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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뇨ㆍ암ㆍ치매, 10년내 정복 가능해지나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일본 ‘요시노리 오스미’ 교수, 자가포식 현상 규명

-자가포식은 세포내 단백질 재활용하는 면역 현상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현재의 의학 기술로는 치료가 힘든 당뇨ㆍ암ㆍ치매와 같은 질환들이 향후 10년내 치료가 가능해질 수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오스미 요시노리(大隅良典) 일본 도쿄공대 교수]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오스미 요시노리(大隅良典) 일본 도쿄공업대 교수는 효모를 이용해 ‘자가포식(autophagy.오토파지)’이라는 생물현상을 규명했다.

자가포식은 우리 몸의 세포 속 소기관 중 하나인 ‘리소좀’이 다른 단백질을 분해해 재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 ‘세포가 자기 살을 먹는다’는 뜻으로 영양분이 부족하거나 외부에서 미생물이 침입했을 때 세포 스스로 생존을 위해 내부 단백질을 재활용하는 면역 현상이다. 영양분 부족과 같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세포가 스스로 내부 구성물질을 파괴해 항상성을 유지하는 방어기전인 셈이다.

과학자들은 이런 자가포식 현상에 이상이 생기면 당뇨병이나 암과 같은 신진대사성 질환, 면역질환 등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자가포식 현상은 이미 1970년대에 보고됐다. 하지만 오스미 교수는 1988년 세포 내에서 이 현상이 일어나는 모습을 현미경으로 처음 관찰하고 이후 자가포식의 분자 메커니즘을 규명해 냈다.

이 같은 오스미 교수의 자가포식 연구는 질병 치료에 가져올 수 있는 ‘희망’이 되고 있다.

실제로 오스미 교수의 자가포식 메커니즘 규명 이후 많은 과학자가 질병과의 상관관계를 밝히고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당뇨병과 자가포식 작용의 상관성이 대표적이다.

이미 당뇨병 분야에서는 췌장 베타세포의 자가포식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면 췌장에 아밀로이드가 쌓이고 인슐린 분비에 이상이 발생해 성인 당뇨병이 생긴다는 사실이 규명됐다.

자가포식 연구를 하기 전만 해도 당시 의학계에서는 췌장 베타세포에 아밀로이드라는 비정상 단백질이 축적되면 당뇨병이 생기는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왜 아밀로이드가 췌장 베타세포에 쌓이는지 몰랐다. 이 비밀은 자가포식 연구를 통해 새롭게 규명됐다.

이명식 연세대의대 내과 교수는 “자가포식은 세포가 스스로 버릴 것은 버리고 취할 것은 취하는 일종의 재활용시스템”이라며 “췌장 베타세포가 자가포식 기능 이상으로 비정상 단백질인 아밀로이드를 제때 제거하지 못한 게 성인 당뇨병의 중요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자가포식 작용이 양날의 칼과 같은 역할을 한다는 분석도 있다.

장정원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우리 몸이 뚱뚱해질 때 비정상적인 세포를 먹어치우는 자가포식 작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몸의 균형이 무너짐으로써 간질환이 유발되지만 너무 음식을 먹지 않아 영양결핍이 일어나는 경우에도 자가포식 작용이 일어남으로써 결과적으로 정상세포 기능을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자가포식 기능을 조절하는 유전자를 이용하면 향후 실제 환자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의약품 개발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적용 질환은 당뇨병 외에도 노화에서 비롯되는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심부전 등이 될 전망이다.

백찬기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교수는 “자가포식 작용은 최근 암, 근육 기능 이상 질환, 퇴행성 신경질환, 감염질환, 노화 등 다양한 질병에 관여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면서 “국내에서도 자가포식 연구에 좀 더 집중하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항암제와 신경질환 치료제 등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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