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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노벨문학상 올해 수상자는?
그때는 호기로웠으나 지나고 나면 후회스러운게 누구나 있게 마련이다. 80년대 분위기가 어수선한 탓도 있지만 대학시절, 좀 더 학과공부를 열심히 해야 했는데, 하는 생각이 드는 때가 있다. 학점을 잘 받느냐 마느냐를 떠나 제대로 알지 못하고 지나간게 아쉬워서다.

특히 우리 옛문학을 소홀히 한 데는 부끄러움이 크다. 그 중 언어비교학이란 과목도 그랬다. 2012년 타계한 이남호 선생이 가르쳤던 그 과목에서 기억나는 건 우랄 알타이어의 유사어에 대한 몇몇 기억뿐이다. 배운 기억은 까마득한데 어쩐 일인지 작고 마르고 흰 간편 한복을 즐겨입으셨던 선생의 모습은 기억에 오래 남아있다. 선생은 방학에도 늘 어두침침한 교수연구실에 빵 한조각을 들고 출근하셨다. 선생에 대한 인상과 아는 것은 사실 그 정도였다.

그런데 바로 얼마 전, 한 블로그를 통해 선생의 남편과 관련된 글을 읽게 됐다. 그건 금시초문이었다. 역사학자이자 국학자였던 김성칠 서울대 사학과 교수가 바로 그분이었다. 해방기와 한국전쟁 초기의 일기 ‘역사 앞에서’로 잘 알려진 그의 작업 중 눈길을 끈 것은 그가 바로 193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펄벅의 ‘대지’를 처음으로 완역했다는 사실이었다. 펄벅의 대지는 앞서 심훈에 의해 번역됐지만 연재 다섯달 만에 그의 타계로 미완에 그쳤다.

김성칠의 번역판 ‘대지’는 머리말이나 역자 후기 없이 책 끝에 저자 소개만 간단하게 붙어있는데 이는 김 교수가 1951년 10월 8일 경북 영천에서 괴한에게 피살된 데 따른 것이었다. 그의 나이 38세였다.

초기 번역자들의 비극적인 삶과 대조적으로 펄벅의 ‘대지’는 이후 국내에서 수많은 번역가들에 의해 재탄생됐다. 노벨문학상은 1901년 처음 수상이 이뤄진 이래 몇 번 수상자를 내지 못한 것을 빼고는 115년간 쟁쟁한 작가들의 리스트로 화려하게 장식돼왔다.

그 수상작 가운데 국내 가장 많은 번역본이 나온 것은 단연 펄벅의 ‘대지’다. ‘대지’는 김성칠 교수의 완역 이후 현재까지 모두 2195권의 단행본이 나왔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로 꼽히는 1946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헤르만 헤세의 작품이 1111권 번역돼 나온 것과 비교해도 월등한 수치다. 헤밍웨이도 690권으로 예상만 못하다. 영국의 시인 예이츠의 번역본이 208권, ‘마의 산’으로 유명한 토마스 만이 183권, ‘이방인’의 작가 까뮈의 번역본이 185권에 그친다.



이는 펄벅의 남다른 생과 관련이 있을 듯하다. 선교사인 아버지를 따라 중국 난징에서 자란 펄벅은 중국 남자와 결혼해 장애인 딸을 키우며 생활을 위해 글을 쓰고 또 썼다. 어렵게 살아온 작가의 삶과 한국과의 인연 등이 다른 작가들보다 좀더 가깝게 느껴지게 한 듯하다.

10월이 오면 세계의 문학출판계는 들뜬다. 노벨문학상 발표가 기다리고 있기때문이다. 도박사이트 래드브록스에 따르면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와 시리아 시인 아도니스가 유력후보로 점쳐지고 있다. 글과 삶이 하나가 돼온 작가들에게 노벨상은 큰 위로이자 독자들에게는 잔치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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