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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기기증의 날에 본 현주소] 기증하고 싶어도…가족 반대 있으면 불가능
신체훼손 금기 유교적 사상 탓
유가족 거부땐 이식 못해
장기이식 대기자 2만7444명
기증자는 10%에도 못미쳐



우리나라에서 아직까지 장기기증은 ‘미담’의 영역에 머물러 있다. 죽은 가족의 시신을 훼손할 수 없다는, 오랫동안의 유교적 관념과 무관치 않다.

실제 유가족들의 동의 없이는 장기기증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장기기증에 대한 유가족들의 인식 변화가 있어야 장기 기증자를 애타게 기다리는 3만명의 중환자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얘기다.

8일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5년 말 장기이식 대기자는 2만7444명으로 집계됐다. 이에 반해 장기 기증자는 대기자의 9.3%에 불과한 2565명에 그쳤다. 인구 100만명당 장기기증자를 외국과 비교하면 부진한 우리나라의 장기기증 문화의 현실이 더 명확히 드러난다. 한국은 인구 100만명당 49.5명이 장기를 기증했는데 이는 기증률이 가장 높은 미국(318명)의 6분의1 수준이다. 

9월 9일은 장기기증의 날이다. 뇌사자 1명의 장기기증으로 9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나라는 죽은 이의 시신을 훼손할 수 없다는 유교적 관념으로 뇌사자의 장기기증을 유가족이 거부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 장기 기증을 경험한 유가족의 90%는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장기기증의날 캠페인 이미지. [제공=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이들 중 78%는 살아있는 상황에서 신장이나 간 일부 등을 기증하는 생존 기증인 것으로 나타났다. 뇌사자가 자신의 장기를 기증한 경우는 19.5%, 죽은 뒤 각막을 기증한 경우는 2.5%에 그쳤다. 그나마 생존 기증의 80%는 가족 간에 이뤄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가족이 아닌 타인에게 장기를 기증하는 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가족 중에 기증자를 찾지 못한 난치병 환자들은 애를 태우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법적 절차 상 뇌사자가 생전에 장기기증 의사를 밝혔더라도 유가족이 거부할 경우 장기기증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장기기증자가 자신이 사망하기 전에 사후 장기기증에 동의해 장기기증 희망 등록을 한 경우 그 유족이 명시적으로 반대하지 않을 경우에만 장기 적출을 할 수 있다.

반대로 장기기증자가 사망전에 장기 적출에 동의 또는 반대했다는 사실이 확인되지 않는 경우 사후에 그 유족이 동의할 경우 장기적출을 할 수 있다. 결국 사후 장기기증의 확대는 전적으로 유가족의 뜻에 달렸다는 얘기다.

김동엽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실장은 “유가족 중 최우선 결정권한을 가진 배우자가 동의해도 다른 가족 측에서 반대하면 밀어부치기가 힘든 게 한국 문화적 현실”이라고 했다.

아주대학교 병원 연구진이 발표한 ‘뇌사 장기 기증자 가족의 장기 기증에 대한 긍정성 조사’ 논문에 따르면 2008~2011년 사이 장기기증센터에 뇌사자의 장기를 기증한 유가족 중 90% 이상이 장기기증 동의한데 대해 “후회가 없다”고 했다. 부정적 답변을 한 1명 역시 장기기증 자체에 대한 불만보다 기증 과정에서의 행정적 불편과 이에 따른 추가적인 병원비 부담을 호소한 것이었다. 응답자 중 일부는 “기증 후 육안으로 확인한 시신의 훼손 상태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아 놀랐다”고 답하기도 했다.

원호연 기자/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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