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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인지 “구름관중 몰고 다니는 ‘아니’가 롤모델”
친근·겸손…스코어카드보다 친화력
‘즐기는 골프’ 닮아가며 상상력 키워

같은 組 선수·갤러리는 친구·동반자
파머 생전 ‘에비앙 우승에 축하편지’



지난 9월 26일 타계한 아널드 파머는 모험적인 도전을 즐기면서도 겸손함, 친근함으로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블루 컬러 느낌까지 풍기며 털털한 이미지의 파머는 전성기 때 ‘아니의 군대(Arnie’s Army)’로 불린 구름 관중을 몰고 다녔다.

아널드 파머는 사망 직전 LPGA 메이저대회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전인지(22ㆍ하이트진로)에게 “젊은 나이에 메이저 대회에서 대기록(사상 최저타)으로 우승한 것을 축하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전인지가 롤모델로 남성골퍼 아널드파머를 정했다.

전인지

9일 끝난 KLPGA 메이저 하이트진로 대회(블루헤런CC)에서 만난 전인지는 경기내내 밝은 표정을 띠다가 경기를 마친후 헤럴드 스포츠팀과의 인터뷰에서 롤모델을 얘기하는 동안에는 잠시 진지한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아니의 명복을 빌었다.

전인지가 전설적인 선배 여성골퍼보다 아널드 파머 처럼 되고 싶다고 말한 것은 3주전 받은 편지때문인지 모른다. 하지만 전인지의 말을 경청하다보면 ‘아널드 파머’스러운 모든 면모를 닮고 싶다는 의지가 오래전부터 있었음을 느낄수 있다. 골프의 모험을 즐기고, 스코어카드 보다는 인품과 친화력으로 사랑받는 선수가 되겠다는 것.

아널드파머 처럼 ‘즐기는 골프’론에 대해 전인지는 ‘상상력’이 즐거움의 밑바탕임을 얘기했다. ‘올시즌 LPGA투어를 뛰면서 얻은 것이 무엇이냐’라고 물었더니, 전인지는 “상상력은 ‘골프 물리학’을 다양하게 실험하는 과정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세기나 터치 감에 따라 퍼팅 성공의 길이 수십 가지라는 점에서 보듯, 골프는 에너지 총량을 어떻게 전달하느냐의 게임”이라며 “한 가지 샷을 고집했던 한국에서와는 달리 LPGA투어에선 핀 위치와 라이에 따라 여러 샷을 시도하면서 상상력을 키웠고 대기록 달성의 원동력이 됐다”고 설명했다.

바이올린을 연주할 때 어떻게 에너지를 쓰느냐에 따라 음(音)이 달라지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전인지의 물리학적, 예술적 소양에 다시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더불어 즐기는 골프’라는 아널드 파머의 지론 역시 전인지의 지향점과 닮았다. 전인지에게 ‘경쟁자의 롱펏 버디, 칩인버디 때 박수까지 보내는 것은 프로선수의 냉혹한 필드 위에서 보기 드문 풍경 아닌가’라고 물었다. 그녀는 “골프는 코스와 나 자신과 싸움이기 때문에 같은 조 선수와 갤러리는 친구이자 동반자”라면서 “운명공동체로 여기니 내게 더 좋은 기운이 몰려오는 것 같다”고 말한다.

전인지는 ”주말에 가족과의 시간을 포기하고 나와 동료들의 경기를 응원하기 위해 멀리 차를 몰고 와 대회장을 찾은 팬과 갤러리 분들께 너무도 고맙다”면서 “멋진 플레이를 해야할 중요한 이유 중 하나”라고 부연했다. 파머의 ‘아니스 아미’를 대하는 마인드와 비슷하다. 현재 전인지 팬 클럽 ‘플라잉 덤보’ 회원수는 8000명을 넘겼다.

전인지가 작년 5월 일본에서 우승한 뒤 3000만원을 지진 피해자들을 위해 기부한 일, US여자오픈 우승후 1만달러를 랭카스터지역 자선단체에 쾌척한 일, ‘플라잉 덤보’ 회원들과 전인지가 함께 4000만 원을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한 일 등은 생전에 의료단체에 꾸준히 기부했던 아널드 파머를 닮았다.

‘더불어 함께, 즐겁게 하는 골프’는 필드와 그린을 넘어 세상을 밝게 한다. 전인지의 ‘아널드 파머’ 따라배우기 행보가 주목된다.

헤럴드 스포츠=이강래 기자/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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