽다방’은 확장 속도가 가장 빠른 커피전문점으로 꼽힌다. 사진출처=더본코리아 홈페이지]

한 커피 프랜차이즈 대표는 “백종원의 캐리커처만 노출돼도 주변 커피 전문점 손님들이 그곳(빽다방)으로 몰린다”며 “백종원씨는 대표이사라기보다 브랜드에 가깝기 때문에 다른 중소업체와 영세업체들 타격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더본코리아의 빠른 성장이면에 기존의 브랜드를 성장시키기보단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 가맹점을 모집하는 데 집중된 ‘문어발식 사업 확장’도 문제로 제기된다.

지난해 말 기준 36개 브랜드 중 17개는 매장이 하나도 없는 ‘유령’ 브랜드다. 나머지 19개 브랜드 중에도 매장수가 5개 미만인 브랜드가 7개(해물떡찜0410, 마카오반점0410, 성성식당, 절구미집, 죽채통닭, 백스비빔밥, 대한국밥)다.

한때 아류 브랜드까지 나오며 인기를 끌었던 해물떡찜0410은 현재 가맹점 한 곳밖에 남아있지 않다. 더본코리아의 대표 브랜드였던 새마을식당도 2013년 196개에서 2014년 186개, 2015년 174개로 해마다 매장이 줄어들고 있다.

더본코리아 내 브랜드 간에 영역이 겹치는 부분도 있다. 중국음식을 판매하는 ‘반점’ 브랜드만 세 가지(홍콩반점0410, 마카오반점0410, 홍마반점0410)다. 서울 용산구 문배동에 위치한 매장의 경우 한자리에서 ‘홍콩반점0410’에서 ‘홍마반점0410’으로 이름이 바뀌었다가 다시 ‘홍콩반점0410PLUS+’로 개장했다.

더본코리아의 브랜드들은 직영점이 아예 없거나 3개 이하로 거의 다 가맹점으로 이뤄져 있다. 따라서 특정 브랜드가 사라져도 본사는 큰 타격을 받지 않지만 가맹점주들은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게 되는 구조다.

특정 브랜드의 쇠퇴와 관계없이 더본코리아는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고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면서 매년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더본코리아의 매출액은 1239억원으로 전년(927억원) 대비 약 34% 급증했다. 2013년 775억원에 비하면 60%나 늘어난 규모다.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백종원 프랜차이즈는 골목상권 자영업자에게 위협이 됨은 물론 가맹점주에게도 피해가 갈 수 있다”며 “상권 보장과 브랜드 관리가 제대로 안 되면 가맹점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백종원의 더본코리아는 지난달 말 국회 산업자원통상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도마에 오른 바 있다. 더본코리아가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찬열 의원은 “더본코리아는 진출 분야 자체가 김치찌개, 닭갈비, 국수, 우동, 김밥 등 주로 영세 자영업자들이 생계를 영위하는 업종에 치중돼 피해가 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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