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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문대 나와도 백수라면…대학보다 차라리 ‘공딩’
고교생·재수생 공시족 급증
올 9급 18~19세 3156명 응시
서울시 공채도 10대가 0.9%



#1. 서울 노원구에 살고있는 인문계 고등학생 박모(18) 군은 대학진학을 위한 수능에 전념하는 다른 친구들과 달리 공무원시험(공시) 준비에 한창이다. 내신 성적이 상위 15% 이내에 드는 우수한 성적 덕분에 처음엔 서울시내 4년제 대학 진학을 계획했던 박 군이 진로를 바꾼 것은 지난 가을 학교를 방문한 한 대학생 선배와의 면담이 계기가 됐다. 박 군은 “내로라는 대학으로 진학해도 새내기 시절부터 취업난 압박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하더라”며 “신분이 보장되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할 것이라면 대학에 진학해 최소 4년이란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9급 서울시 공무원 시험을 약 10개월간 준비해왔다는 박 군은 내년 공채에 도전키로 했다.

#2. 대구 북구의 고등학교 교사인 유모(53) 씨는 최근 다른 친구들과는 조금 다른 공부를 하는 3명의 학생들을 맡아 지도하고 있다. 바로 수능 대신 9급 공시를 준비 중인 학생들이다. 유 씨는 “셋 중 한 명은 공무원이 장래희망이란 말을 들은 해당 학생 부모님이 중학교부터 영어와 한국사 등을 공무원시험에 맞춰 공부시킨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요즘같은 취업난에 이런 학생들의 도전이 합리적일 수 있단 생각에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고 했다.

5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올해는 지난 1949년 국가공무원 9급 공채시험을 시행한 이래 최대 규모인 22만2650명이 응시원서를 냈고, 그 중 18~19세 응시자는 3156명이었다. 지난 2014년(2160명)에 비해 2년만에 1000명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전체 응시자 중 10대가 차지하는 비율도 1.1%에서 1년새 1.4%로 빠르게 증가했다.

서울시 공무원 공채에서도 비슷한 흐름이다. 지난 2014년 전체의 0.5%였던 10대 접수자의 비율은 올해 0.9%로 급증했다. 특히 올해 10대 응시자수는 1285명으로, 처음으로 1000명대를 돌파했다. 이 같은 흐름은 학원가의 새 풍속도를 낳고 있다.

서울 노량진에 위치한 H공무원학원 관계자는 “방학때면 공시 과정을 듣는 고교 2~3학년 학생들이 크게 늘어나고, 올 여름방학에도 부모님과 함께 상담을 받으러 온 고등학생들이 전체 상담인원 10명 중 2명은 됐다”며 “강남에 위치한 학원에선 방학 뿐만 아니라 학기 중에도 저녁반 강의에 교복을 입고와 수업을 듣는 고교생들이 꽤 눈에 띈다”고 했다.

한편 고교생 뿐만 아니라 재수생들 사이에서도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공무원 시험 준비로 방향을 돌리는 경우도 많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한 재수학원 관계자는 “재수를 넘어 삼수, 사수로 가는 학생들의 경우 뒤늦게 대학에 들어가 사회 진출을 준비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고, 이 때문에 9급 공무원 시험을 바로 준비하는 것을 많이 봤다”고 했다. 이런 추세에 긍정과 부정의 평가가 엇갈린다.

대동세무고교 관계자는 “대학 만능주의를 벗고 고교를 졸업하자마자 안정적인 직업을 가질 수 있는데서 오는 안도감과 같은 심리적 효과가 가장 큰 장점”이라고 했다.

반면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공직관이나 소양이 갖춰지기 전에 공무원을 일반적인 직업 정도로 생각하고서 이른 시기부터 준비하는 것엔 우려스러운 측면도 있다”며 “고졸 입직자가 늘면 이에 맞춰 공직관이나 소양을 키울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을 강화해야만 한다”고 했다.

신동윤ㆍ구민정ㆍ이원율 기자/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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