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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먹자골목’ 된 홍대ㆍ이태원…젊음ㆍ문화를 내몰다
외지인 건물주 급증…상수 66%ㆍ연남 60%

요식업 늘면서 거주공간 줄고 일용직만 늘어

건물 담보로 한 근저당도 급증…경제적 부하

건물 증ㆍ개축 늘며 거주공간은 꾸준히 감소

공간 성격 변화…‘젠트리피케이션’ 가속도화

2030세대 급격 감소…시 전체 평균보다 빨라



[헤럴드경제=정찬수 기자] ‘젠트리피케이션’은 젊음의 거리들을 음식점으로 채웠다. 거대한 상권의 파도 속에 문화와 예술은 자취를 감췄다. 임대료 상승과 거주공간 부족으로 2030세대는 짐을 꾸렸다. ‘먹자골목’으로 변한 홍대와 이태원 상권의 민낯이다.

최근 서울시가 홍대(연남ㆍ상수), 이태원(경리단길ㆍ이태원)의 젠트리피케이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일대 음식점 개업신고 수는 최근 3년간 80% 이상이 증가했다. 등기부등본, 사업체 조사, 식품위생업소 인허가, 인구통계, 건축물대장 등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홍대와 이태원 상권은 요식업이 점령했다. 외지인이 건물을 사들이는 사이 점포 입점을 위한 건축활동이 늘면서 주거공간은 감소했다. 물리적인 공간과 임대료 부담에 20~30대 인구는 꾸준히 줄었다. 사진은 홍대 상권 모습.

▶‘문화’ 대신 ‘먹자’…외지인이 점령=최근 3년간 홍대ㆍ이태원의 신규 요식업 점포 증가율은 서울 전체 평균(47%)의 최고 4배에 달했다. 세부적으로는 2015년 말 기준 연남(195%), 상수(132%), 경리단길(132%), 이태원(86%) 순으로 전년 대비 음식점 개업신고 수가 늘었다.

이른바 ‘조물주 위의 건물주’는 외지인으로 물갈이됐다. 같은 기간 상수의 66%, 연남의 60%가 외지인 소유로 조사됐다. 내지인과 외지인의 비율은 상수동이 2004년, 연남동이 2013년 각각 역전됐다.

해당 건물을 담보로 건물주가 설정한 근저당 설정금액은 꾸준히 증가했다. 창업을 한 세입자가 부담하는 임대료가 해를 거듭하며 올랐다는 의미다. 실제 지난해 상수의 근저당금액 규모는 1251억원에 달했다. 연남은 629억으로 집계됐다. 2006년에 비해 각각 764억, 432억이 증가했다.

건물 소유형태 변화 추이. [자료제공=서울시]

▶눈뜨면 폐업…양질의 일자리도 실종=맛집으로 입소문이 퍼진 ‘장수(長壽) 점포’를 제외하면 점포의 영업기간은 짧아졌다. 실제 상수의 평균 점포 영업기간은 2년 8개월로 서울 평균인 5년 2개월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유행에 따른 업종 변경이 아닌 완전히 사업을 접는 폐업수명도 상수는 3년 1개월로 서울 평균(4년)을 밑돌았다.

6일 점포라인에 따르면 이태원 한식점(92.56㎡ 기준)의 보증금은 평균 보증금과 권리금이 각각 5714만원, 1억2000만원으로 집계됐다. 평균 월세는 363만원이었다. 또 연남ㆍ상수 분식점(132.23㎡)의 평균 보증금과 권리금은 각각 7000만원, 1억5000만원이었다. 월세는 600만원 선으로 나타났다. 점포 면적은 상이하지만, 전체적으로 임대료는 꾸준히 상승했다.

요식업 비율이 높아지면서 양질의 일자리는 사라졌다. 자영업과 1년 미만 임시일용직 종사 비율은 상수가 51%, 연남이 77%에 달했다. 산업구조의 변화 없이 요식업에 무게중심이 쏠리면서 업종의 다양성이 사라진 탓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영업기간이 짧다는 것은 상권이 젊다는 이야기지만, 지역 경제의 부하(負荷)로 작용해 젠트리피케이션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령별 인구 순증감율. [자료제공=서울시]

▶주거공간은 감소…떠나는 2030세대=요식업 입점을 위한 건축행위가 늘면서 상대적으로 거주공간은 크게 줄었다.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상수는 지난 10년간 전체 건축물의 68%가 건축행위 대상이었다. 신ㆍ증ㆍ개축과 대수선을 통해 근린생활시설을 입점하기 위한 목적으로 분석됐다. 근린생활시설 비율은 이태원(92%), 상수(91%), 경리단길(73%), 연남(66%) 순이었다.

부동산 거래에 이은 음식점 증가는 젊은 세입자들을 내몰았다.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20~24세 거주 비율은 각각 이태원2동 33%, 이태원1동 30%, 서교동 26%, 연남동 14% 줄었다. 같은 기간 서울 전체 평균 감소율(9%)보다 이탈한 규모가 컸다. 25~39세 구간 역시 연남을 제외하고 평균보다 짐을 싼 거주민이 많았다.

지역에 20~30대가 많았던 점을 고려하면 주거비 상승은 어깨를 짓누르는 멍에다. KB부동산 시세에 따르면 마포구 연남동의 전셋값은 올해 3분기 기준 면적(1㎡)당 425만원으로 서울 평균(383만원)을 웃돌았다. 이태원의 전셋값은 이보다 낮은 386만원이었지만, 2014년 4분기 대비 30%(69만원) 증가했다. 부동산 O2O 플랫폼 ‘다방’이 최근 공개한 원룸 월세를 살펴보면 홍익대 인근 서교동은 보증금 1334만원, 월세 51만원으로 서울에서 서초동(서울교대) 다음으로 높았다.

한편 일대의 자기 집 소유 비율은 서울 전체 평균(41%)보다 낮은 17%(상수ㆍ이태원)~34(연남)%에 불과했다. 거주형태는 임차가 대부분이었다.

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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