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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책없이 망가지는 한진해운...산업은행, 현대상선 뒤에서 웃는다
[헤럴드경제=김영화 기자] 한진해운의 좌초로 가장 큰 이익을 보는 회사는 어딜까. 해운업계와 금융투자업계는 현대상선을 첫손에 꼽는다. 그런데 현대상선 최대주주가 바로 한진해운의 운명을 결정지은 산업은행이다. 산업은행은 출자전환 등을 통해 현대상선 주식 2500만주(지분률 약 14%)를 갖고 있다. 현대상선 주가가 오르면 덩달아 산업은행의 지분 가치도 상승하게 된다.

업계와 증시에서는 경쟁사인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돌입 이후 현대상선 보유지분 가치가 올라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막대한 매각차익을 거둘 수 있을 지에 관심이다. 한진해운 부실로 인한 손실을 현대상선에서 만회하는 구조가 가능한 셈이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4개월여의 준비기간에도 불구하고 한진해운 법정관리 신청시 발생할 물류대란에 대해서는 전혀 준비를 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상선 주가 ‘활짝’…산업은행도 ‘미소’=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상선의 주가는 지난달 31일 25.57% 폭등했다. 30일 상승분까지 합치면, 이틀새 약 35%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1일에는 급등에 따른 일부 차익실현으로 주춤했지만, 2일 장초반 다시 3% 안팎 급등세다.

한진해운의 사실상 영업중단에 따른 경쟁 감소로 현대상선이 반사이익을 볼 것이란 게 증권사들의 분석이다. 시장에선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간다고 해도 ‘청산’의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결국 금융위와 산업은행의 계산대로 한진해운의 알짜들은 모두 현대상선으로 넘어갈 것이란 관측이다.



금융위는 한진해운의 법정관리가 결정되기도 전에 우량 자산을 현대상선에 넘기겠다고 공표해 주가를 자극했다. 한진해운이 보유한 선박은 총 98척으로 세계 7위 규모다. 이 중 빌린 선박(용선)이 61척, 소유 선박(사선)이 37척이다. 시장에서는 사선 매각 가치를 약 4조5000억원으로 추산한다. 또 터미널의 경우 어느 정도 물량을 받쳐준다면 안정적인 현금창출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한진해운은 현재 미국 롱비치터미널, 광양터미널 등의 지분을 갖고 있다.

또 한진해운이 해운동맹인 ‘CKYHE’에서 사실상 퇴출되면서 운항 차질로 인해 해운 운임이 급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주 약 12m 길이의 컨테이너 개당 약 1150달러(약 128만 원)였던 아시아∼미주항로 운임은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 직후 약 1700달러로 47.8% 올랐다. 급하게 배를 찾는 화주들이 늘어나면서 운임은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운임이 오르면 정상영업 중인 현대상선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한진해운의 영업 중단은 시장 참여자의 감소로 이어져 현대상선과 흥아해운 등이 연근해 노선에서 추가로 화주를 확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상장사를 기준으로 이들 기업의 주가 상승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한진해운의 사선 대부분 선박금융에 묶여 있고, 해외 노선들은 현대상선과 겹치는 부분이 많다. 기존 화주들이 새로 노선을 운영하게 된 현대상선에 화물을 맡긴다는 보장도 없다. 법정관리 과정에서 우수 인력 이탈 가능성도 있다. 현대상선이 한진해운 자산을 가져오기 위해 풀어야 할 숙제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를 맡은 서울중앙지법은 금융 당국의 한진해운 우량자산 이전 방안에 대해 협의가 끝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법정관리인에게 현대상선으로의 자산매각이 최선이라는 점을 확신시켜야 한다.

현대상선의 몸값이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부실로 인한 산업은행의 손실을 상쇄할 만큼 오를 지도 관전 포인트다.

한진해운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이미 6600억원 규모의 한진해운 보유 여신에 대해 ‘추정손실’ 등급을 적용해 100% 충당금을 쌓은 상태다. 산업은행은 또 1조원 규모의 현대상선 보유 여신에 대한 건전성을 ‘고정’ 이하 등급으로 분류해 충당금을 쌓아놓았다. 은행들은 ‘고정’ 이하 등급을 적용한 대출 자산에 대해선 그 금액의 20% 이상 충당금을 적립하게 된다.

은행 관계자는 “주가평가익이 자본조정계정으로 잡히고 손익계정으로 잡히는 게 아니라서 현대상선 주가 상승이 당장 산업은행의 손익 등 재무상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면서도 “하지만 현대상선의 주가가 오르고, 영업이 더 잘 돼서 향후 비싼 값에 매각되면 실질적인 이익으로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화 기자/bettykim@heraldcorp.com

<사진설명>
사진1. 법정관리에 들어간 한진해운 부산항 신항 터미널
사진2. 한진해운의 좌초로 반사익이 예상되는 현대상선의 컨테이너선
[사진=헤럴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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