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수익을 노리고 다가구주택 등을 직접 짓는 개인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전문지식이 충분하지 않다보니 공사 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문제를 겪기도 한다. 전신주 이설, 건축법에 규정된 건축선 등 한두가지가 아니다. 멀쩡하다고 알고 매입한 땅 속에 커다란 돌덩이가 숨어있는 경우도 그런 경우다. |
최근 1~2년새 소규모 협소주택이나 원룸주택 건축이 활발해졌다. 대부분 기존 주택가에 있는 15~25평 정도의 작은 땅을 활용하는데, 대부분 건축주는 개인이다. 낮은 기준금리가 오래 유지되면서 꾸준한 임대수익을 좇는 이들이 늘어난 결과다.
국토교통부 통계를 보면, 개인이 직접 건축주로 나서 다가구주택을 착공한 건수는 올 1~7월 전국적으로 1만3335건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엔 1만2212건, 2014년엔 1만1624건으로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흔히 대학가에 들어서는 다중주택 착공실적도 ▷2014년(1~7월 기준) 523건 ▷2015년 650건 ▷2016년 902건으로 오름세다.
건축에 대한 지식이 충분치 않은 개인이 집짓기에 나서면서 기대하지 않았던 ‘복병’을 만나기도 한다.
앞서 김 씨가 겪었듯이 공사부지 주변에 세워진 전신주나 가로등은 대표적인 복병이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더라도 규정을 들여다보면 간단치가 않다. 전신주는 한전의 내부지침(배선선로 이설지침)에 따라 이설 비용의 주체가 결정된다. 만약 전봇대가 개인 사유지 안에 자리 잡고 있다면 한전은 자기비용을 들여 공사를 한다. 반대로 사유지를 비껴났다면 옮겨달라고 신청한 사람이 공사비용을 대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돈과 시간이다. 공사비는 한전이 정산해 통보하도록 돼 있는데, 일반적인 전신주는 수백만원 정도지만 전압기 등 특수설비가 설치된 것을 옮기려면 1500만~2000만원이 든다. 통상 공사는 7~15일 정도 걸린다. 한 건축사는 “통상 구획정리가 깔끔히 이뤄지지 않은 서울 강북권의 오래된 주택가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 공사비용이 땅 1평 가격에 맞먹어서 건축주로선 부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건축법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없이 땅을 샀다가 낭패를 보기도 한다. 대개 ‘건축선’을 규정을 고려하지 않은 결과다. 건축선은 도로에 접한 땅에 건물을 지을 수 있는 경계선을 말하는데, 통상 도로와 건축물 사이에 여유 공간을 확보하고자 지정된다. 나중에 도로를 넓혀야 하는 상황을 미리 준비하는 셈이다. 만약 도로의 폭이 4m 미만이라면 도로 중심에서 2m 물러난 지점에 건축선이 설정된다. 건물을 도로에 딱 붙여서 지을 수 없게 되는 것. 도로 모퉁이에 자리 잡은 땅에도 이 규정이 적용돼, 일부가 건축선으로 잘려나간다. 가령 100㎡짜리 땅을 샀더라도, 건축선 규정과 건폐율을 다 따지면 원래 넓이의 절반에만 건물을 짓는 경우도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부지를 매입하고 공사를 시작했는데 땅 속에 커다란 암반이 드러날 수도 있다. 지난달 다가구주택 공사를 시작한 건축주 김모(55) 씨는 “부지를 정리하는데 커다란 돌덩이가 발견됐다. 원래 이 땅에 건물이 있던 것이 아니어서 돌이 숨어있을 거라곤 도저히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추가비용 300만원을 들여 돌덩이를 드러낸 뒤 기초공사에 들어가야 했다.
강태욱 우리은행 부동산 자문위원은 “일반적으로 땅을 사고 용도를 고민하는 과정을 공인중개사들과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제도적, 법적 내용은 건축사 같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 건축을 준비해야 돌발상황을 어느 정도 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nya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