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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경제-현대경제연구원 월례좌담회] 청년고용 대책, 저출산 해법 될까?
[헤럴드경제] 지난해 합계출산율(여자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1.24명이었다. 이는 초저출산 기준인 1.3명을 밑돈다. OECD 국가 평균은 1.68명. 우리나라는 포르투갈(1.23명)에 이어 최하위권이다. 사정이 이런 가운데 올해 1~5월 출생아 수는 18만2000명으로 전년(19만2000명) 대비 5.3%(1만명) 감소했다. 이는 최저출산율을 기록한 2005년보다 7000여명이나 적다. 합계출산율 ‘1’ 붕괴가 가시화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저출산 문제의 해결의 핵심은 청년들이 결혼을 하지 못하는 현실의 극복이라고 입을 모은다. 청년들이 결혼을 하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은 고용의 불안정성이다. 올해 들어 청년(15~29세) 실업률은 10%를 오르내리고 있다. 명목실업률에 나타나지 않지만 사실상 실업 상태에 빠져 고통을 겪고 있는 청년 수가 120만명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한국의 청년 실업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상승폭이 두 번째로 높다. 파산 위기를 맞은 그리스 다음이다. 

헤럴드경제와 현대경제연구원(원장 강인수)이 마련한 연중 세미나 ‘출산율 2.1 시대를 향한 낯선 경제학’의 네 번째 좌담회가 지난 달 3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개최됐다. 왼쪽부터 유병규 산업연구원장, 고영선 고용노동부 차관,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장, 남민우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이사장(다산네트웍스 회장),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헤럴드경제와 현대경제연구원(원장 강인수)이 마련한 연중 세미나 ‘출산율 2.1 시대를 향한 낯선 경제학’의 네 번째 좌담회가 지난 달 3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개최됐다. 

이번 세미나에는 고영선 고용노동부 차관, 남민우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이사장(다산네트웍스 회장), 유병규 산업연구원 원장이 참석했다. 이들은 ‘제3차 저출산ㆍ고령사회 기본 계획(이하 제 3차 저출산 대책)의 주요 내용과 과제’를 주제로 지난해 12월 발표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실시될 제 3차 저출산 대책이 기존 정책과 다른 점에 대해 평가하고, 저출산 대책을 성공적으로 실시한 선진국의 사례를 통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 사회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 원장= 청년 실업문제가 더욱 심각해지면서 많은 대책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핵심 대책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현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정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고영선 차관= 노동개혁과 취업 미스매치 완화가 청년실업문제 해결의 관건이다. 비정규직과 관련된 규제 완화와 성과연봉 등의 시스템을 도입하고, 대학 입학과 동시에 취업을 준비할 수 있도록 대학 내에 상주일자리센터를 설치해 학생들이 체계적인 취업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기업들이 대학에 원하는 인재상을 제공하고. 학생들도 그에 맞춰 취업 준비를 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남민우 이사장= 비정규직을 늘리는 것이 노동유연성 확보의 대책이 될 순 없다. 기업이 손쉽게 파견직을 이용하는 것은 비윤리적이다. 비정규직을 줄이는 한편, 정규직에 대해선 유연성을 높여 기업이 해고하기 쉽게 만드는 정책이 필요하다.

헤럴드경제와 현대경제연구원(원장 강인수)이 마련한 연중 세미나 ‘출산율 2.1 시대를 향한 낯선 경제학’의 네 번째 좌담회가 지난 달 3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개최됐다. 왼쪽부터 유병규 산업연구원장, 고영선 고용노동부 차관,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장, 남민우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이사장(다산네트웍스 회장),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 강 원장= 취업률 문제에 대해 언론은 질보다 양으로 접근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준다. 청년들의 이직이 많은 이유 중 하나는 아무리 비정규직으로 일해도 정규직으로 전환이 안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정규직을 처음부터 많이 만들어야 하는데 그 게 안 되고 있다.

▶고 차관= 능력 있는 비정규직들의 정규직 전환이 쉬워져야한다. 정규직 전환이 얼마나 쉬우냐가 청년 실업문제의 핵심이다. 기간제 계약직으로 근무할 수 있는 최대 기간은 2년이기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여러 일자리를 전전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이 문제는 정규직 고용의 경직성 해결해야 가능하다. 대기업 강성노조도 정규직 일자리를 줄이는 데 많은 영향을 미쳤다. 대기업이 정규직을 뽑아 놓으면 강성노조를 통해 사측과 대립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다.

