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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빈땅 찾기 쟁탈전’ 中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지난달 초 서울동부지법(경매3계)에 나온 경매물건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강동구 암사동에 있는 면적 263㎡짜리 땅이었다. 암사동 선사유적지에서 가까운 단독주택지인 서원마을 안에 자리잡고 있는 토지다. 지목은 전(田)으로 분류된 곳이다. 42명이 도전장을 내밀며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다. 결국 감정가(1억9435만원)의 267%인 5억1899만원에 새 주인이 결정됐다. 이 물건은 8월에 서울에서 나온 경매물건 중 응찰자가 가장 많은 걸로 기록됐다.

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는 주차장으로 쓰이고 있는 땅인데, 단독주택지 사이에 있어서 사실상 주택을 신축할 수 있다는 점을 파악하고 입찰자들이 몰린 것 같다”며 “서울 경매법정에서 땅을 두고 경합이 벌어진 건 흔히 보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저금리 시대의 재테크 전략으로 ‘수익형 부동산’이 각광받으면서 땅 찾기가 보편화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괜찮은 땅을 발견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헤럴드경제DB]

서울에서 빈땅 찾기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80평 남짓한 땅을 두고 경매법정에서 42명이 달려든 건 ‘쓸만한 땅은 적고, 찾는 사람은 많은’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더구나 경매를 통해 늘 ‘괜찮은 땅’을 만날 수 있는 건 아니다. 경매법정에 등장하는 물건 대다수는 어떤 이유에서든지 개발하기 어려운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가끔 알짜 물건이 등장하면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지난달 서울에서 경매에 올려진 토지는 1000건이었다. 이 가운데 24건이 주인을 찾았다. 하지만 그 가운데엔 토지로서 가치가 떨어지는 ‘도로’가 7건이 있었다. 지지옥션 이창동 선임연구원은 “도로는 낙찰가율이 20~30% 정도에 그친다. 어떻게든 활용해 보겠다고 낙찰받는 건 아니고 인근에 토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매입해 두는 수준”이라며 “서울엔 토지 물건이 많지도 않고 나와도 사실상 토지로서 가치가 없는 것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서초구 세곡ㆍ내곡동이나 강동구 상일동에 있는 토지는 개발제한이 걸려 있는 땅들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매에 나오기만 하면 꼭 서너명은 응찰에 나선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소장은 “서울에선 집을 지을 수 있는 번듯한 토지 물건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그래도 낙찰이 이뤄지는 건 일종의 미래가치를 염두에 둔 투자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경매법정 바깥에서도 ‘땅 찾기’ 경쟁은 치열하다. 최근 1~2년 사이 저금리 기조가 굳어진 탓에 ‘수익형 부동산’을 추구하는 수요자들이 크게 늘어난 결과다. 50㎡ 안팎의 작은 자투리땅을 찾는 수요가 많다보니 큰 땅보다 더 비싸게 팔리는 일도 벌어진다.

직장인 오모(48) 씨는 지난 7월 강북구 수유리 주택가에 있는 세모꼴의 땅을 매입했다. 수개월간 서울 곳곳의 오래된 주택가를 돌아다닌 끝에 찾아낸 곳이었다. 면적은 55㎡ 정도인 자투리 땅이다. 마을 할머니들이 텃밭으로 쓰던 곳이었다. 오 씨는 “주변에 있는 네모 반듯한 필지의 시세(3.3㎡당 1500만~1800만원)보다는 저렴하게 매입할 수 있으리라 예상했지만, 결과적으로 1900만원에 계약서를 썼다”며 “집주인이 ‘사겠다는 사람은 많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땅을 찾는 이들은 늘 어디에 어떤 땅이 있다는 ‘정보’에 목말라 한다. 다가구 주택 임대사업자인 노모(53) 씨는 “소규모 부지 정보는 보통 동네 중개사무소를 통해 얻을 수밖에 없는데, 허위 매물이 많고 정작 알짜 매물은 잘 알려주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엔 매물로 나온 땅의 정보만을 공유하는 커뮤니티도 포털사이트에 등장하고 있다.

서용식 수목건축 대표는 “예전엔 쳐다보지도 않던 작고 못생긴 땅들도 이제는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는 인식이 생겼다”며 “앞으론 땅을 가진 사람과 투자자들을 연결해 줘 직거래가 가능하게 해주는 서비스가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n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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