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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진해운 법정관리 파장②] 뒤바뀐 운명…현대상선과 한진해운 처리 왜 달랐나
[헤럴드경제=김재현 기자]같은 해운 업종이지만 현대상선과 한진해운간의 구조조정에는 큰 차이가 나타났다. 현대상선은 용선료협상ㆍ사채권자 집회ㆍ채권단 자율협약, 거기에 해운 얼라이언스 가입등 속칭 ‘3+1’의 파고를 모두 넘어 정상화에 성공했지만 한진해운은 최초의 파고라 할 수 있는 채권단 자율협약조차 통과 못하고 31일 법정관리 신청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는 이번 구조조정이 시장논리에 따라 추가적 자금지원 없이 살아남는 것을 원칙으로 삼으면서 발생한 일이다.

지난 4월 조선ㆍ해운 업종에 대한 구조조정을 실시하겠다는 금융당국의 발표 이후 같은달 25일 한진해운이 채권단 자율협약을 개시할 당시만 해도 업계에서는 현대상선 보다는 한진해운이 살아남을 것이라는 관측이 더 많았다. 규모의 경제가 중요한 해운업에서 국적 선사중 1위인 한진해운을 살리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논리였다.

특히 이후 이뤄진 해운 얼라이언스 재편 과정에서 한진해운은 ‘디 얼라이언스’동맹 합류에 성공하고 현대상선은 탈락하면서 한진해운이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는 말도 나왔다.

용선주들 역시 현대상선이 먼저 협상의 길을 개척해 놓으면 후발주자인 한진해운은 보다 수월한 협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하지만 현대상선은 현대증권까지 내다팔고 현금을 마련하는 등 강도 높은 자구안을 내놓으며 채권단ㆍ사채권자 및 용선주들과의 과감한 협상을 진행했다. 현정은 회장도 300억원대의 사재출연은 물론, 감자 및 지배권 상실 요구를 받아들이며 현대상선의 생존을 도왔다.

이 같은 현대상선의 승부수는 먹혀들어갔다. 정상화를 위한 충분한 자금이 마련되고 오너가 자신의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자 시장이 반응한 것이다. 특히 외부에서 추가 자금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우리가 협상에서 배짱을 부리다간 회사가 날아갈 수 있다’는 메세지를 해외 용선주나 사채권자들에게 줄 수 있었다. 이에 따라 현대상선은 용선료 협상과 사채권자 집회등을 모두 성공적으로 이끌어 냈다. 마지막으로 2M 얼라이언스에 가입하면서 3+1의 조건을 모두 성사시키고 정상화의 길을 걷게 됐다.

분위기가 역전되자 오히려 코너에 몰린 쪽은 한진해운 쪽이 됐다. 현대상선이 살아난 상황에서 한진해운까지 무리해가며 살려야 할 필요성이 줄어든 것이다. 그룹 차원의 지원이 충분하지 못했던 것도 한진해운의 법정관리행의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한진 그룹측이 한진해운에 대해 자금지원을 한 것은 대부분 한진해운측 자산을 그룹측이 사들이며 댓가를 받는 ‘거래’의 형식이었다. 조양호 회장등 오너 일가의 사재출연도 ‘약속’ 수준에 머물렀고, 그 마저도 충분치 않았다. 한진그룹 쪽은 줄곧 “경영권 인수 뒤 대한항공의 한진해운 유상증자 참여 등 2조원 가까이 지원해 더이상 지원할 것이 없다”고 강조했지만 채권단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한진해운은 자금난으로 이미 올 상반기부터 용선료 지급이 밀리며 배가 압류당하는 등 자금 압박이 심했기 때문에 추가 자금 지원없이 진행된 구조조정에서 밀릴 수 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처음부터 규모는 작지만 자생력을 보여준 현대상선을 살릴 대상으로 정하고, 규모는 커도 추가자금없이 살아남기 어려웠던 한진해운을 ‘버리는 카드’로 썼던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mad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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