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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급휴가, 기본소득, 연금인상 모두 ‘No’… 포퓰리즘 막는 스위스 국민투표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스위스 국민들이 전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주는 안을 부결시킨 데 이어, 국가연금 지급액을 10% 올리자는 법안도 부결시켰다. 스위스에서는 이전에도 포퓰리즘 법안들이 국민투표를 통해 부결된 적이 있어, 국민투표가 반드시 포퓰리즘으로 흐르지만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모범 사례가 되고 있다.

스위스는 25일(현지시간) 국민투표에서 국가연금 지급액을 10% 올리자는 이른바 ‘국가연금(AHV) 플러스’ 법안에 대해 반대 59.4%로 부결시켰다. 26개 칸톤(州) 가운데 찬성률이 더 높은 곳은 5개 칸톤 뿐이었다.

스위스 연금 제도는 국가연금과 기업연금(Pensionskasse), 개인연금 등 3가지 연금제도가 중심이 된다. AHV는 일을 하기 시작해 퇴직할 때까지 소득에 따라 일정 금액을 납부하면 받을 수 있고, 기업연금은 낸 돈에 이자까지 포함해 돌려받을 수 있다. AHV가 생계에 필요한 최저 소득을 보장받는 장치라면 기업연금은 노후를 대비한 측면이 강하다.

성인이 돼서 풀타임 일자리를 유지하며 은퇴할 때까지 일한 은퇴자의 경우 한 달에 AHV로만 우리 돈으로 200만원 이상을 수령하며, 일반적으로 스위스 국민은 3가지 연금을 합하면 은퇴 후에도 일하던 때의 80% 정도를 소득으로 보장받는다.

‘AHV 플러스’ 법안은 국가연금 지급액을 현재 수급자와 미래 수급자 모두에게 10% 올리자는 것이 핵심 내용으로, 스위스노총(SGB)의 주도로 2013년 10월 11만1683명의 서명을 받아 추진됐다. 법안에 찬성하는 쪽은 저소득충과 중간 소득층이 국가연금 의존도가 높아서 수급액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자율 하락으로 생활이 어려워진 연금수급자의 소득을 보전해줘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현재 연기금의 0.8%만 부담을 추가하면 이같은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스위스 정부는 이 안이 통과되면 2018년 한 해에만 40억 스위스프랑(한화 4조6000억원)의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며 반대했다. 가뜩이나 베이비부머의 은퇴로 인해 2020년 이후 연금제도를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는데, 혜택을 늘리는 것은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경제학자 모니카 륄은 “돈이 필요한 사람을 더 어렵게 만드는 법안이다. 그들은 연금을 더 받으면 결국 세금을 더 내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재도 스위스는 다른 나라에 비해 소득수준이 높고 연금 제도가 잘 정비돼 있어서 세금에 문제에 더 민감하다.

스위스 로잔 대학교의 게오르그 루츠 교수는 “인구 변화로 사회보장시스템이 압박을 받으면 혜택을 늘리는 것이 최선이 아니라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라며 “(이번 투표 결과는) 유권자들이 자신의 이익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를 위해 무엇이 최선인지를 생각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스위스 국민들이 국민투표에서 ‘자신이 아닌 국가를 위한 답’을 선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6월에는 모든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월 300만원)을 보장하자는 기본소득법을 76.9%의 압도적인 반대로 부결시켰다. 또 2012년에는 유급 휴가 일수를 4주에서 6주로 늘리자는 방안이 66%의 반대로 부결된 바 있다. 2001년에는 약값을 낮추는 방안을 투표에 부쳤지만 질 낮은 외국산 약이 유입될 것 등을 우려해 70%가 넘는 국민이 반대했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진보적 실험과 이를 넘치지 않게 하려는 견제가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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