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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이 모르는 대장암 ①] 폐경 이후…‘腸’도 시들어간다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 급격히 감소 복부비만·발병 위험 높여
대장암, 65세 이상 여성서 발병률 1위



최근 의료계는 ‘리본 캠페인’이 대세다. 흔히 알고 있는 ‘핑크리본 캠페인’은 유방암 예방, ‘퍼플리본 캠페인’은 생명을 잉태하는 고귀한 신체기관이라는 의미에서 자궁경부암 예방을 알리기 위해 관련 학회가 매년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대한대장항문학회는 지난 2007년부터 9월을 ‘대장암 예방의 달’로 정하고, 대장암을 잘 알고 예방하자는 취지로 9월 한달 동안 각종 건강강좌 등을 통해 ‘대장앎 골드리본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변이 황금색인 걸 보니 장이 아주 튼튼하구나”라는 이전 TV광고처럼 건강한 장의 척도로 황금색변을 꼽았던 것을 연상하면 ‘골드’리본이라고 칭한 이유를 알 수 있다. 



▶대장암은 남성암?=대장암은 국내 남성암 발생 2위를 기록할 정도로 상대적으로 여성보다 남성에게 흔히 발생하는 암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대장암 발병 추이를 보면 한국 여성도 대장암에서 결코 안전할 수 없는 상황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대장암은 65세 이상 노령 여성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으로 집계됐다. 또 국립암센터 중앙암등록본부의 1999~2012년 사이 암 발생 통계에서는 여성의 대장암 발병률이 해마다 4.3%씩 늘어나는 것으로 보고됐다. 9월은 ‘대장앎의 달’이지만 대장암이 성별에 따라 발생률에 차이가 있는 ‘남녀유별’한 암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국내 남성 10만 명당 대장암 발병률은 58.7명으로 아시아 국가 중 1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결과로 인해 대장암이 흔히 남성에게서 발병이 쉽다고 인식돼 왔다.

그러나 여성 암 환자를 살펴보면 남성에 비해 좀 더 고령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2012년 암등록통계의 65세 이상 고령군에서 암 발생 순위를 살펴보면 남성은 대장암이 3위인데 반해 여성은 대장암이 1위이다.

특히 국내 대장암 환자의 5년 상대 생존율은 꾸준히 향상되고 반해 여성은 남성보다 낮은 상태다. 국립암센터 중앙암등록본부의 1993~2012년의 대장암의 성별 상대생존율 자료를 보면, 5년 생존율은 여성은 65.9%, 남성은 70.5%로 4.6%포인트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 대장암은 ‘남성암’이라는 인식 때문에 대장암 검진을 상대적으로 소홀히 해 병이 진전된 상태에서 발견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폐경기 접어든 중년 여성, 대장암 주의해야=여성의 대장암 발생에는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많은 역학 연구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대장암 발생 위험이 낮은 이유로 에스트로겐의 효과나 호르몬 대체요법과의 관련성을 제시한다.

대표적으로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폐경 후 여성들의 건강상태와 질병률을 조사한 ‘Women’s Health Initiative’ 코호트 연구에서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을 병합한 호르몬 대체요법은 결장암 위험을 약 30%, 직장암 위험을 약 43%가량 감소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여성이 폐경기에 접어들면 에스트로겐 분비가 급격히 줄어들어 대장암의 위험성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게 된다.

또 여성은 폐경 후 에스트로겐 호르몬이 감소해 허리둘레가 늘어나기 때문에 60세 이상에선 대장암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는 것이 좋다. 복부비만은 대장암 발병 위험을 높이는데 특히 여성의 비만은 남성에 비해 대장암 발병에 더욱 위험하다.

세계소화기학회지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허리둘레가 10㎝ 증가하면 여성의 대장암 발병 위험이 16% 높아지는 것으로 보고됐다. 폐경을 맞은 여성의 복부비만 유병률은 폐경 전 32.1%, 폐경 후 44.5%로, 폐경 후 여성이 12.4%포인트 더 높은 수치를 보이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김광호 이대목동병원 위암ㆍ대장암 협진센터장 교수는 “국내 여성의 대장암 발생률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여성들에게 발병하는 암 중에서는 3위, 65세 이상 노령에서는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으로 집계되고 있다”며 “특히 여성들은 남성에 비해 대장암의 조기 발견이 늦고 상대 생존율이 낮아 폐경 이후의 여성들은 대장암의 예방과 조기 검진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대장암은 식생활의 영향이 큰 만큼 평소 육류 대신 섬유질 위주의 식단으로 식생활을 개선하는 것이 좋다”며 “흡연 여성이 비흡연 여성보다 대장암 발병률이 약 20% 높은 만큼 금연하는 것이 대장암 예방에 좋다”고 강조했다.

이태형 기자/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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