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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 항공 안전, 소 잃기 전에 외양간을 튼튼하게
지금 이 순간 우리 머리 위 하늘에서는 시간 당 100여 편이 넘는 항공기가 동시에 날고 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수백 미터를 날아가는 항공기들이 적정 거리를 유지하며 안전하게 운항되도록 하는 것은 항공운항 및 안전 정책의 기본이다.

금년 여름 수십년 만의 폭염으로 최고 기온이 갱신되는 가운데 항공교통량도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지난 7월 31일 인천공항에선 20만82명의 여객을 처리했고 1042편의 항공기가 운항하며 역대 최고를 기록하였다. 우리나라 전체로는 하루 최대 2136편을 운항했다. 혼잡 시간을 기준으로 1분에 1대꼴로 이착륙했으며, 1시간에 최대 180편이 하늘을 날았다.

항공기는 시속 800㎞ 속도로 비행한다. 초당 200m 이상을 이동하는 셈이어서 조종사 스스로 다른 항공기와 안전거리를 유지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관제사가 조종사의 눈과 귀가 돼 기수 방향과 속도, 고도 등을 유도해주는데, 이 과정에 레이더 관제시설이 필수적이다. 만약 레이더에 이상이 생긴다면 하늘에 떠있는 180대의 항공기가 동시에 눈과 귀를 잃는 것이다.

물론 모든 관제시설은 백업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인재나 불가항력적 오류 등으로 관제장비의 비정상 상황이 가끔 발생하기도 한다. 2014년 미국 시카고관제센터에서 방화로 인해 수천 대의 항공기가 결항했고 시카고와 미드웨이 공항에서는 계획된 운항 스케줄 중 일부만 운항됐다.

우리나라는 현재 인천 항공교통관제센터에서 모든 공역을 책임지고 있다. 유사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정부는 내년 상반기 운영을 목표로 제2의 항공관제센터를 구축하고 있다. 기존의 인천관제센터와 동일한 시설과 조직을 대구에도 신설해 평시에는 공역을 동(東)과 서(西)로 나누어 관제하고, 한쪽 센터에 비정상 상황이 발생하면 즉시 다른 센터가 보완하도록 했다. 관제시설을 완벽히 이중화함으로써 외부 위험 요인이 발생하더라도 관제 업무는 중단되지 않는다.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교통량 밀집을 사전에 예측·조정하여 공중과 지상에서의 불필요한 지연을 최소화하도록 항공교통의 흐름을 관리할 항공교통통제센터도 구축하고 있다.

‘흐름관리’란 육상교통을 예로 들면, 혼잡 시간을 예측해 교통량 분산을 유도하고 고속도로 진출입을 통제하거나 갓길 운행을 허용하는 등 교통흐름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즉 공항수용 능력과 운항 수요를 분석해 공중 지연 없이 착륙할 수 있도록 출발시간을 조정해 연료를 아끼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며, 혼잡으로 인한 안전 저해 가능성을 낮추는 것을 말한다.

또한, 기상 상황이 나쁘거나 군사 훈련으로 특정 항공로의 혼잡이 예상될 때 우회항공로를 계획하기도 한다. 특히 폭설, 태풍 등으로 공항수용량의 급감이 예상될 때 통제센터는 관제기관과 함께 적정 교통량을 결정하고 이를 토대로 안전과 경제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운항스케줄을 항공사와 조정ㆍ협의하게 된다. 한마디로, 터미널 혼잡, 장시간 기내 대기 등 여행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것을 뜻한다.

항공교통을 잘 관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가의 선제적인 항공교통흐름 관리를 항공사와 국민이 신뢰할 수 있도록 예측의 정확성을 높여야 한다. 상황별로 적정 관제량을 결정할 수 있도록 경험이 축적되는 시간도 필요하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친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안전 불감증이 만연하다보니 이제는 ‘소 잃고도 외양간을 안 고친다’는 말이 더 현실감 있게 들린다. 최선은 물론 ‘소 잃기 전에 외양간을 고치는’ 일이다.

사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은 개인적인 재산 손실에 그친다. 그러나 항공 안전에서는 결코 그 정도의 피해에 그치지 않는다. 2017년은 대구항공관제센터와 항공교통통제센터가 구축돼 우리나라 항공교통 관리체계가 완성되는 원년이 될 것이며, 항공 안전을 위한 외양간을 튼튼하게 세우는 한 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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