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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칼럼] ‘눈먼 돈’과 어느 왕따 귀농인
J(58) 씨는 귀농 5년 차 농부다. 아내의 고향인 강원도 홍천에서 약 1만㎡ 규모의 친환경 과수를 키우고 있다. 귀농 전 몸을 가누기도 힘들어 지팡이에 의지했던 그는 귀농 후 친환경 농사와 청정 시골생활을 통해 놀랄 정도로 빠르게 심신을 회복했다.

자신감을 얻은 그는 지역 내 재배 농가를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해당 작목 연구회(회원 30여명)의 창립을 주도했다. 연구회의 초대 회장도 맡았다.

하지만 J 씨는 현재 해당 작목의 연구회 회장도, 회원도 아닌 외톨이 농부일 뿐이다. 1년 여 전에 그 자신이 주도해 만든 연구회 회장에서 제명되고 회원자격조차 박탈당했다고 한다. 사회문제화 된 학교 내 집단 왕따 신세로 전락한 것. 1년 여 전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J 씨: 그건 그렇게 하면 안 됩니다.

A 씨: 그게 능력이죠. 뭐가 안 되는 거예요?

J 씨: 그건 불법이에요.

(2015년 8월 6일, J 씨가 녹취한 연구회 임원 A 씨와의 대화내용 중 일부)

여기서 A 씨가 말한 ‘능력’과 J 씨가 반박한 ‘불법’은 같은 일을 지칭한다. 녹취내용을 좀 더 살펴보면 이는 농업보조금을 의미한다. 그럼 도대체 농업보조금을 어떻게 했기에 한 사람은 ‘능력’이라고 말하고, 한 사람을 ‘불법’이라고 반박했을까.

B 씨: 저희가 지금 (연구회의 한 임원에게) 환급해 준 돈은, 그거는 말 그대로 비자금이에요. 제가 리베이트를 준거지.

J 씨: 음…

(2015년 8월 6일, J 씨가 녹취한 해당 작목의 용기 제작업체 사장 B 씨와의 대화내용 중 일부)

J 씨가 A, B 씨를 상대로 녹취한 내용을 종합해보면, 연구회의 한 임원이 회장인 J 씨 모르게 해당 작목의 용기 지원 보조금 집행 과정에서 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업체 대표는 대화 중 이를 두고 “없는 돈”, “공중에 뜬 돈”, “뒷거래”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불법 리베이트 액수는 약 200만원으로 그리 많지는 않다(문제가 불거지자 리베이트를 돌려주고 그 액수만큼 용기를 추가 공급받는 것으로 봉합됐다고 한다). 이 보조금 비리 건은 경찰에서도, 검찰에서도 무혐의로 결론 났다. 해당 지자체에서도 유야무야 처리되었다.

그러나 국민 세금을 빼돌린 명백한 농업보조금 비리였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이를 문제 삼은 J 씨와 아내는 지금도 집단 따돌림을 당한 채 극심한 심신의 고통을 겪고 있다. J 씨는 “그 일로 인해 아내는 우울증 치료까지 받았고, 나 또한 자살 충동까지 일었다”고 털어놓았다.

필자가 무턱대고 J 씨를 편들고자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 또한 일련의 과정에서 뭔가를 잘못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결코 보조금 비리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각종 농업보조금은 ‘눈먼 돈’이기에 “못 먹으면 바보”라는 비아냥거림을 들을 만큼 보조금 비리에 대한 불감증이 농촌사회에 만연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불법 리베이트를 받는 게 ‘능력’으로 치부되고 있는 농업보조금 비리는 반드시 근절되어야한다. 이를 문제 삼은 J씨가 되레 지금까지도 집단 왕따를 당하고 있는 이런‘일그러진 농촌세태’ 또한 바로 세워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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