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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원순환의 날에 본‘ 업사이클링’] 쓰레기가 명품으로…한국판‘프라이탁’속속 등장
트럭서 떼낸 천으로 가방제조
스위스 브랜드 대박 행진
목재·자전거 프레임등 적극활용
국내도 벌써 70여개사 성업



트럭에서 떼어낸 방수(防水)천으로 가방 몸통을 만들었다. 끈은 자동차 안전벨트, 접합부는 자전거 고무튜브다. 코를 가져다 대면 화학약품 냄새 풀풀난다. 곳곳엔 흠집투성이다. 그런데 50만원임에도 불티나게 팔려나간다. 스위스의 가방브랜드 프라이탁(Freitag)의 이야기다. 쓰레기를 명품으로 만들어 팔고 있다. 연매출 700억원을 넘었다. 매년 20만개 가량이 팔려나간다.

6일은 자원순환의 날이다. 폐기물도 소중한 자원이라는 인식을 널리 알리기 위해 2009년 지정됐다. 자원순환의 날을 맞아 ‘업사이클링(Upcyclingㆍ디자인 등을 더해 재활용 이상의 가치를 만드는 것)’ 대표 주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트럭 방수천, 자전거 프레임 등 폐기물이 디자이너 손길을 거쳐 재탄생하는 ‘업사이클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프라이탁 홈페이지]

프라이탁의 인기비결은 희소성이 첫손으로 꼽힌다. 가방의 주재료인 트럭 방수천은 최소 5년 이상 사용된 것으로 쓴다. 방수천을 떼어내 세척한 뒤 재단사들은 방수천 원래의 디자인과 색감을 고려해 가방을 디자인한다. 서로 다른 방수천이 원단이다보니 만들어지는 가방도 유일무이하다. 모든 가방이 한정판이다.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가방’이라는 이미지 메이킹에 더해 어느 트럭에서 사용됐는지를 의미하는 스토리까지 입혀 대박을 쳤다. 방수천 흠집들을 남겨두는 이유다. 모든 가방이 ‘한정판’ 인 만큼 전세계적으로 수많은 마니아들이 생겼다.

국내에도 제2의 프라이탁을 꿈꾸는 업체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5년 전 10여개 안팍에 불과하던 국내 업사이클링 업체는 이제 70여개에 이른다. 시장은 2015년 1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2013년 25억원, 2014년 40억원 수준이었던 것에 비하면 가파른 성장세다.

트럭 방수천, 자전거 프레임 등 폐기물이 디자이너 손길을 거쳐 재탄생하는 ‘업사이클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에코파티메아리]

버려지는 어닝천(행사용 그늘막)을 수거해 가방으로 재탄생시키는 에코파티메아리는 2009년 뉴욕미술관 MOMA에 전시되기도 했다. 원단 재질의 화려한 색감, 쓰여있던 한글 등으로 인해 ‘팝아트적이다’는 호평을 받았다.

최근엔 다음카카오에서 운영하는 ‘메이커스 위드 카카오’에 입점해 주문생산 체계를 마련했다. 에코파티메아리 측 관계자는 “(카카오에서) 최단시간 품절, 매회 앵콜요청을 받고 있는 인기상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했다.

코오롱에서 운영하는 업사이클링 브랜드 래코드 역시 대표적인 업사이클링 브랜드다. 유행이 지난 악성재고 의류들을 소각하는 비용이 수십억원에 이르자 소속 디자이너들은 새로운 방법을 찾았다.

버려지는 옷들을 해체해 새롭게 만드는 것. 버려지는 바지와 자켓을 합쳐 스커트로 재탄생 시키는 방식이다. 티셔츠는 10만원선, 아우터는 50만원을 훌쩍 넘는다. 그렇지만 고객들은 선뜻 지갑을 연다. 폐기물 소재를 가공해 디자이너가 한땀한땀 수작업으로 만든 한정판이라는 가치에 동의하기 때문이다.

패션 소품에 국한됐던 업사이클링 분야들 역시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세컨드비는 폐기되는 자전거를 분해, 재조립해 인테리어 조명으로 탄생시켰다. 러스틱아일랜드는 버려지는 목재 팔레트를 활용해 가구를 만든다.

한편 신성장산업으로서 정부 지원이 필요한 부분은 남아 있다. 한국업사이클링협회 관계자는 “업사이클링 특성상 폐기물 수급, 소재 세척, 제품 가공의 과정이 필요한데 이것을 대량으로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직은 부족하다”며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업사이클링 시스템을 위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했다.

김진원 기자/jin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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