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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준전세 급증에 脫서울도”…이사철 주거비 부담 ‘눈덩이’
-서울 준전세 거래 건수 1만9760건…전년比 22.4% 증가

-보증금 적고 월세 비싼 준월세는 작년보다 8.3% 줄어

-역전세난 우려 지역선 세입자 이탈현상…월세 비중 뚝


[헤럴드경제=정찬수 기자] 한모(39)씨는 지난 여름부터 경기도 성남시에서 전셋집을 구하러 다녔지만, 전세 계약을 하지 못했다. 전세금액에 부합하는 순수 전세 물건을 구하기 힘든 데다 대부분이 보증금과 월세를 함께 내는 준전세가 늘어나서다. 한 씨는 “마음에 드는 집은 보증금에 월세를 내야 하더라”며 “보증금 이자도 벅찬데 월세까지 감당하기 힘들어 외곽의 빌라까지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저금리 기조에 집주인들의 월세 선호 현상은 짙어졌다. 아파트보다 서민이 많은 다세대ㆍ연립의 월세 비중은 더 높았다. ‘빌려’ 살수록 거주비 부담은 커지고 있다. 사진은 구로구의 한 빌라밀집지역 모습.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가을 이사철이 다가오면서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순수 전세보다 준전세나 준월세가 많아져서다. 초저금리 기조에 집주인들은 전세 물건을 매매나 월세로 돌렸다. 보증금이 월세액의 12배 이하면 월세, 12~240배면 준월세, 240배를 초과하면 준전세에 포함된다.

전셋값 상승분을 월세로 돌리는 준전세 거래건수는 증가추세다. 13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8월까지 서울의 아파트 준전세 거래 건수는 1만976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만6135건)보다 22.4% 늘어난 규모다.

보증금은 적지만 월세가 비싼 준월세 거래량은 되레 줄었다. 올해 1월~ 8월까지 서울의 준월세 거래건수는 1만9733건으로 지난해(2만1537건)보다 8.3%가량 감소했다. 월세를 통한 임대수익을 선호하는 집주인과 달리 세입자는 주거비 부담을 줄이려 인근 지역으로 눈을 돌렸다는 의미다.

송파구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세자금 대출을 받아 2년마다 전세금을 올리기 힘든 세입자 입장에서는 준월세보다 준전세를 선호한다”면서 “전셋값이 낮아지지 않는 이상 순수 전세가 줄고 준전세ㆍ준월세가 늘어 서민은 주거비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세입자 입장에서 월세 다변화는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고 볼 수 있지만, 주거비 부담은 더 커졌다는 분석이 많다. 근거는 축적된 자료다. 올해 초 한국도시연구소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실이 국토부 주택 실거래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전국 준전세 가구의 가구당 주거비(월세에 보증금 포함)는 2011년 1억원에서 지난해 2억495만원으로 증가했다. 4년간 준전세가 상승률은 104.9%에 달했다. 같은 기간 전국 주택 매매가가 29.3%, 전셋값이 35.8%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목돈이 없거나 대출 부담으로 내 집 마련을 미룬 주거약자의 주름살이 깊어졌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본지가 올해 6월~8월까지 3개월간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전ㆍ월세 거래량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의 월세 비중(전ㆍ월세 거래량에서 월세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33.2%였다. 월세거래 비중이 가장 큰 구는 종로구(45.1%)였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3개월간 월세 비중(50.9%ㆍ부동산인포 집계)보다 줄었지만, 전국 아파트 평균 월세 비중(40.4%)보다는 높다.

 
전국 월세비중. [자료=국토교통부]


서민이 많이 찾는 서울의 다세대ㆍ연립 월세 비중은 37.3%로 아파트보다 높았다. 이른바 빌라로 대변되는 주택형에 사는 이들의 주거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의미다. 세부적으로 월세 비중이 40%를 넘는 지역은 강남, 노원, 마포, 성북, 송파, 종로, 중구 등이었다. 아파트 월세 비중이 40%를 넘는 구가 단 세 곳(동대문구ㆍ종로구ㆍ중구)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월세가 싼 빌라 밀집지역일수록 매달 지급하는 주거비가 많다고 볼 수 있다.

한 때 역전세난이 불거졌던 일부 지역에선 월세 비중 30%대가 무너졌다. 강동구, 강서구, 양천구가 대표적이다. 이들 지역의 다세대ㆍ연립 월세 비중은 각각 29.5%, 29.9%, 29.6%로 나타났다.

아파트 월세 비중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강서구는 아파트 월세 비중이 25.5%로 서울시에서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높은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인근 위례나 하남미사신도시등으로 이탈한 것으로 분석된다.

강서구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ㆍ월세가 폭등하면서 주거비를 감당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외곽으로 이탈했다”며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고 공급 물량을 줄인다고 하더라도 저금리 영향으로 주거약자의 가계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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