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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세안 정상회의 개막] 남중국해 셈법 다른 아세안…“의사결정‘만장일치제’재검토”
필리핀·인니등 6國 영유권 주장 반면
美日中 입김에 지역협력체役 힘들듯
각국 의견 불일치로 공동성명 못내자
아세안회의 의사결정방식 회의론 솔솔



남중국해 패권을 놓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전초전이었다면 이번에는 본선이다. 라오스 수도 베엔티안에서 6일(현지시간) 개막한 동남아시아 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정상회의는 사실상 남중국해를 둘러싼 치열한 패권경쟁의 장이 될 전망이다. 특히 남중국해 문제는 아세안 각국 마다 이해관계가 달라 아세안을 사분오열 직전까지 몰고 갈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사정이 이렇자 일각에선 아세안 정상회의의 ‘만장일치’ 의사결정구조를 재검토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유럽 소재 카슈미르 분쟁 모니터링 매체인 카슈미르 워치는 이날 남중국해 패권경쟁을 둘러싼 중국과 미국, 그리고 일본의 거센 입김에 지역협력체로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못할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우군을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 미국과 일본이 합심해 중국과 외교전을 벌이면서 아세안 국가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아세안의 구심력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계기로 약해지고 있다. 필리핀, 브루나이,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6개 국가가 남중국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지만 ‘만장일치’를 원칙으로 하는 아세안의 의사결정구조에 막혀 공동성명을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ㆍ닛케이)신문은 7일 아세안 외교장관 회의 및 정상회의 초안을 입수해 아세안 국가들이 남중국해를 둘러싼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판결에 대한 언급을 보류하기로 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한 아세안 외교관은 닛케이에 “1개국의 반대로 연대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아세안 정상회의 성명에서 이처럼 PCA 판결에 관한 직접 언급이 빠지는 것은 중국의 영향력이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베트남 등은 지난달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린 아세안 외교장관 회의에서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을 배척한 PCA 판결을 성명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친(親)중국 성향의 캄보디아 등이 반대해서 반영되지 않았다.

아세안의 만장일치제에 대한 회의론은 아세안 주요 인사들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리잘 숙마 자카르타 소재 국제전략연구소(CSIS) 소장은 지난 1일 개소 45주년을 맞이하는 자리에서 “2012년 이후 아세안은 코뮤니케(공동선언문)를 채택하지 못하면서 구심력과 통합력에 대한 기대가 낮아지고 있다”며 “만장일치를 원칙으로 한 의사결정구조를 원칙으로 하고 있는 아세안 헌장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베트남의 쩐 다이 꽝 국가 주석도 지난 8월 말 싱가포르의 강연에서 “회원국 일치를 보완하는 원칙을 검토할 수 있다”라며 다수결 원칙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내년 아세안 의장국을 맡은 필리핀의 외무성 고위 관계자는 닛케이에 “논의를 심화할 필요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7월 아세안 외무장관 회의에서도 아세안 국가들은 분열했다. 캄보디아 등 1~2개 회원국 때문에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놓고 공동성명을 발표하지 못하면서 ‘만장일치’ 합의원칙에 대한 회의론이 불거졌다. PCA 판결이 나온 직후에도 아세안 국가들은 캄보디아와 라오스의 반대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고 철회해야 했다.

한편, 아사히(朝日)신문은 중국과 아세안 국가들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남중국해 행동선언’(DOC)을 이행하고 ‘남중국해 분쟁 당사국 행동수칙’(COC)을 조기에 마련하는 데에 합의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성명문은 “직접 당사자인 주권국가들의 협상과 협의에 따른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역외 국가나 다른 국제기구의 개입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필리핀과 베트남, 싱가포르 등 남중국해 분쟁국가들이 미국과 일본과 안보협력관계를 구축하고 합동훈련을 실시하고 있는 만큼 아세안 국가들의 내부분열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연 기자/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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