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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진해운 법정관리 파장③] ‘대마불사’ 대신 ‘시장논리’…국가 경제에 가져올 득실은
[헤럴드경제=김재현 기자]규모가 크지만 자생력이 약한 한진해운과 규모는 보다 작지만 자생력을 갖춘 현대상선간의 구조조정 전쟁이 현대상선측의 승리로 막을 내리면서 이번 구조조정에서는 ‘대마불사(大馬不死)’보다는 ‘시장논리’가 우선한다는 원칙을 보여줬다.

해당 기업들에 무분별한 공적자금 투입을 막고 대주주 책임분담 원칙등을 지켰다는 점에서는 바람직한 구조조정의 선례를 남겼다는 평이지만 국가경제 전체의 득실은 조금 더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앞서 채권단은 지난 30일 한진해운의 자구안을 평가한 결과 자율협약을 더이상 진행시킬 수 없다며 한진해운에 대한 추가지원을 거절했다. 이에 따라 한진해운은 31일 법정관리 신청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채권단은 ‘국내 최대 선사를 포기한다’는 비판에도 한진해운에 대한 추가 지원을 단호히 거부하면서 ‘선(先)자구 노력-후(後)지원’의 구조조정 원칙을 관철시켰다.

채권단이 추가로 자금을 지원하더라도 회생 가능성이 크지 않고 자칫 해외 채권자들의 ‘출구전략’에 이용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채권단이 신규 자금을 투입해도 이 금액이 기업가치 제고에 활용되지 못하고 용선료, 항만 하역비 등 해외 상거래 채무 상환에 사용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으로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자산 매각과 대주주의 책임 분담, 원가 절감, 채무재조정 등 기업의 충분한 자구 노력이 뒷받침될 때, 채권단이 출자전환을 통해 경영정상화를 돕겠다는 ‘현대상선식 구조조정 모델’ 원칙을 재확인했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지속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국민경제와 산업’이라는 명분 아래 기업을 끌고 왔던 기존 구조조정 방식을 탈피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적 1위 선사의 법정관리 후 청산을 그대로 뒀을때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계속된다.

선주협회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뒤 청산될 경우 매출 소멸, 환적화물 감소, 운임 상승 등으로 연간 17조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선박관리ㆍ보험 등과 관련된 일자리 2300개도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 따르면 한진해운이 파산해 현대상선만 남을 경우 화주의 추가 운임부담은 연간 4407억원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현대상선을 기반으로 한진해운과 합병을 추진해도 연간 2273억원의 운임료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조봉기 선주협회 상무는 “우리나라 산업 자체가 수출을 빼면 아무것도 없지 않냐”며 “운송비는 원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더라도 반드시 포함되는데, 운송비가 오르면 우리 수출 산업 경쟁력에 악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한진해운을 살려야 할 필요가 있다면) 법정관리 하에서 부채를 최대한 채권자들에게 다 떠안긴 다음 정부가 필요하면 법정관리에 들어간 기업을 인수하면 되고, 그렇게 할 경우 지금처럼 다른 채무를 갚아줘야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이같은 방식은 부실을 초래한 경영진과 채권은행에 확실하게 책임을 묻는 반면 국민부담은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국민의 이익과 경제정의 측면에서도 부합하는 방안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정부가 자동차회사 GM에 적용했던 것과 같은 방식이다.

mad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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