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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이저의 인디 엿보기, 잇따른 협업…인디 21주년, 가장 큰 변화와 미래는?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지난해는 인디씬이 20주년을 맞는 기념비적인 해였다. 1995년 4월 5일 홍대 클럽 드럭에서 열린 너바나의 리더 고(故) 커트 코베인 1주기 추모 공연이 인디씬의 시발점으로 꼽힌다. 이 곳을 통해 크라잉넛 노브레인이 태어났고, 현재 장기하와 얼굴들, 십센치, 혁오, 브로콜리너마저 등 메이저 무대에서 활약하는 다양한 뮤지션들이 태어났다. 더이상 인디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성장, 무수히 많은 아티스트가 획일화된 가요계에 다양성을 불어넣고 있다.

이제 인디씬은 ‘대중음악 시장’의 보고로 떠올랐다. 21주년을 맞은 올해 유달리 메이저와 인디의 협업이 늘었고, 대형기획사들이 인디신을 호시탐탐 엿보고 있다.

SM, YG에 이어 지난 6월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 멜론을 운영하는 로엔 엔터테인먼트가 인디 레이블 문화인(Mun Hwa In)을 설립했다. 문화인은 현재 우효, 신현희와김루트, 민채 등 아티스트 10팀이 소속돼있다. 특히 문화인에는 기존 홍대신에서 탄탄한 입지를 가지고 있던 전문인력(김영민(경영총괄, 윈드밀 엔터테인먼트 대표미러볼뮤직 이사), 최원민(제작총괄, 뮤직커밸 대표前서교음악자치회 회장) 공동대표)가 영입됐다. 

이헌석 대중음악평론가는 ”메이저씬은 상품의 포화 상태, 각 상품간 변별력 부족, 새로운 시장(수요) 부족 등으로 인한 침체기에 들어선 상태“라며 ”메이저 기획사에게 인디씬은 특색있는 새 상품, 경제적으로 가치있는 새로운 상품 생산 과정 혹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낼 수 있는 곳으로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중음악 시장에서 아직 창의적 색채가 남아있는“(이경준 대중음악평론가) 인디씬과의 교류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모색하겠다는 판단이다.

이에 아티스트 간의 협업도 부쩍 늘었다. 아이돌 가수가 인디씬의 실력파 뮤지션들과 협업하며 음악적 토양을 넓혀가고 있다. 최근엔 스타쉽엔터테인먼트가 인디씬 아티스트와의 협업 프로젝트인 빈티지 박스 프로젝트(VINTAGE BOX PROJECT)’를 발표했다. “인디씬의 숨은 실력파 아티스트들을 알리고 음악시장을 다각화하고자 하는 상생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미 브로콜리너마저, 가을방학, 스탠딩에그, 어쿠루브, 커피소년, 빌리어코스티 등과 리메이크를 합의했다. 

음악적 교류를 떠나 대형기획사 산하의 인디 레이블 설립에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다.

물론 긍정적 효과도 있다. 장규수 연예산업연구소 소장은 “댄스음악 외에도 힙합,록 등 수요층을 확대할 수 있는 음악 장르의 다양화“와 ”시장 확대로 수익증가, 해외진출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점, “컬래버레이션 및 신인발굴 제작역량 강화 등 새로운 음악 창작 기반이 구축된다“는 점을 긍정적 효과로 꼽았다. 하지만 “대기업과 조직의 독과점, 인디계 잠식, 자본 및 경영의 종속”과 “메이저 레이블과 인디 레이블 간의 양극화, 인디레이블간의 양극화”와 같은 부정적인 영향도 우려했다.

업계 역시 이 같은 시각에서 기반해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비추고 있다. 한 인디 레이블 관계자는 “메이저 기획사로 인해 인디 쪽이 활성화가 되는 것은 좋은 측면”이라고 전제하면서도 “한 편에선 인디마저 가져간다는 시각도 나온다”고 말했다.

대형기획사에선 상생을 강조하지만 “씬과 씬을 이루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깊은 공감과 이해없이 새로운 상품이나 시장으로 인식”(이헌석 대중음악평론가)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이경준 대중음악평론가는 “상생을 도모한다지만 기존 대형 기획사의 인디 레이블이 아티스트를 잘 케어해주는 사례는 적었다”라며 “저인망식 어업으로 유명 팀을 배출하면 입지를 다지는 계기가 되니 대형기획사가 인디씬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이미지 쇄신을 위한 보여주기 식이라는 인상이 짙다”고 말했다.

이미 씬에서 충분히 성장한 아티스트나 인지도를 담보한 뮤지션 위주의 협업도 “홍대를 대표하는 사례가 아닌데 마치 하나의 샘플처럼 오해할 수 있다”(이경준 평론가)는 시각도 나온다. 이경준 평론가는 “외부에 더 많은 음악과 장르가 존재하는데 인디씬에서 메이저가 손을 댄 것이 홍대를 대표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봤다.

인디밴드 슈가볼 고창인 역시 “메이저 기획사로의 편입이나 산하 레이블 설립 등의 사례가 생기면 희망을 가질 뮤지션도 많다는 것은 좋은 점이지만 한쪽으로만 편향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인디뮤지션이나 소규모 기획사가 자생적으로 성장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데 거대한 홍보채널을 가진 회사에서 이미 힘을 가진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주는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든다”는 입장이다.

변화무쌍한 한 해를 보내고 있는 현재 인디씬의 발전 가능성은 여전히 무한하다. 비정상상적인 불균형을 보이고 있는 시장에서 “자본의 영향을 받지 않아 의사결정이 자유로운”(슈가볼 고창인) 덕분에 다양성에도 일조하고 있다.

이헌석 대중음악평론가는 “현재의 인디씬 혹은 밴드씬은 자본이나 기성세대의 권력 및 취향에 좌우되지 않는 선구적 하위문화의 역할 담당”하고 있다고 봤다. 하지만 “과거처럼 정확한 의미의 인디라기 보다 자금력이 부족한 메이저씬의 양상”이라고 꼬집었다. 이미 무수히 많은 권력이 나뉘어져 대형기획사의 방식을 따라가는 사례가 쏟아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음악시장의 규모가 워낙에 작은 탓에 어려운 여건 속에서 ‘생존본능’으로 음악을 이어가는 사례도 적지 않다.

여건은 어렵지만 인디씬의 미래 전망은 긍정적이다. 숫자로 헤어릴 수 없을 만큼 많은 뮤지션들이 꾸준히 음악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자신의 음악과 이름을 알릴 창구가 적은 음악환경의 어려움을 이겨내는 과정이다.

이경준 평론가는 ”현재의 인디씬은 록 안에서도 세분화되는 등 장르도 다양해지고 연주 실력도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레이블에 의존하는 팀도 있지만 혼자서도 음악을 하고 있는 사례가 많다“라며 ”네임밸류의 문제가 나오지만, 이들을 메이저 가수와 동일선상에서 판단할 수는 없다. 역량은 좋아지고 있고, 씬은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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