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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뒤틀린 상아탑 ②] 대학, 산학연계성 높이기 혈안…절대 선(善)인가요?
-이대 사태, 정부 재정지원사업인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이 주요 원인

-정부, 무리한 일정 제시 ‘밀어붙이기’…학내 의견수렴 간과해 문제 발생

-등록금 동결ㆍ학령인구 감소…정부 재정지원사업, 거부할 수 없는 유혹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수년간 축적된 재정적 압박에서 벗어나고자 많은 대학들이 ‘산학연계성’ 강화를 위한 정부의 각종 재정지원 사업에 경쟁적으로 뛰어드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대학들이 학내 의사결정과정을 건너뛴 채 사업 따내기에 나서며 학생을 비롯한 내부 구성원의 반발은 갈수록 거세지는 모양새다.

27일로 61일째를 맞이한 이화여대 학내 분규 사태 역시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대학 재정지원사업과 깊은 관련성이 있다. 이화여대는 정부 재정지원사업인 ‘평생교육 단과대학’ 설립 사업에 참가해 ‘미래라이프 대학’을 설립하겠다고 나서며 수주했고, 이를 반대한 재학생 및 졸업생들이 지난 7월28일부터 본관 건물에서 점거 농성을 벌이며 현재에 이르렀다.

지난 7월 28일 이후 61일째 이어지고 있는 이화여대 학내 분규 사태의 시작점에는 정부가 추진한 재정지원사업인 ‘평생교육 단과대학’ 설립 사업이 연결돼 있다. 이화여대 뿐만 아니라 교육부의 ‘밀어붙이기식’ 사업 추진 속도에 맞춰 준비하느라 학내 의사소통 과정을 소홀히한 많은 대학에서 이 같은 학내 분규 사태를 겪고 있다.

이화여대는 정부 재정지원사업의 최우등생으로 불리기도 한다. 올해 정부가 발주한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PRIME) 사업, 대학 인문역량 강화(CORE) 사업, 평생교육 단과대학 육성사업에 모두 선정되며 ‘3관왕’ 타이틀을 얻기도 했다. 이 밖에도 지난해 7월에는 학부교육 선도대학 육성사업(ACE 사업)을 따냈고, K-MOOC(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 사업과 BK21 사업 실시 대학으로도 선정됐다.

하지만 촉박한 준비 및 사업 결정 과정을 제시한 교육부 ‘로드맵’에 맞추기 위해 학내 의견수렴 과정의 중요성을 간과했다는 자기 비판도 나온다. 프라임 사업의 경우 지난해 12월 기본계획 확정 후 사업계획서 접수까지 3개월밖에 주어지지 않았고, 코어 사업은 접수 신청부터 마감까지 2개월이 걸렸다.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은 1차는 4개월, 2차는 2개월만에 공고부터 선정까지 절차를 끝마쳤다. 이화여대 관계자는 “촉박한 정부의 사업 일정에 맞추려 어쩔 수 없이 학내 의사결정구조를 건너뛰며 사업을 추진할 때부터 의견 수렴과정 부족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고 인정했다.

정부가 추진중인 주요 대학 재정지원사업인 프라임 사업과 코어 사업에 대한 설명.

사실 이같은 현실은 이화여대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취업률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등 지표 중심의 대학평가에서 가장 앞서나가고, 재정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앞다퉈 정부 주도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학교가 많기 때문이다.

이들 학교 역시 이같은 과정 속에서 내부 구성원의 반발에 부딪히기도 했다. 프라임 사업 시행 대학으로 선정된 건국대와 성신여대의 경우 학과 통폐합 등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학내 분규를 겪었다. 이들 학교 학생들의 공통된 의견은 학교측에서 의견수렴 과정은 물론 사업에 대한 설명 및 자료 공개조차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부쳤다는 것.

각 대학들이 이같은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정부 재정지원 사업에 적극 뛰어들 수 밖에 없는 것은 ‘현재진행형’인 재정적 문제 때문이다.

대학등록금은 지난 5년간 동결됐다. 이 결과 대학들의 누적 적립금 마저 줄어드는 형국이다. 지난해 기준 전국 150개 사립대의 교비회계 누적 적립금은 7조9591억원으로 2년 연속 감소했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불가피한 정원감축 역시 대학들에겐 부담이다. 지난달 30일 교육부가 조사ㆍ발표한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올해 4월1일 기준 전문대와 대학원생을 제외한 일반대학 재적 학생수는 208만4807명으로 전년 대비 1.3%(2만8486명) 감소했다. 이는 지난 1965년 교육당국이 통계를 시작한 이래 처음 일반대학생의 수가 줄어든 지난해에 이어 2년째 이어진 추세다. 고교 졸업생도 2018년 연간 55만명에서 2023년이면 40만명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각종 어려움에 봉착하고 있는 대학들에게 정부의 재정지원사업은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다. 대학 재정에서 정부 지원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3월 대학교육연구소가 발표한 ‘2010~2014년 사립대 국고보조금 현황’에 따르면 2014년 전국 153개 4년제 사립대에 투입된 국고보조금은 총 4조6791억원으로 2010년에 비해 1조9606억원 증가했다.

한 서울시내 사립대학 관계자는 “정부가 대학의 돈줄을 틀어쥔 채 재정지원사업이란 당근을 제시함으로써 본인들의 입맛에 맞게 조련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본다”며 “이런 상황이 10년만 이어진다면 대학교육의 획일화는 물론 대학의 재정자립 상황도 급격도로 나빠져 사립고교처럼 정부 정책에 따라 무조건 움직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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