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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아니쉬 카푸어의 조각을 만나다
-세계적인 명성의 인도 출신 영국 조각가
-30일~10월 31일까지 국제갤러리 개인전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찰흙으로 도자기를 만들면 그 안에 빈 공간이 생긴다. 찰흙이라는 흔하면서도 손에 잡히는 물성(物性)을 이용해 (손에 잡히지 않는) 비현실적인 걸 창출하는 거다. 다양한 방법으로 비정형, 비물질을 만들어내는 것, 어두운 내부나 손에 잡히지 않는 개념 등이 나의 예술에 있어서 중요한 테마다.”

세계적 명성의 조각가 아니쉬 카푸어(62)가 31일 한국을 찾아 이같이 말했다. 카푸어는 31일부터 10월 31일까지 국제갤러리(서울 종로구 삼청로)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한국에서 갖는 네번째 개인전이다.

인도 뭄바이 태생으로 10대 때 영국으로 이주한 카푸어는 혼지 예술대학교와 런던 첼시대학교에서 조각을 전공, 1990년 제 44회 베니스비엔날레 영국 대표 작가로 참여해 ‘프리미오 듀밀라(Premio Duemila)’를 수상했고, 이듬해 ‘터너상’을 수상하면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2015년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 정원에서 대규모 설치 작품을 소개한 바 있으며, 뉴욕 현대미술관, 런던 테이트모던, 밀라노 프라다 파운데이션,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등 세계 유수의 미술관들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한국에서는 서울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 정원에 설치된 ‘Tall tree and eyes’(2009)가 대표적이다. 

아니쉬 카푸어 [사진제공=국제갤러리]

다양한 재료로 오브제의 비정형, 비물질을 연구하는 카푸어는 이번 한국 전시에서 ‘군집된 구름들(Gathering Clouds)’과 ‘비정형(Non-Object)’ 연작의 새로운 버전을 소개한다.

특히 비정형 시리즈는 스테인리스 스틸로 가공한 조각 작품으로, 물체에 적용된 힘이 절제된 움직임으로 전환, 혹은 뒤틀린 조각들이다. 불특정한 각도로 휘어진 단순한 형태의 기하하적 오브제들은 안정적이면서 불안정하고, 익숙한 것과 신비로운 것이 공존한다. 단 하나의 오점도 없이 매끈하게 단련된 표면에 이미지가 반사, 왜곡, 전환되면서 시각적인 것 이면의 영적인 감흥을 전한다.

카푸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단순한 것을 바라보는 (관객들의) 시각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싶다. 단순한 형태에 오히려 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 그것은 물리적으로 어떻게 구현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며 자신의 작품 세계에 대해 설명했다.

다음은 카푸어와의 일문일답. 

Anish Kapoor, Gathering Clouds, 2014 [사진제공=국제갤러리]

-일상 속에서 명상과 참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작품 활동과도 연관이 있는 것인지.

▶참선과 명상에 흥미를 갖고 수년간 해 왔다. 그렇다고 해서 카푸어의 예술적 삶이 명상이다라는 명제는 옳지 않다. 오브제와 대화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영향을 줄 순 있겠지만 직접적인 관계는 없다. 조각이 물리적인 것이라면, 우리 몸은 단순한 물리적 유기체는 아니다. 영혼도 있고 정신도 있다.

-같은 작품이라도 전시되는 장소에 따라 다른 감흥을 준다.

▶조각은 전시 공간과 매우 연관이 깊다. 나 역시 전시를 할 때 공간을 신경 쓴다. 공간과 조각과의 관계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공간 창출을 생각하게 된다. 비정형 시리즈에서는 비정형이라는 작품 자체가 불확실한 오브제라고 생각한다. 이런 경우 공간과 상관없이 오브제 자체만으로도 새로운 공간을 창출해 낸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탐험과 같다.

-‘반타블랙(VantaBlackㆍ영국기업 서리나노시스템즈가 개발한 가장 어두운 검은색)’을 독점적으로 쓰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이번 작품에서도 반타블랙을 쓴 작품이 있는지. 

▶반타블랙은 새로운 검정 안료다. 매우 신비로운 색상이다. 너무 까매서 거의 존재하지 않고 표현할 수 없는 색상이라고 느껴질 정도다. 이번 ‘군집된 구름들’에서는 쓰지 않았다. 하지만 대규모 작품에 이 색상을 쓰기 위해 현재 영국에 있는 연구팀과 협의 중이다. 이를 실현하는 데에는 몇년 정도 시간이 걸릴 것 같다. 

Anish Kapoor, Non-Object Twists, 2012 [사진제공=국제갤러리]

-작가의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테마는.

▶조각은 실제 형태를 지닌 오브제고, 예술은 비현실적인 요소를 다뤄 표현한다. 비정형, 비물질이라는 나의 작업 테마에서 이 두가지는 흥미롭게 결합된다. 예를 들어 찰흙으로 도자기를 만들면 작품 속에 빈 공간이 만들어지는데, 찰흙이라는 손에 잡히는 물성을 활용해 비현실적인 걸 창출하게 되는 거다. 나는 다양한 방법으로 비정형, 비물질을 만들어내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어두운 내부나 손에 잡히지 않는 개념 등이 나의 예술에 있어서 중요한 테마다.

-작가의 문화적인 배경이 작품의 영성(靈性)에도 영향을 미치는지.

▶영성에 대한 질문을 가끔 받는데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예술가들 중 어느 누구도 영성에 목표를 두고 작업하지 않는다. 복잡하고 구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오브제가 무엇을 할 수 있고 할 수 없는지, 공간의 역할이 무엇인지, 이런 손에 잡히는 것들을 얘기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영성에 대한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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