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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끝없는 ’네탓 공방’ …해운업계 “이럴 때가 아닌데, 억장이 무너진다”
-물류대란 대비 정보제공 놓고 정부 채권단 vs 한진 다른 목소리



[헤럴드경제=조민선 기자]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여파로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 물류 대란이 발생하고 있지만, 정부와 해당 기업인 한진 측은 ‘네탓 공방’만 벌이느라 허송세월이다. 금융당국의 수장인 금융위원장은 한진을 부도덕한 기업이라고 몰아세웠고, 이미 법정관리에 들어가 무너진 기업은 발끈했다. 정부와 한진 측이 책임 공방을 벌이는 동안 화주들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고 있고, 중소 해운항만 업체들은 줄도산 위기에 처했다. 해운업계에선 이틀 연속 청문회를 보며 “억장이 무너진다”는 울분이 쏟아졌다.

8일, 9일 국회에서 열린 ‘조선, 해운산업 구조조정 청문회’는 국회의원들의 책임추궁과 이를 회피하려는 책임자들의 몸부림으로 얼룩졌다. 대책 마련에 머리를 맞대도 부족할 판에, 비판을 면하기 위해 서로 물어뜯는 ‘촌극’을 연출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번 물류대란과 관련해 “관계부처가 대책을 논의했지만 한진 측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며 “대책 마련에 가장 필요한 게 화주정보, 운송정보로 (한진 측에)대비책을 세워달라고 얘기했지만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며 한진에 화살을 돌렸다.

임 위원장은 나아가 한진해운이 부도덕하다고 비난했다. 그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통해 여러 차례 회의에서 한진 측에 대비책을 요구했지만 전부 거부당했다”면서 “한진해운이 법정관리 직전까지 화물을 실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발언은 기획재정부 차관의 발언과 180도 다른 톤으로, 정부 내부의 엇박자를 여실히 보여줬다. 


지난 5일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은 범정부 합동대책 태스크포스(TF) 1차 회의에서 “해수부 중심으로 (물류혼란 대응)시나리오가 있었지만 구체적일 수 없었다”며 “법정관리에 들어갈지도 모르는 기업에 정보를 달라고 하는 것 자체가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즉, 한진해운에 구체적인 정보 요구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음을 정부 스스로 토로한 것. 그로부터 3일후 금융위원장은 물류대란의 책임을 한진해운에 돌렸다.

한진해운은 발끈했다. 청문회에 참석한 김현석 한진해운 재무본부장(전무)은 “화물정보 등은 법정관리 이후에나 요청받았다. 화주정보는 현대상선과의 합병을 검토하는 부분 때문에 산은과 미리 협의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산은과 현대상선과의 합병 방안을 검토했으며, 자율협약 조건이 5000억 출자, 경영권 포기, 합병 동의였다”고 폭로했다.

이같은 공방에 한진해운 임직원들은 “두번 초상을 치르는 것 같다”며 울분을 토했다. 한 관계자는 “울고 싶은 심경”이라며 “법정관리여부는 우리가 대비할 틈 없이 갑자기 결정됐는데, 이미 화물 실고 떠난 배를 다시 돌렸어야 한다는 말이냐”고 토로했다.

재계 한 고위 관계자는 “법정관리에 돌입할 거라는 시그널을 기업에 미리 주긴 어려웠을거고, (한진해운이) 정보제공을 일부러 안했을 가능성은 금융위의 현 위상과 파워를 봤을 때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장의 발언을 놓고 업계에선 정부가 해운업의 특성과 구조를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해운업의 특성상 중간에 운송주선업자(포워딩 업체)가 껴서 한진해운 선박에 화물을 실는다. 그 과정에서 한진해운이 완벽하게 화주정보 등을 파악하기 힘든 구조”라며 “정보 파악을 위해 한진해운은 물론 포워딩 업체에 접촉했으면 대비가 가능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업계에선 세월호, 메르스 사태 때 보여준 정부의 반복된 레퍼토리라는 비판도 나왔다. 물류대란 대비를 위한 디테일한 정보 파악조차 못한 정부의 무능과 법정관리가 유력한 상황에서도 배에 짐을 실은 한진해운의 무책임이 결합된 대란이라는 얘기다.

조봉기 한국선주협회 상무는 “억장이 무너지는 심경”이라며 “불은 번저나가고 있고 큰 산을 홀랑 태우는 결과가 나올 것 같아 두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로 눈에 보이지 않는 잠재적인 피해와 혼란이 도사리고 있다”며 “화주들의 화물 배송 지연, 분쟁으로 2차 3차 피해가 있을거고 한진해운 종사자들의 분노도 임계점에 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한편, 한진해운발 물류대란 여파가 미국까지 번지자 미국 상무부 관계자들이 방한해 9일 해수부와 물류 차질 해소방안을 모색한다.중소 포워딩 업체는 이번 사태로 막대한 비용을 떠안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 와중에 구조조정 청문회는 오늘도 책임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시간에도 한진해운발 물류대란을 막을 골든타임은 흘러가고 있다.

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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