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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 조선ㆍ해운업 회생을 위한 비즈니스 리스크 프로파일링 - 배기표 (한국 1호 비즈니스 리스크 프로파일러ㆍ미국공인회계사ㆍ경제평론가)
몇 해전 시카고에 위치한 글로벌 에너지 기업의 바이오에탄올 플랜트 프로젝트를 참관했다. 현지 책임파트너가 당시에 임원 후보자로 지명된 상태여서 검증 프로세스 준비과정을 자연스럽게 볼수 있었다. 임원선발과정에 적용하고 있는 비즈니스 리스크 프로파일링 프로그램에 대한 엄격하고 체계적인 진행을 보고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비즈니스 리스크 프로파일링이란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하고 복잡한 경영리스크, 예컨데 산업의 급격한 구조적 변화나 강력한 경쟁제품의 등장과 같은 경영전략 리스크와 각종 재해나 사고와 같은 안전 리스크, 회계부정과 횡령 등 윤리경영과 관련된 내부통제 리스크 등에 대해 기업의 주요 구성원이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가치체계와 심리기제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분석하는 것을 말한다. 즉 위에서 언급된 에너지 기업은 리스크 매니지먼트 실행의 구조적 핵심을 조직 핵심구성원의 비즈니스 리스크 프로파일에 대한 이해와 해석으로 본 것이다.

비즈니스 리스크와의 합리적인 연계성을 가지는 개인 고유의 가치체계와 심리기제의 분석항목으로는 경영자로서의 책임과 역할에 대한 인식, 사회적 책임감, 조직에 대한 로열티, 변화에 대한 유연성, 갈등조정 역량, 집단지성 활용도, 비즈니스 열정과 비전 등이 포함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비즈니스 리스크 프로파일링 기법으로 최근 구조조정의 여파에 놓여 있는 대우조선해양과 한진해운의 경영리스크를 관리했던 두 회사 전임 CEO들의 대표적인 공통점을 살펴보자.

첫째 변화에 대한 유연성이 미흡했다. 급변하는 조선ㆍ해운 비즈니스에 대한 글로벌 정보 수집을 기반으로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수동적으로 변화만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CEO로서의 조선ㆍ해운 비즈니스에 대한 열정과 미래비전 그리고 전문지식이 부족했던 것이다. 급변하는 비즈니스 환경에 대해 끊임없이 관찰하고 대응조직을 유연하게 설계하지 못하고, 산업의 구조적 호황기에 맞춰진 기존 조직체계와 조직문화에 그저 안주해 버렸던 것이었다. 이들 기업 역시 CEO 선발에 앞서 사전 비즈니스 리스크 프로파일링 인터뷰와 진단을 통해, 변화에 대한 유연성과 조선ㆍ해운 비즈니스에 대한 열정과 비전ㆍ전망 등을 충분히 평가하고 적합도를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당시에는 CEO 선발과 임명을 책임지는 이사회의 역할이 지배구조의 영향력이라는 소유권 중심의 논리에 따라 근본적으로 이뤄질 수 없었겠지만, 앞으로는 최소한 CEO 후보자들에 대한 가치체계와 심리기제에 대한 평가가 철저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

둘째 위기관리 능력이 부족했다. 예를 들어, 한진해운의 경우, 현재 기업을 둘러싸고 있는 밸류네트워크의 근간인 화주와 동맹선사 및 주채권은행 등과의 협상과정과 조직 내부 구성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볼 때, 위기를 돌파할 리더십의 부재가 명확해 보인다. 비즈니스 리스크 프로파일링을 통해 CEO 후보자의 기업위기시 협상커뮤니케이션 스타일과 위기극복의 의사결정을 위한 집단지성 활용 역량 등을 합리적으로 사전 모니터링 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인 것이다.

셋째 윤리경영 마인드 함양이 보이지 않는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분식회계 및 자금유용의 다양한 전형을 봤을 때, 경영진들의 도덕적 해이는 가히 충격적이다. 비즈니스 리스크 프로파일링을 적용했다면 이들의 심리기제와 가치체계에 흐르고 있는 기업에 대한 로열티 수준과 국민의 혈세가 담긴 자본의 집행이라는 사회적 책임감의 인식수준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조선ㆍ해운 비즈니스는 국가 전반의 경제생태계에 영향력을 미치는 국가기간산업이라는 특성을 갖고 있다. 동시에 대우조선해양은 공적자금이 집행되고 있으며, 한진해운은 법정관리 프로세스에 놓여 있는 만큼, 현재로서는 두기업 모두 사실상 우리 국민이 일정부분 지분을 가지고 있는 국민기업이라는 특성을 갖는다.

우리 국민에게 두번 다시 이런 큰 피해를 주는 것을 막기 위한 가장 효율적이고 실질적인 방식은 위기관리역량과 산업전문성을 갖춘 CEO를 제대로 임명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비즈니스 리스크 프로파일링 기법을 활용해 진정 회사를 위하고, 살릴 마음을 가진 CEO를 선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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