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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2016 EIDF 대상, ‘내추럴 디스오더’…“정상성에 대한 이야기”
[헤럴드경제=이은지 기자] 지능은 정상이지만 겉모습은 좀 다르다. 뇌성마비 장애인 야코브 노셀은 남과 다른 자신에게서 ‘정상성이란 무엇인가’라는 의문을 던진다. 야코브는 다수가 옳다고 보는 ‘정상성’이란 개념을 재정의하고 이에 용감한 도전을 감행한다.

“맥락적으로 얘기하는 ‘비정상’적인 사람에 대해서 이해조차 하려 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해하려는 노력이 있을 때 근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이해가 가능하다는 생각에서 만든 영화입니다.”(야코브 노셀)

최근 서울 광화문의 한 호텔에서 ‘2016 EIDF(EBS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 EBS International Documentary Festival)’ 경쟁 부문에 오른 다큐멘터리 영화 ‘내추럴 디스오더(Natural Disorder)’의 크리스티안 쇤더비 옙센 감독과 출연자 야코브 노셀을 만났다.

[사진=EBS 제공]

“이 영화를 한국에서 상영할 수 있게 돼서 감사해요. 사실 이 영화를 한국에서 상영하는 건 특별한 느낌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야코브 노셀의 모국이기 때문입니다.”(크리스티안 쇤더비 옙센 감독)

영화의 주인공인 야코브 노셀은 한국계 입양인으로, 태어나자마자 덴마크로 입양됐다. 이번이 야코브의 첫 한국 방문이기도 하다. 야코브는 “한국인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는데 이곳에 오니 한국인이라는 생각이 들고 한국에 오게 돼 굉장히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크리스티안 감독과 야코브의 첫 만남은 약 4년 전이었다. 야코브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정상성’에 관한 연극을 만드는 데 함께 하지 않겠냐’고 했어요. 야코브의 말을 알아듣기 어려웠습니다. 처음에는 저능아인가 생각했는데 사실 머리를 정상이거든요. 야코브는 언뜻 보기에도 덴마크인과 다랐죠. 입양이 됐고, 그런 것에 저항하고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었어요. 야콥은 장애가 있기 때문에 문을 열고 나갈 때부터 굉장히 자기 스스로 많은 어려움, 사람들과 계속 저항하고 싸워야 하죠. 하겠다고 했어요. 그렇게 3년 반이 걸렸어요. 결과물에 대해서 나름대로 만족하고 있고, 한국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다 갈 생각입니다.”

[사진=EBS 제공]

‘내추럴 디스오더’는 야코브가 장애 때문에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등 장애로 비롯되는 야코브의 일상부터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까지 연극,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방법으로 카메라에 담았다.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촬영 중 뜻밖의 사고가 닥쳤다. 야코브가 버스에 치여 뇌진탕 진단을 받아 6개월간 연극은 물론 촬영을 중단해야 했다. 하지만, 오히려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준 계기였다. “야코브가 그런 사고를 당하니 이런 정상성과 장애에 대해서 다루는 연극과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거의 가족처럼 되어버렸기 때문에 그만둘 수 없었어요.” 다행히 야코브는 퇴원할 수 있었고 촬영도 마칠 수 있었다.

크리스티안 감독은 야코브와 작업하며 함께 ‘비정상’에 대해 다시 돌아봤다. “야콥이 신체적으로 장애가 있지만 사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오히려 비정상적인 것들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비정상성과 정상성을 물리적 장애로 이야기한다기보다는 비정상이라는 게 우리 모두에게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 안에서 야코브는 시험관 안에 표본처럼 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저는 ‘어쩌면 기형아들을 넣어둔 투명한 시험관 안에 표본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어요.”(야코브) 사람들이 그 표본을 ‘비정상’으로 바라보듯 세상에 나온 야코브는 그런 표본이 된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하지만, 야코브는 뇌에서 단 한 부분이 부족해서 외형적으로 남들과 다른 모습을 가지게 됐어요. 참 아이러니하죠. 정상성과 비정상이라는 게 한끝 차이인데, 이렇게 구분하는 기준도 다수가 만들어 놓은 틀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크리스티안 감독)

야코브는 자신의 이야기를 처음엔 연극으로, 그다음은 크리스티안 감독과의 영화로 표현해 냈다. 두 가지 과업을 끝마쳤지만, 야코브는 이제 시작이라고 말한다.

“최근 책을 쓰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원래는 강연을 하려고 했죠. 현대 사회에서 장애를 가진 다른 사람들에게 얼마나 소외되는지, 인간 존중에 대해 이야기 하려고 했습니다. 들으시기에도 알겠지만 저는 도움이 필요합니다. 강연을 하려면 전문적인 사람의 도움을 빌려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영화를 만들게 됐는데 많은 사람이 저에게 너무 많은 도움을 줬고, 이걸 통해서 내가 정말 존중받는 인간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야코브)

야코브가 먼저 도움을 청했지만, 크리스티안 감독 역시 소중한 가르침을 얻었다.

“우리는 배우자나 자식에게 최고의 기회를 주고 싶어하고 베스트 상대를 찾으려 하고 항상 특별하게 생각하지만 다르게 보이는 걸 두려워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만들어 놓은 정상이나 비정상을 두고, 남자가 머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있으면 이 사람은 다르다고 하거나, 야코브 같은 경우를 보았을 때 ‘이 사람이 남들과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들 말이죠. 그러한 비정상에 대한 반응이 정말 자기가 만든 건지 점점 집단적으로 되어 가는지 모르겠어요. 결국, 그 사이에서 논쟁과 증오, 전쟁이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적 스킬을 가지고 사는 것 같지만, 인간은 외로운 존재입니다. 스스로 생각을 컨트롤해야 하고, 집단 안에 속해 다수 의견에 휩쓸리고 다르게 보면 전쟁이 날 수 있다는 생각 안에 살죠. 사람들이 정상이라고 말하는 것, 비정상이라고 말하는 것, 어쩌면 그것이 진실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지난 28일, ‘내추럴 디스오더’는 EBS 스페이스에서 열린 ‘2016 EIDF’ 수상식에서 대상의 영광을 안았다. 참석하지 못한 크리스티안 쇤더비 옙센 감독 대신 야코브 노셀이 시상대에 올랐다.

“한국에서 영화를 상영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처음 한국에 돌아와 상까지 받아 영광스럽고 기쁩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장애인 이야기가 한국에서는 어려운 주제란 걸 알게 됐습니다. 많은 분들이 좋게 생각해주시고 이런 주제에 대해 친근하게 대해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가장 감사하고 싶고 상을 바치고 싶은 사람은 한국 어머니입니다. 더 좋은 환경에 살 수 있었던 기회를 주지 않았다면 여기 함께 있지 못했을 겁니다. 감사합니다.”(야코브 노셀)

leun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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