▶유병규 원장=경제 성장이 활발히 이뤄진다면 인력 수요도 늘어난다. 과거 우리나라가 고성장을 거듭하던 시기에는 비정규직 문제가 없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저성장시대이다. 그러나 고용 관행은 과거 고성장시대에 머물러 있다. 시대에 맞게 고용관행이 변화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이 같은 저성장시대에 주어진 임금 내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고용할 수 있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남 이사장= 실제 기업 현장에서 보면, 파견직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부류는 취약계층이다. 파견업체가 중간에서 많은 수수료를 떼어가니, 취약계층은 더욱 취약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이 같은 구조가 고착화되다보니 기업들까지 아무리 필요한 인력이어도 직접 고용하는 대신 파견직을 활용한다. 청년들을 정규직으로 뽑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기업 경영자들 사이에 만연하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성과급제가 법제화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회의 양극화가 점점 심각해질 것이다.

- 강 원장= 고용노동부가 최근 내년 최저임금을 시간당 6470원(7.3% 인상)으로 확정 고시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보는가.

▶고 차관= 대기업은 최저임금 문제와 관계없다. 정치권에선 최저임금 인상문제를 약자를 위한 정책인 것처럼 말하지만, 사실 이는 약자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문제이다. 앞서 말했지만 일부 대기업의 강성노조가 임금인상을 요구하면 청년고용은 더욱 어려워진다. 강성노조들이 양보해야 청년층이 질 좋은 일자리로 진입하기 쉬워진다. 비정규직들을 돕고 싶어도 같은 공장에서 일하는 정규직 근로자들로 구성된 강성노조들이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 강성노조 문제가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

▶남 이사장= 중소기업에선 노동자들이 임금 협상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장시간 노동을 하면서도, 임금은 늘 최저임금 수준으로 고정돼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 대부분은 영세하다. 없는 자들을 더욱 비틀어 짜는 게 최저임금제이다. 단순히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으로 청년고용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이다. 어차피 대기업들은 최저임금 문제로는 꿈쩍도 안 한다.

- 강 원장= 여성의 노산과 경력 단절은 저출산문제의 또 다른 중요한 원인이다. 경력이 단절된 여성이 좋은 일자리로 재취업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유 원장= 결국 육아문제이다. 여성들의 근로시간이 너무 길다. 특히 전문직 여성들은 더욱 출산이 어렵다. 오래 자리에 앉아 있어야 일을 잘 하는 것처럼 보인 다는 생각이 여전히 사회에 만연해있다. 직무를 분석해서 시간당 업무량에 대한 통계를 내고, 유연근무제를 활성화하는 근로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기성세대와는 달리 청년층은 장시간 일해서 많이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세대이다.

▶남 이사장= 기업 현장에서 직장인 여성들에게 물어보면 출산도 싫고 육아도 싫다고 말한다. 이들이 왜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됐는지 깊게 생각해 봐야 할 때이다. 육아를 하는 여성 직장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사내 보육시설이다. 그런데 사내 보육시설을 갖추고 싶어도 법적 기준을 맞추기 어렵고 엉터리인 규제도 많다. 사내 보육시설 문제만 제대로 해결돼도 저출산문제가 상당 부분 해결될 것으로 본다.

▶고 차관= 너무 오래 쉬어도 여성 근로자 본인에게 좋지 않다. 일과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는 데 동의한다. 이와 더불어 근로 문화의 변화도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근로 문화는 근무시간과 개인시간이 명확하지 않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독일의 경우 근로자들이 근무시간에는 철저히 근무만 하고, 퇴근하면 완전히 업무에서 벗어나 개인시간을 보낸다. 우리도 장기적으로 그런 근로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 강 원장= 창업을 활성화 시키는 것도 해결방안 중 하나가 아닌가 생각한다.

▶남 이사장= 청년창업은 창업자 자신은 물론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한다. 미국 실리콘밸리에는 민간금융이 잘 조성돼 있다. 투자를 받아 실패해도 떳떳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실패에 대한 관용이 부족하다. 중국의 마윈을 보라. 얼마나 많은 중국 청년들이 마윈에 열광하는가. 우리나라에도 성공한 벤처기업인들이 적지 않다. 그들이 한국의 마윈이다. 중국은 마윈을 영웅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성공한 벤처기업인들을 비도덕적으로만 바라보는 시선이 많다. 이런 문화는 없어져야 한다.

▶유 원장= 우리나라의 대기업들은 과거 60~70년대에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서 크게 성장했다. 문제는 그런 대기업들이 여전히 사회 전반을 지배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벤처기업도 상당한 규모를 가지고 있지만, 이 같은 분위기에 짓눌려 제대로 목소리를 못 내고 있다. 그런 분위기도 해결돼야 한다. 중소기업의 브랜드화 정책을 추진해서 이미지를 좋게하고. 업종의 다변화를 유도하는 한편 발전하는 중소기업을 찾아내 키우고 부각시켜야 한다. 근로자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게 해야 한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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